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그대 아프던 곳 이제

by 책방삼촌

얼굴 없는 편지로

겨울을 나고

닿지 않는 호흡으로

서로를 건너보았지요

볼 수 없으니

쫑긋 세워 소리를 들었지요


움트는 힘에 기대어

마침내 우리가 만났어요

막상 미소는 어색해도

오래 나눈 우리의 문장들이

곁에 함께 앉아 주었지요


상실의 아픔이 있던 그 벽에

무욕의 미소를 얹고

눈물이 고였던 굴곡엔

정다운 우리 이야기로

곱게 물든 그림자를 드리우겠어요


이제

그대 아프던 곳이

우리 웃으며 걷던 길도 되어요


잔인했던 날을

영영 잊을 수는 없어도

따뜻한 기억의 이파리 몇 장쯤

해 드는 자리에

가만히 놓아두는 일,

그거면 되었어요


우린 이제

이 봄날을, 여름날을

다시 그 벽에 새기며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으로

다정히, 함께 사랑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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