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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Mar 04. 2022

(이 시국에) 퇴사하고 10달 동안 유럽여행 갑니다

Written by 클래미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 말고는.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中 -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이지 않을까 싶네요.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당시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내다 보니 어렸을 때 다양한 문화권에 노출되었던 게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콘텐츠 업계에 있다 보니 여러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더더욱 느꼈던 것 같네요.


아무튼 세상은 이렇게 넓은데 경험한 나라라곤 미국과 한국뿐이니 (그것도 극 일부 정도) 제 시야와 생각의 틀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문화권과 커뮤니티와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화두를 던졌음에도 너무 도전적인 계획이다 보니 6개월 동안 결정을 보류하다가 결국 고민 끝에 새로운 자극을 찾아서 아내와 함께 3월 말에 출국합니다.


도전을 할 거면 가장 젊고 리스크가 없을 때 하라고 하잖아요. 물론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제 인생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더라고요. 다행히도 아내와 뜻이 잘 통했고 저를 지지해 주었습니다. 아내의 경우 중학교 때 캐나다에서 1년 동안 홈스테이를 했는데요. 물론 당시 영어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늘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한국의 입시 생활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종들과 섞여 지냈던 게 지금 와서 본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왜 하필 유럽이야?



아무래도 콘텐츠 업계에 종사하다 보니 선진적인 문화를 경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비자 문제로 유럽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180일 중 90일이라 어쩔 수 없이 비유럽권으로 나와야 할 텐데 안전상 문제가 없는 한 다른 나라도 함께 다녀오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유럽에 대한 환상도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 유럽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어서 영화나 역사책에서 본 게 전부거든요. 그것도 아마 프랑스와 영국 위주일 겁니다. 그런데 유럽은 몇십 개의 나라가 서로 얽혀 있어 지금껏 제가 보고 경험한 세상과 굉장히 다르지 않을까 싶은 기대도 있습니다.


'김석현'님이 쓰신 '마케터의 여행법'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약 5년간 파리에 거주하시면서 유럽인의 소비 트렌드를 사례로 묶어 쓰신 책인데요. 수많은 사례 중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파리의 경우에는 도심에 대형마트는 거의 없고 작은 동네 마트가 많다고 합니다. 대형마트를 가는 이유는 박리다매 방식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잖아요. 그런데 파리는 요즘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오히려 조금 더 비싸더라도 소량으로 사는 게 더 이득이기도 하고 각 지역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문화가 더 중요해지고 있어서 대형마트가 교외로 대부분 밀려났다고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요즘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스타필드 같은 대형 몰은 교외에 많이 생겨나고 있고 이마트24 같은 조금 큰 규모의 편의점이 요즘 도심에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괜히 정용진 부사장이 유럽 출장을 다녀오면 신사업을 시작하시는 게 아닌가 싶네요. 단순히 누가 앞서가고 좇아가는 개념이 아니라 각 지역과 상황에 맞춰 트렌드와 소비 패턴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데 이게 우리나라에도 먹힐 것 같으면 들여오는 거죠. 물론 리포트를 읽거나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조사해 볼 수 있겠지만 직접 살아보면서 경험한 것만큼 풍부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몇 년 뒤 한국에서도 벌어질 트렌드를 다른 문화권에서 미리 배워오자는 취지 하에 문화적으로나 트렌드적으로 선진화된 유럽에 포커스를 둔 것입니다.




그래서 계획이 어떻게 돼?


하지만 저희의 첫 목적지는 4월에 미국 팜 스프링스 사막에서 열리는 코첼라입니다. 헤드라이너가 빌리 아이리시, 더 위켄드, 해리 스타일스인데 어떻게 안 갈 수 있겠나요. 사실 2년 전 신혼여행으로 다녀오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발병하는 바람에 이제서야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왕 코첼라에 가는 김에 4월 한 달 동안은 미국 서부를 횡단할 예정입니다. 포틀랜드 → 샌프란시스코 → 산타바바라 → LA → 샌디에이고 → 팜 스프링스 → 라스베이거스 이렇게 가보려고요. 포틀랜드는 사실 처음 가는데 특색 있는 로컬 브랜드가 많은 요즘 가장 힙한 도시로 알려졌잖아요. 포틀랜드만 가려고 미국을 가기에는 애매했는데 이번 기회에 가고 싶었던 도시는 다 가보려고 합니다.


5월부터는 유럽으로 넘어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거쳐 파리에서 1달을 지내려고 합니다. 각 문화권과 커뮤니티를 온전히 경험하려면 최소 1달은 체류해야 할 텐데 그렇다고 나머지 도시들을 놓치기는 아쉬워서... 정말 대장정이 될 것 같네요. 그 이후는 아직 플랜이 없어서 현지에서 좀 리서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각 나라에서 느낀 따끈따끈한 이야기 하나씩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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