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그늘을 따라 싱싱한 바람이 흐르고
걸음마다 나른함이 스민다
아, 더할 나위 없구나
그러다 알게 되었다
이 숲의 그늘은 내가 품은 소망이자
나무들이 드리운 어두운 내면의 총합임을
필요한 때 너에게 그늘이 되고 싶으나
내 그림자로 너의 찬란한 날을 덮고 싶진 않다
하나의 본질에 여러 얼굴이 겹쳐 산다
오늘의 바람은 입체감을 품고 불어온다
정물로 버티고 선 아카시아 나무와
파랑파랑 떨리는 이파리의 모양에 상기된다
내 너의 아침을 살랑이는 바람으로 간지럽히되
뿌리째 흔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아는 사랑의 모양,
오늘도 그늘 아래 숨겨둔 마음의 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