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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Jun 27. 2022

유럽에서 세계 패권의
흐름을 상상해 본다

Written by 클래미

1. 지금은 확실히 미국의 시대


이전에도 말했지만 대학생 때 10일짜리 유럽 패키지여행을 제외한다면 유럽을 제대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해 5월부터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거쳐 이곳 파리까지 약 두 달 동안 유럽 여행을 하다 보니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깊게 보고 배울 수 있었는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유럽에 대한 선입견들이 많이 깨졌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파리의 경우 사람들이 불친절하고 거리는 지저분하다는 안 좋은 인상이 있었는데 (과거에는 그랬을 수 있겠으나) 최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종업원들과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으며 영어를 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고

길거리에서는 히피나 집시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했으며

대중교통 시설들은 대부분 깨끗했고 기차나 지하철은 대부분 제시간에 도착했다는 것입니다.


여행하는 동안 인종차별 같은 불쾌한 상황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한국 사람이냐며 먼저 반갑게 다가오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 나라 언어로 간단한 인사말 정도 하면서 아주 편안하게 여행하고 있습니다.



(*부록) 지하철에서도 인터넷 사용이 가능했고 우리가 벌써 유럽에 적응됐는지 LTE도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에 에어컨이 없는 게 아쉬웠지만 창문이 열려있어서 그렇게 불쾌하지 않았고 옛날식 건물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도심에 있는 신식 건물의 경우 작더라도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생기기 전에 도심 인프라가 건설되었다 보니 길이 넓지 않아 운전하기 어려워 보였으나 한국처럼 대중교통 시스템에 잘 구축되어 있고 상점들과 주거지역이 붙어있어서 도보로도 다니기 충분했습니다. (오히려 미국처럼 마트 하나 가려고 차를 타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 훨씬 편리했어요) 찾아보자면 익숙한 한국보다 불편한 점이 많겠으나 생활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으며 파리는 물론 마드리드, 세비야, 리스본 같은 유럽의 대도시의 경우에도 서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레스토랑 직원이 우리가 한국인인 것을 말하기도 전에 알아채고 (나중에 물어보니 옷차림과 언어만으로 어느 정도 구별 가능하다고 하네요) 다소 유럽스럽지 않게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니 구글 리뷰와 인스타그램 홍보를 부탁받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각성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콧대 높은 파리에서마저 영어가 대중화되고 구글 리뷰 및 인스타 홍보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힌 것으로 보아 이것이 현시대 미국의 패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천 년의 로마도 몰락했고 유럽의 제국주의도 막을 내린 것으로 보아 미국의 패권도 결코 영원하진 않을 텐데 그렇다면 과연 누가 미국의 패권을 이어받을지 궁금해졌습니다.




2. 선진국 고질병, 유럽은 어떻게 대응하나


미국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잘 알다시피 길거리에 쓰레기 넘쳐나고 노숙자도 많고 대중교통은 위험하고 지저분해서 잘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요즘 미국의 뉴스를 보면 빈부격차와 인종 갈등 같은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거의 재활용을 하지 않아서 음식물이 든 플라스틱 박스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곤 하는데요. (소문에 의하면 재활용하기보다 제3개국에 내다 버리는 게 비용이 더 저렴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제가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정부나 시민들이 환경보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최근 EU에서는 폐기되거나 사용하지 않는 케이블 선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2024년까지 유럽 내 모든 충전선을 '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처음에 들었을 땐 국가가 사기업의 생산품을 통제하는 것 같아서 조금 놀랐는데 아마 미국이나 한국에서 이와 같은 법안이 시행된다면 기업들의 반발이 꽤 클 것 같습니다.



또한 파리에서 처음 스타벅스를 갔을 때 좀 당황스러웠던 게 빨대는 당연히 안 줬고 (종이 빨대도 없습니다) 아이스 음료도 종이컵에 넣어서 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음료를 다 마실 때면 컵이 흐물흐물해져서 불편했지만 그만큼 유럽의 정부와 시민 그리고 기업이 얼마나 환경보호에 진심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부록) 운 좋게 파리 현지인과 식사할 기회가 생겨서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물어봤는데 크게 ‘이민자 갈등’과 ‘기후 변화’라고 말해주셔서 이에 대해 토론해 보았습니다.


A. 이민자 갈등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백인 대 흑인이 아닌 현지인 대 난민 간의 갈등이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아프리카 흑인들이 일찍 유럽에 와서 정착했기 때문에 백인과 흑인 간의 차별은 거의 없고, 대신 최근에 이민 온 중동 사람들이 아직 유럽 문화에 정착하지 못해 관련 사건 사고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인의 출산율은 떨어지고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중동 사람의 출산율은 높아서 걱정이라고 하네요. (참고로 미국과 프랑스의 이혼율은 50%가 넘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입니다. 한편 한국의 이혼율은 3~4% 수준이지만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이혼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아 이혼을 못 하는 케이스도 많을 텐데 이게 가정폭력 등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기에도 어려울 것 같네요)


미국에서도 백인의 출산율이 줄어들고 멕시칸의 출산율이 늘고 있어서 요즘 백인의 비율이 절반을 넘지 못한다고 하던데 부유할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한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 모두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꼴찌입니다)


B. 기후 변화


20년 후 런던이 바르셀로나만큼 더워질 거라는 연구 결과와 함께 최근에 파리도 6월 중순인데 38도까지 올라 프랑스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흥미롭게도 프랑스 자체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단 적도나 남반구 사람들이 과도하게 프랑스로 이민을 오는 것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이것은 앞서 말한 이민자 갈등을 극대화시키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는 이상기후라 하면 농수산업 쪽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별로 공감하지 못할 텐데, 유럽의 경우 EU 내에서는 비자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보니 또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게 신선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유럽인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채식을 하거나 (축사를 기르고 도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들어감) 로컬 푸드나 제품을 더 이용하려고 (화물 운반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됨) 노력한다고 합니다.


물론 유럽이 산업혁명을 먼저 일궈내면서 남들보다 환경을 먼저 오염시켰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지만 (그래서 이제 막 개발하는 나라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할 수 있음) 국가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환경 보호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싶네요.



본론으로 돌아와 18세기 영국의 산업 혁명을 시작으로 유럽이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고 그 연장선으로 과학 기술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금은 새로운 땅 미국이 패권을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대적으로 중요한 키워드가 바뀐다면 패권의 흐름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만약 환경보호와 같은 키워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면 미국이 저물고 유럽이 다시 떠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3. 세계 패권의 흐름 상상해 보기


유럽을 여행하다 보니 EU가 생각보다 똘똘 뭉쳐있다는 것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엄연히 다른 국가임에도 거의 한 나라처럼 편하게 왕래가 가능하고 같은 화폐를 사용한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미국도 50개의 주로 이뤄진 연합국이잖아요.

그렇다면 미국 다음 패권을 누가 쥐게 될까요? 물론 현재로서 미국이 다방면으로 최강국이다 보니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미국을 맞설 나라가 생긴다면 단일 국가가 아닌 각자의 강점으로 묶인 연합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최근에는 물리적 거리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블록체인처럼 탈중앙을 향해 나아가는 현실에 비추어 상상해 보건대, 다른 대륙이지만 사이가 좋은 나라들 혹은 기업들이 새로운 모습의 연합을 만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정답은 모르지만 이번 유럽 여행을 통해 세상의 흐름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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