Written by 클래미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시대정신을 대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를 가장 잘 대변하는 브랜드는 당대 최고의 지지를 받게 된다. 예컨대 McDonald’s, Nike, Apple과 같은 각 산업별 1위 브랜드는 현재의 시대정신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시대정신은 트렌드의 흐름에 따라 계속 진화한다.
때문에 브랜드도 이에 따라 진화할 필요가 있는데, 만약 특정 주제 혹은 컨셉에 매몰된다면 언젠가 올드하다, 한물갔다는 평을 들으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더 이상 브랜드의 구실을 하지 못할 것이다. 버버리와 구찌 같은 브랜드들이 한물간 이미지를 재건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자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브랜드의 입장에서 확장성과 유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제약(Boundary)이 얼마나 두려운지 알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너무 한정된 주제로 좁히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컨셉이 확실한 Flex, Street, Retro의 경우 현재 최고의 반응을 얻고 있지만 언젠가 트렌드가 바뀌면 더 이상 시대정신을 대변하지 못할 것이고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그래서 만약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구상 중이라면 힙합 장르는 물론 뮤직 비즈니스에 한정하지 않고, 그보다 폭넓은 컬처 비즈니스를 지향하기를 추천한다.
때문에, 모든 브랜드는 보편적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
연령대, 인종 등 초월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며,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주제 말이다. 대표적으로 사랑, 청춘, 도전, 행복, 성장, 꿈과 같은 키워드들이 있다. 참고로, Nike의 미션은 운동화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되자는 게 아닌 ‘세계의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영감과 혁신을 가져다 주자 (To bring inspiration and innovation to every athlete in the world)’이며, Netflix의 미션은 가장 많은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자는 게 아닌 ‘세상을 즐겁게 하자 (To entertain the world)”이다.
물론 거대한 비전은 누구나 꿈꿀 수 있지만, 역량과 목표에서 너무 동떨어지면 설득력과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일단 현재 제작자가 가진 역량과 목표를 리스트업 하고, 보편적 진리의 의미를 가진 키워드를 선정하고 조합해보면서 찾아보길 권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어느 유명 힙합 프로듀서가 음반 레이블을 설립한다고 가정하고 설명해보겠다.
Imperfect라는 키워드에 주목한 이유
모든 트렌드는 10대로부터 시작되고, 30대부터 새로운 취향을 찾기보다 내재된 취향을 갖고 산다고 한다. 때문에 컬처 비즈니스 종사자들은 특히 10대들의 취향과 감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 10대인 Z세대의 경우 과거 밀레니얼 세대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이 보다 현실적이고 비관적이라고 한다.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선배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직접 보며 꿈을 키웠다면 Z 세대의 경우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COVID 19’ 등 세계적인 불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때문에 Z 세대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믿지 않고 대신 완벽한 삶이 아닌 실제 세상을 투영한 상품과 메시지를 찾는다고 한다.
최근 주목받는 신예로 급부상한 Olivia Rodrigo(데뷔와 동시에 Billboard Hot 100 1위 달성), 10대들의 슈퍼스타 Billie Eilish(19세의 나이에 그래미 본상 4개 최연소 수상)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 SNS 활동 등을 통해 Z세대의 감성을 잘 대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대변하려는 Z세대의 시대정신은 다음과 같다.
"근심 없는 완전무결한 행복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불완전한 세상이니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자"
예를 들어 Olivia의 ‘Brutal’에서는 다음의 가사가 나온다.
"열일곱은 지겨워. 빌어먹을 틴에이지 드림은 어딨는데? ‘젊음을 즐기세요'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난 그냥 울어버릴 거야."
그리고, Olivia를 스타로 만든 ‘Driver’s License’의 경우 실제 ‘하이 스쿨 뮤지컬’의 상대 배우 Joshua Bassett과의 관계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Olivia가 빨리 운전면허를 따서 남자 친구를 차로 데려다주고 싶었는데 면허증을 받은 지금 그 친구는 다른 여자애와 사랑에 빠져 떠났다는 내용이다.
Olivia는 정식으로 곡을 발매하기 전 TikTok을 통해 자신의 첫사랑, 이별, 짝사랑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팬들에게 데모 곡을 들려줬다. 해당 곡은 함께 가슴 아파하던 10대 팬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어 공식으로 발매하게 되었다.
20대와 어른들은 힙합, 댄스곡 중심으로 흘러가던 차트에서 차분한 곡이 올라왔다는 사실에 놀랐고 10대들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Olivia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는 Billie Eilish를 통해 Z세대의 우울을 마주했다. 학교를 자퇴하고 홈스쿨링으로 음악을 만든 Billie는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테마 아래 날 선 노랫말을 음울하게 읍조리는 새 시대의 스타일이었다. 불안하고 외로운 마음 때론 자기 파괴적인 감정까지, Billie는 사춘기 감정이라 무시받고 유치한 것으로 치부되던 마음을 SNS와 음악을 통해 솔직하게 표현했다.
‘Rolling Stone’의 표현을 빌리자면 Olivia의 음악은 ‘10대들의 캔터베리 이야기’처럼 진솔하고도 폭넓다. Olivia의 어린 사랑에 대한 가사가 유치하다고 하지만 정말로 어린 사랑이다. 모든 게 불안하고 나만 사랑해 줬으면 하는 마음을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솔직하게 노래한 것이다.
Olivia의 데뷔 앨범 ‘Sour’를 들으면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 10대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모두가 10대는 아니지만 10대였던 시절이 있다. 그래서, 이 또한 보편적 진리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