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궐 Apr 30. 2024

우와와!! 됐다!! 합격이다!!

65_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설마 이렇게 다시 올 줄 몰랐는데.”


약 한 달만에 다시 기숙학원에 오자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이 곳에 오니 무조건 조용히 하고, 종이 치면 무조건 강의실이나 자습실에 가서 공부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기숙학원은 학생들이 없어 고요했고, 복도에서 크게 이야기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종 치면 애들하고 미친 듯이 달렸는데...’


담임실로 가기 전에 선택 수업 강의실을 지나치는데,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급하게 뛰어가던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 때 기숙학원의 생활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막상 끝나고 뒤돌아보니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이상했다. 


“선생님.”

“어. 진수야. 잘 지냈니?”

“네. 알바하면서 그 동안 쓴 돈 벌고 있습니다.”

“그래. 그 돈 잘 모았다가 대학교 등록금은 네가 내라.”

“그래야죠.”


담임실로 가니 상담 준비를 하고 있는 담임 선생님이 있었는데, 앞서 상담들로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

부모님이 비타민 음료수와 빵을 사 가지고 와서 드리자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저희 아들의 학원 생활은 어땠나요?”

“초반에는 딴짓도 많이 하고, 쉽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어머님에게 나가고 싶다고 전화도 많이 했었죠.”

“네. 그렇죠.”

“근신을 한 번 섰던 것이 약이 되어 이후에는 정신차리고 잘 했습니다. 수능 성적도 모의고사 대비 많이 올랐고요.”

“그렇군요.”


부모님은 담임 선생님과 상담 전에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에 실력과 운이 겹쳐서 정말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네요. 이제 이 안에서 정시 지원을 짜려고 하는데, 미리 진수에게 대학교와 학과를 들은 게 있으신가요?”

“아니요. 애한테 맡겨서 아직 모릅니다.”

“그렇군요. 사전에 진수에게 가고 싶은 대학교과 학과를 물어보니 E대, F대, G대를 이야기하더군요. 지금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대학교는 G대이고, E대와 F대는 상향으로 지원하려는 생각이라고 봅니다.”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 담임 선생님이 말한 3개의 대학교는 운이 좋게도 각 군에 하나씩 지원이 가능했다.


재수를 한 이상 삼수는 없다는 생각에 G대 경영학과를 지원하고 싶다고 썼는데, 내 수능 성적으로 무조건 붙을 수 있는 성적 라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E와 F대는 학과 상관 없이 상향 지원해서 합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출했다.


“저도 진수와 생각이 거의 비슷합니다. 혹시 대학교가 아닌 학과를 보고 갈 생각은 없니?”

“학과요?”

“응. 보통 애들이 대학교를 많이 보고 간 뒤에 전과나 복수 전공을 생각하는데 그게 쉬운 게 아니니까. 4년 동안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니 대학교 라인을 조금 낮춰도 학과를 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

“거기까진 생각을 못 해봤어요. 지원 전에 고민해볼게요.”


담임 선생님의 말을 꼽씹어보니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 뒤로 내 성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아보는데, 최근 학원을 다니며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교대나 사범 계열로 진학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대학교를 졸업할 때 임용 자격증 하나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취업 걱정은 다른 애들보다 덜하니까. 대신 임용 시험을 봐야하니 이게 쉽지 않겠지만.”


이렇게 내가 관심 있어 하는 학과들도 알아보며 여러가지 루트를 열어놓았다. 더불어 부모님이 궁금하는 점들도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로 개인적으로 인터넷에서 결제한 정시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아야 할 지,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상담이 끝났다. 물론 나중에 필요하면 담임 선생님에게 메시지를 남기면 답변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찬혁아?”

“응. 오랜만이야!”


상담을 마치고 나가는데 정문 쪽에서 룸메이트였던 찬혁이를 만났다.

서로 수능을 보기 전 연락처를 주고 받았고, 연락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숙학원 생활이 끝났고, 동갑이어서 존댓말이 아닌 편하게 말하기로 했다.


“어떻게 정시 쓸 지 정했어?”

“응. 법학이나 경찰 쪽 진학을 염두하고 있어.”


찬혁이의 성적은 작년 대비 잘 나왔는데, 진학하는 대학교 라인이 자신과 비슷했다.

고민 끝에 사관학교는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원하는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사관학교를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학교에 가면 ROTC에 지원해 장교로 복무할 수 있기에 이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누고 나중에 서울 쪽에 대학교 방을 구하거나 시간이 되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아들, 상담해보니 어땠니?”

“괜찮았어요. 근데 어디로 갈 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

“그래. 아직 시간 있으니 충분히 생각해보고 결정하자.”


차를 타고 부모님과 이야기하니 전적으로 내 의사에 맡기는 분위기였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교에 가라고 해도 어차피 본인이 싫다고 하면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싸울 바에야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맡기겠다는 입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래. 이렇게 쓰자!”


