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와 세계

by 책방삼촌


해 질 녘 산책 중 놀이터를 지나며 흐뭇하게 들어오는 풍경. 아장아장 걷는 것도 쉽지 않은 아기가 시소 타기에 도전 중이다.


무섭기도 하지만 호기심도 사그라들지 않아 어기적대는 아기를 어린 부모가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고 있다.

드디어 시소 안장 위 올라앉기에 성공하는 아기. 찬사와 환호를 받으며 입을 함박 열고 방글방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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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광에 대해 반응하는 아기는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르지 않는다. 신이 나서 반대편 자리로 뒤뚱뒤뚱 걸어간다. "와! 잘한다." 부모는 또 손뼉을 보낸다.


"또, 또, 또." 아기가 옹알거리며 다시 반대편으로 가는 장면에서 현이의 어린 시절이 저리게 와서 박힌다. 꼭 저랬었지. 저 무한 반복 같은 움직임 앞에 부모의 찬사는 서서히 볼륨을 줄이기도 한다. 무심코 하게 되던 말, "이제 그만 가야지." "그러다 아야 해."


무한 반복이라 했지만 진짜 무한일 리 없다. 그만하고 싶어 하는 때가 올 텐데, 나는 그럼에도 그 순간을 무한으로 인식하고 쉽게 지치던 아빠는 아니었을까. 안전을 핑계로 잘게 경험할 위험의 기회를 막아서진 않았을까.


놀이터에서 마주하는 작은 위험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형성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모험과 흥미와 그에 따르는 위험과 대처 등이 자연스럽게 인식되면서 심리적 근육과 태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잠시 다른 얘길 했지만 아기들이 자라서 만나게 될 어른의 세상에선 반복의 기회도, 그 정도 작은 성취에 보내는 찬사도 사라져 버리진 않는가. 오르다 실패하고 나면 재차 도전하도록 기다려 주긴 하는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격려는 실재하는가.


더 기다려 줄 것을. "또, 또, 또......" 그 말이 끝날 때까지, 더, 더, 더...... 스스로 멈추겠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을.


나는 어떤 아빠였을까. 우리 앞에 놓인 시소는 아기에게 어떤 세계가 되어 주었을까.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