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진정성, 신념이라는 말의 허상에 대하여

by 책방삼촌


언제부터였는지 '진심', '진정성', '신념'같은 단어들이 본래의 무게를 잃고 가볍게 부유하는 것을 목도하였다. 누군가는 자신의 행동을 포장하기 위해, 또 누군가는 타인의 행동을 재단하기 위해 이런 말을 꺼내든다. 이 말의 뻔한 뜻보다는 뒤에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진심'이란 건 존재 유무도 의문이지만

허무로 흩어질 우려가 있는 말에

수식어로 헐겁게 부착한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고.

그렇게 나의 고결한 선의가

산화하지 않도록 단속하는 용도로 쓴다.


'진정성'이란 말은

텍스트보다 콘텍스트,

문장 하나보다는 태도에서

주로 읽어낸다.

울분을 토하면,

무릎이라도 꿇으면,

힘 주어 분명하게 확언하면

진정성이란 게 어딘가에서

마법처럼 튀어나오는 모양이다.


'신념'은 대체로 아름답게 포장된다.

신념을 기반으로 하는 선택은

결국 옳다고, 당신이 무조건 옳다고

영악하게 감싸주는 말이 잘 팔리는 시대다.

그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신념을 품었다는 그 자는 누구인지

우선 궁금해 해야 한다.


진심이란 수식은

진심이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진정성이란 빳빳한 옷을

비틀어진 몸에 걸치는 건 위험하다.


신념은 제대로, 지속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자가 품어서는 안된다.


나는 이 말들을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