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운대

by 책방삼촌

밤의 해운대


햇살 아래 금으로 타오르다

밤이 되어서야 하얗게 질리는

아득한 모래알의 군집


백사장 너머

시야가 닿지 않는 인식의 변방,

길고 긴 백색의 언덕 너머에

콰콰콰, 연달아 포탄이 터진다


지금이 아닌

과거를 충격하는 파도 앞에서

이제 타인이 되어버린 그날의 나를

나는 벌하거나 용서할 수 있는가


오락가락하던 무중의 나를

몇 번이고 덮어주던 바다 같던 친구는

뉘우침 매달아 건넨 기별에

더 이상 답이 없고,

모래언덕 너머 포탄이 쓸고 간 자리에

발굴된 나를 용서할 이는,

지금의 나뿐이다


부끄러워 손을 내밀 수 없고

미움에 갇혀 차마 잡을 수 없다

바다의 타격은 끝이 없고

해운(海雲)은 밤의 기운 아래 냉정한데

나는 구름으로 숨고 싶고

차라리 저 모래알로 부서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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