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01. 책방에 사는 이유

by 책방삼촌


피고는,

중력이 벚꽃 잎을

찬란히 흩어 끌어내리던 봄날

홀로 울어본 적이 있습니까?


- 네


피고는,

텅 빈 회색 광장에서

몸 하나 겨우 숨길 수 있는 투명한 구덩이에

덩그마니 앉아

하염없이 울어본 적이 있습니까?


- 네


그럼에도,

그 울고 있는 어깨를

누군가에게 기대어 내어 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습니까?


- 네


실컷 울고 싶었던 날,

찾아갈 곳이

그 외로운 곳 밖에 없었나요?

어깨 토닥여 줄

뭉툭한 손 하나 없었나요?


- 네


그대는,

넘치도록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자기 자신을

대책 없이 방치하였습니다.

이는

중대한 자기방임의 고의에 해당합니다.

알고 있었습니까?


- 몰랐습니다.


그대...

지금, 뒤를 돌아보세요.

무언가 보입니까?


- 네...


... 합의는 불가능합니다.

그 어깨에 기대어, 지내며 반성하세요.

대신

감싸는 목소리는 부드럽고

토닥이는 손길은 섬세할 겁니다.


그대를...

무기한 책방 연금형에 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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