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4월에게

by 책방삼촌


술잔이 입에 채 닿기도 전에

취한 듯 마음이 먼저 흐릅니다


바람이 닿기도 전에

한번의 들숨이 깊어지는 걸 보면


아기의 장난이 나오기도 전에

내 입가에 먼저 피어나는 미소를 보면


묻기도 전에

다정한 목소리 먼저 건네는 그대를 보면


닿기도 전에 취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연두빛 물결 일렁이는 4월을 지나

우리의 언어와 감각이 쪼그라들고

이 계절의 기적이 멈추지는 않을까

심려하는가요


술잔을 들이켜기 전에

취하지 않는다고


숨결만 스쳐도

깨닫지 못한다고


우리 언어가 서로를

비껴가기 시작한다고


기적이 일상처럼 계속되지 않는다고

그걸 꾸짖는다면

봄도 울고 말 거예요


다시 4월이 오길 기다리고


다시 4월이 오지 않아도

기억하고 있고


기억이 남았다면

다시금 사랑하고


기억이 남지 않았다면

새로이 사랑하면 돼요


그대는 오늘,

단 하나의 호흡이라도

놓치지 않기를

이 계절의 찬란함을

가득 안아 간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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