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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May 08. 2022

미국 한국 유럽의 차이점

Written by 클래미

산티아고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벌써 1달이 지났습니다.


계획대로 첫 3주 동안은 미국 서부를 횡단했고요. 그다음에는 포르투갈로 넘어와 제2의 도시 '포르투’에서 약 1주일을 보내고 지금은 수도인 '리스본'에 왔습니다.


사실 포르투갈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서 여행 중 쉬어가는 국가라고만 생각했는데요. 첫날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에서 평생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미국과는 정말 다른 정서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그 생각들을 남김없이 기록하고자 오늘은 카페에서 주야장천 밀린 글쓰기와 영상 편집을 하기로 했습니다.


매우 주관적이고 유럽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뿐이지만 그동안 만난 사람과 대화해 보고 문화를 경험해 본 바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 한국, 가장 미국스러운 나라


이게 무슨 말이냐면 한국은 미국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잖아요. 생각해 보면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하면서 호불호가 꽤 많은 나라인데 말이에요.


중동과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랑 캐나다도 한국과 일본처럼 사이가 미묘하죠. 유럽은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미국과 가깝지만 EU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빼앗긴 패권을 되찾기 위해 은근히 미국을 견제하고 있어요. 그리고 애초에 땅덩어리가 작기 때문에 미국처럼 무한 성장을 하기에도 한계가 있고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혁신과 미래를 꿈꾸는 미국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 군사적/정치적으로 항상 맞닿아 있었고 지금도 전 국민이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할리우드 영화나 힙합/팝 음악을 보고 들으며 알게 모르게 미국 영향을 많이 받았죠. 주변에 미국으로 유학을 거거나 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고요. 국가 차원에서나 개인 차원에서도 미국은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이고 서로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여행을 하다 보니 미국이랑 잘 지내는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파리를 다녀온 미국인 친구가 이중국적자인 저에게 유럽에 가면 미국이 아닌 한국인이라 말하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반 농담이지만 유럽인들이 보기에는 미국인 관광객들은 어디를 가나 자기 나라인 마냥 모두가 영어를 잘하길 기대하고 시끄럽게 몰려다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유럽인들도 분명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조곤조곤 얘기하는 편이거든요.


아무튼 미국이야말로 인종과 지역 등 너무 다양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국가이지만 그래도 굳이 정의하자면 '성장'이 국가의 지향점이지 않나 싶습니다.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각 분야의 최고봉들이 다 미국에 있고 실리콘밸리에서는 끊임없이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잖아요. 교육 분야에서도 미국의 대학교들이 세계 랭킹을 독식하고 있어 전 세계 인재들이 모두 미국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한국도 미국 못지않게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나라 같아요.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미 잘 알다시피 삼성, LG, 기아 등 한국 대기업의 제품을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즘 스타트업 씬도 워낙 핫해서 해외에서 투자를 받거나 진출한 사례가 많아진 듯해요. 교육열이라면 한국이 빠질 수도 없고요.


이렇게 한국은 미국과 지정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다름에도 여러 각도에서 미국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미국의 가장 큰 문제점


경제력이나 군사력으로 미국은 단연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미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생각보다 놀라는 게 있는데 그중 하나는 길거리에 거지들과 마약에 찌든 사람들이 너무 많고 대중교통은 매우 낙후되고 지저분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거리가 깨끗하고 치안이 좋은 한국 입장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는데요. 웃기게도 포르투갈로 오니까 여기는 한국 못지않게 도심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정말 미국이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는 걸까요?


복합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 미국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빈부격차'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의 꽃이잖아요. 즉 돈이 계급인 사회입니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는 인종, 국적, 종교 등의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 그 어떤 나라보다 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아직도 유럽에는 귀족 문화가 남아있어 특권층이 아니면 입장할 수 없는 병원도 있고 이튼 칼리지 같은 영국의 명문 고등학교는 부모님이 그 학교를 졸업해야지 자녀가 입학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결국 넘을 수 없는 유리천장이 아직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거죠. 한국에서 만약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언론에서 난리가 나고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굉장히 어려웠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고난 수저가 아닌 개인의 노력으로 결실이 맺어지는 '부'가 가장 공평한 잣대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특히 미국은 애초에 이민자가 개척한 나라이며 지금도 ‘American Dream’이라는 개념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계급 체계에 대한 반발심이 유독 더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 미국에서는 돈이 없으면 천민보다 못한 신세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취약계층 입장에서 미국의 공공의료 서비스가 얼마나 절망스러운지 뉴스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요. 누구는 맹장 수술하는데 5천만 원이 청구되었고 아이를 출산하는 데 억 단위가 들었다는 등 다니는 회사에서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죠. 그래서 미국에서 아프면 차라리 한국으로 와서 치료받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자수성가한 사례도 많지만) 높은 교육 수준의 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난 자녀와 아닌 사람의 결과물을 1 대 1로 비교하는 게 맞을까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돈이 더 많을수록 돈을 벌기 더 쉽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 보유량이 많으면 매매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은행에 예금량이 많으면 이자를 더 주는 것처럼요. 기관에서는 돈이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런 혜택을 제공하는 거고 그 고객은 돈을 더 많이 버는 거죠.


