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래 금으로 타오르다
밤이 되어서야 하얗게 질리는
아득한 모래알의 군집
백사장 너머
시야가 닿지 않는 인식의 변방,
길고 긴 백색의 언덕 너머에
콰콰콰, 연달아 포탄이 터진다
지금이 아닌
과거를 충격하는 파도 앞에서
이제 타인이 되어버린 그날의 나를
나는 벌하거나 용서할 수 있는가
오락가락하던 무중의 나를
몇 번이고 덮어주던 바다 같던 친구는
뉘우침 매달아 건넨 기별에
더 이상 답이 없고,
모래언덕 너머 포탄이 쓸고 간 자리에
발굴된 나를 용서할 이는,
지금의 나뿐이다
부끄러워 손을 내밀 수 없고
미움에 갇혀 차마 잡을 수 없다
바다의 타격은 끝이 없고
해운(海雲)은 밤의 기운 아래 냉정한데
나는 구름으로 숨고 싶고
차라리 저 모래알로 부서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