며칠을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일단 대학교는 E대, F대, G대로 쓰기로 했고 학과는 영어 교육 쪽으로 정했다.


고등학교 생기부에 영어 내용이 많을 정도로 영어가 재미있기 떄문이었다.

그리고 최근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르치는 것에도 흥미가 생겼고, 나중에 취업을 생각하면 임용 시험이 걸리긴 하지만 괜찮다는 판단이었다.


이렇게 정시 3장으로 원서 접수를 하고 결과가 나기를 기다렸다.




정시 결과가 나기까지 약 한 달 정도가 걸린다.

그 때까지 일상은 평범할 정도였는데, 이건 보통 사람의 기준이지 내 기준에서는 굉장히 재미있는 나날이었다.


학원에서 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영어 문법반이 필요하여 방학 한정으로 수업을 하기로 했다.

이렇다보니 노는 데 시간이 없지만, 그래도 금융 치료가 되니 버틸 수 있었다.


“드디어 오늘이다!”


시간이 지나 정시 발표 날이 되었다.

지원한 3곳의 대학교가 동시 발표하는데,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되었다.


이제 이름을 비롯한 수험번호와 생년월일 등 정보를 기입하면 바로 확인이 가능했다.

어디부터 확인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합격에 가까운 G대부터 확인했다.


“부, 불합격?!”


화면을 보자 너무 놀라 당황스러워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G대에 예비 번호가 있지만 500번 대였다.


일반적으로 이렇다면 그냥 합격의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이게 정상이었다.


G대는 자신보다 높은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많이 쓰는 학교로 추가 합격으로 매년 1000번대까지 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500번대면 추가 합격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시간을 기다리면 될 터였다.


“여긴 떨어졌네.”


F대를 확인하니 불합격이었다.

예비 번호가 있어 혹시나 싶어 작년 추가 합격 번호를 확인하니, 올해 추가 합격이 어렵다고 여겼다.


작년과 달리 올해 F대는 정시 모집 인원이 적어 작년보다 추가 합격 인원이 줄거라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E대는 잘 모르겠다.”


E대도 불합격으로 예비 번호가 떴다.

그런데 작년 추가 합격 번호를 보니 아슬아슬하게 문을 닫고 들어갈 예비 번호였다.

그렇지만 F대가 안 되는데, E대가 될 리 없다고 생각하고 빨리 마음을 접고 G대의 연락만을 기다렸다.




며칠 후, 서울 지역번호가 기입된 번호가 부재중 전화로 찍혀 있었다.

학생들 수업 할 때는 집중하기 위해 핸드폰을 교무실에 놓고 들어가는 편이었다. 그리고 부재중 전화 리스트를 보니 엄마 전화도 있었다.


“진수야, 너 E대에서 합격했다고 연락왔어!”

“저, 정말요?!”

“그래. 일단 등록한다고 해 두었는데 할 거지?”

“다, 당연하죠!! 무조건 가야죠!!”


정시 원서 접수할 때 내가 연락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어머니 번호를 기입해두어, 어머니에게 연락이 간 것이었다.


“우와와!! 됐다!! 합격이다!!”


전화를 끊자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이 곳이 학원 교무실이라는 것을 잊고 소리쳤다.

주변 선생님들이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고, E대 교육학과에 지원했고 합격했다는 말에 모두가 기뻐해주었다.


다음 날 G대에서 추가 합격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지만, E대에 가는 것으로 확정했기에 등록을 거절했다.

이 소식을 같이 기숙학원에 다녔던 친구들에게 전하고, 학원의 담임 선생님에게도 전달했다.


운이 좋게도 찬혁이도 E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불어 몇몇 친구들도 E대에 붙어 올해에는 같은 캠퍼스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재수를 향해 달려온 마라톤이 드디어 끝이 났다.

물론 대학교에 입학하면 다시 졸업하기 위한 마라톤을 다시 시작할 터였다.


처음 기숙학원에 들어가기 전을 떠올려보았다.

결과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확정지을 수 없었다. 다만 남들보다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겠다는 목표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기숙학원에 들어가니 열심히 하는 학생, 대충 하거나 노는 학생, 몰래 학원 규칙을 어기는 학생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친구들이 있었다.

초반에는 학원 적응을 못하고 많이 방황했지만, 해야 할 것이 공부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 때부터는 정신차리고 공부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


재수를 한다고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었고, 열심히 노력해도 성적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소수에 불과했기에 열심히 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 삼수라는 선택를 하지 않아도 되고, 원치 않는 대학교에 진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아쉬운 결과가 나와 다시 도전하는 학생이 있을 것이고, 좋은 성적을 받았어도 원하는 목표가 높아 다시 공부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기숙학원의 경험이 정신적으로 성숙해 질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어떤 도전을 하게 되거나 시작할 때 이 때의 경험으로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나는 기숙학원에서 고등학교 4학년을 졸업하고 대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