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우리는
한 뼘쯤 자라
오늘의 우리와 다를 것이고
우리는 다시 우리가 될 때마다
늘 새로운 우리다
우리의 질박한 말들이
타인의 유려한 문장 사이를 흐를 때
오늘 우리는 또 다른 우리가 된다
잎맥을 타고 번지는 초록이든
여울에 부서지는 물비늘이든
그 아득한 기억으로
어제와 오늘의 나는
한 발 늦춘 걸음을 약속한다
나는 느리므로 지금,
세월의 무늬 새기며 한 칸씩 이어가듯
한 뼘 줄어든 보폭으로 너를 지킨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우리는 매일 조금씩 자라거나 닳아지면서 어제와는 다른 낯선 사람이 된다. 그러니 '우리'라는 말은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매일 새로 써야 하는 동사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나누는 말들은 세련되지 못해서 투박하고 촌스럽게 들린다. 하지만 그 질박한 말들이 쌓여 서로의 틈을 메울 때, 우리는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무늬를 갖게 된다. 나무가 사계절을 견디며 제 몸 안에 짙은 나이테를 새기듯이.
당신과 나 사이에 놓인 이 시간들을 본다. 잎맥처럼 섬세하게 퍼져나가는 기억들, 그리고 그 위를 걷는 우리의 묵직한 발걸음. 나는 겹쳐진 이 낯설고도 익숙한 것들이 좋다.
이 겹들이 모여 단단한 옹이가 될 때까지, 나는 기꺼이 나의 속도를 당신에게 맞춘다. 그렇게 한 뼘씩, 우리는 우리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