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과 그림자

by 책방삼촌


그늘과 그림자


숲의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그늘을 따라 싱싱한 바람이 흐르고

걸음마다 나른함이 스민다

아, 더할 나위 없구나


그러다 알게 되었다

이 숲의 그늘은 내가 품은 소망이자

나무들이 드리운 어두운 내면의 총합임을


필요한 때 너에게 그늘이 되고 싶으나

내 그림자로 너의 찬란한 날을 덮고 싶진 않다

하나의 본질에 여러 얼굴이 겹쳐 산다


오늘의 바람은 입체감을 품고 불어온다

정물로 버티고 선 아카시아 나무와

파랑파랑 떨리는 이파리의 모양에 상기된다


내 너의 아침을 살랑이는 바람으로 간지럽히되

뿌리째 흔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아는 사랑의 모양,

오늘도 그늘 아래 숨겨둔 마음의 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