참 어려운 주제이지만 앞으로 미국은 이러한 자본주의적 시스템 때문에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삐까뻔쩍이는 아파트 옆에 거지가 동냥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어요) 물론 유럽처럼 백작이나 공작 등 눈에 띄는 계급은 없지만 일론 머스크의 자산이 400조라는데 이런 식으로 슈퍼리치와 서민의 격차가 더더욱 벌어지고 있잖아요.


예시를 들다 보니 내용이 길어졌는데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상류층과 중산층과의 경계와 갈등은 엄연히 존재하는데요. 심지어 서울이라는 작은 도시에 모두 몰려있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이 한국에 잘 정착했다고 봐야 할지요.


신기한 점은 빈부격차가 사회적 문제라고 모두가 공감할지라도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이런 방향성이 대단히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성장을 위한 선의의 경쟁 그리고 노력에 대한 공평한 결과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는 이런 시스템에 오랫동안 몸 담갔다 보니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질 테고 저 역시 평생을 미국과 한국에서 지냈다 보니 '열심히 경쟁해서 최고의 결과를 얻어내자'가 삶의 목표가 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3. 유로피안 마인드, 그 속의 아이러니함


6년간 포르투갈에서 지낸 한국 가이드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포르투갈에 살며 느낀 점은 유럽은 쉼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것 같다는 겁니다. 법정 휴가일도 22일로 15일인 미국과 한국보다 1주일이나 더 길고 보통 8월에는 한 달 내내 휴가를 가느라 일 처리가 잘 안 될 정도라고 하네요. (어차피 본인도 그때 같이 휴가를 가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고요)


점심이면 직장인들도 관광객들처럼 노천카페에 모여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고 워낙 광장이나 공원이 많다 보니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누구는 광장이나 공원이 없어서 이렇게 못 노는 걸까요? 다 삶의 습관과 마음의 여유 때문이겠죠. 넷플릭스 드라마인 'Emily in Paris'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요.


미국인은 일하기 위해 산다.
하지만 프랑스인은 살기 위해 일한다.


미국인과 유럽인의 마인드 차이를 풍자하는 말인데 농담인 줄만 알았다가 이게 어느 정도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럽인들 입장에서는 '쉼'이 굉장히 중요한데 '성장'을 위해 휴가도 반납하며 밤낮으로 일하는 미국인과 한국인 입장에서는 너무나 새로운 개념이죠.


그렇다고 이들이 미국이나 한국처럼 미친 듯이 화려하게 노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보통 미국이나 한국에서 좀 논다는 사람들이라면 명품 옷을 쫙 빼입고 클럽이나 리조트를 빌려 비싼 술을 마시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해변이나 공원에 앉아 노을을 보며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는 게 전부인 것 같았거든요.


(물론 유럽의 서민적인 측면만 본 걸 수 있겠지만) 확실히 미국이나 한국보다 소유욕이 낮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 심지어 개인 집에도 프라이빗 비치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포르투갈의 경우 대서양과 맞닿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빗 비치라는 개념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명품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이 없었고 몇백 년 된 길들이 울퉁불퉁 좁아서 그런지 비싼 차를 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확실히 개인이 소유하기보다 공원이나 광장 같은 공공시설을 함께 쓰자는 마인드가 더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국만큼 화려하거나 압도적이지는 않았지만 소박하고 정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그 한국인 가이드의 현지 남자친구께서는 포르투갈도 미국이나 한국처럼 열심히 일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포르투 도심 중심에 새로운 지하철을 깐다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정해진 기간보다 일 년을 넘어 아직도 진행되고 있나 봐요. 소포는 일주일이 기본이고 한 달이 넘게 걸릴 때가 많고 일 처리가 느리다 보니 현지인들도 아주 답답함을 느끼나 봅니다.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 떨어져서 24시간 편의점과 로켓 배송을 경험한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참 궁금하네요.




4. 글을 마치며


어떤 이들이 말하길 유럽인들은 ‘백조’ 같다고 했어요. 겉으로는 우아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사실 물밑에선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는 거죠. 솔직히 유럽에 오니까 문화와 역사에서 오는 위엄이 남다른 것 같아요. 이곳에 비하면 며칠 전 다녀온 라스베이거스조차 초라하고 공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이곳에 와서 돈을 쓰며 좋은 것을 누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인, 중국인,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그 자존심 세다는 파리지앵들도 영어로 주문을 잘 받아준다고 합니다. 특히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약소국이다 보니 모든 직원이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잘하고요.


이번 글에서는 미국이 좋다 한국이 좋다 유럽이 좋다를 비교하려는 게 아닙니다. 한국인들은 미국의 영향으로 많이 미국스럽잖아요. 한국과 미국은 둘 다 엇비슷하니 생각의 틀을 좀 더 넓히고자 유럽의 가치관을 잠시 빌려 온 것뿐입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데 유럽인처럼 산다? 반대로 유럽에 살고 있는데 한국인처럼 산다면 아주 답답하고 불편하겠죠.


결국 우리는 한국인답게 살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구 건너편에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면 좋잖아요. 여기 사람들은 요즘 K-Pop에 매료돼서 어떻게든 떡볶이랑 한국식 치킨 먹으려고 애를 쓴다네요. 한국도 대단하지만 오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보려고 한식당을 찾거나 K-드라마를 온전히 이해하려고 한글을 배우려는 이들도 참 대단한 거 같아요.


지구는 크고 넓으니 우리 모두 내가 아는 세상을 넘어 많이 보고 배워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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