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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생활을 그만 둔 이유

한 곳에 정착하기 어렵다.

by 은궐


제주도의 회사는 약 5년 정도 다녔는데, 그 이유는 회사 기숙사 제공과 일하는 재미였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1층과 2층이 사무실이었고, 3층의 회사 기숙사에서 거주하고 있어서 출퇴근의 메리트가 굉장히 컸다. 일반적으로 출퇴근 한다고 했을 때 최소 30분에서 1시간이 걸리는데, 나는 3분이면 왕복 출퇴근이 가능했다.


일은 진짜 힘들었다. 6개월간은 하나부터 일을 배우면서 내게 주어진 업무들을 처리해야 했기에 밥 먹듯이 야근 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프로그램들을 다루고, 스케줄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조금씩 성과와 함께 내 실력이 늘어난다는 것이 즐거웠다.


더불어 여러 사람들과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을 때 굉장히 희열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 끝에 아래의 이유들로 제주도를 떠나기로 했다.




1. 회사 내부 사정과 어려운 제주도 취업

다른 직원들로부터 회사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업무를 통해 회사 재무 상태에 대해서도 파악이 되니 시간이 갈수록 답이 보이지 않았다.


퇴사를 하기로 마음 먹고 다시 재취업을 알아보니 제주도에선 쉽지 않았다.

제주도는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 동네라 서비스업으로는 쉽게 취업이 가능하지만, 이 외의 업계에는 취업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래서 재취업을 하기로 마음 먹고 회사를 알아볼 때 제주도가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 쪽으로 알아봤다.



2. 교통

도내에는 차가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지만, 문제는 본가에 일이 있어 올라갈 때다.

본가에 가기 위해선 무조건 비행기를 타야 했다.


일단 코스를 이야기하면 회사에서 차를 끌고 가서 제주대학교에 주차한 뒤 버스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간다. 그 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타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 편도로만 6 ~ 7시간이 걸렸다. 1년에 평균적으로 4~6번을 왔다갔다 했더니 더 이상 이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연휴 기간을 피하면 비행기 값이 쌌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제주도를 내려온다고 하면 금요일 오후나 저녁에 비행기 값이 비싼데, 나는 반대로 그 시간에 육지로 가기 때문에 비행기 값이 생각외로 많이 세이브 됐다. 다시 제주도로 내려올 때도 사람들이 많이 올라갈 때 내려가니 가장 싸게 비행기를 탔을 때 왕복으로 4만원에서 6만원 정도였다.



3.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제주도가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지만, 내가 있을 때에도 물가가 만만치 않았다.


제주도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품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육지에서 만들어 이동하는 과정에서 운송비가 붙어 비싸게 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택배를 시킬 때에도 제주도는 추가 택배비가 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이 다니는 곳으로 다니고, 웬만하면 집에서 음식을 해 먹다보니 식비에서 생활비가 많이 세이브 되었다.


제주도는 육지 대비 임금이 적은 대신에 집 구하는 비용이 비싸지 않다.

그런데 당시 회사에서 기숙사 제공을 해서 적은 비용으로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 있는데, 이 회사를 그만 둔 뒤 제주에서 집을 구해서 다른 회사를 다닐 것을 계산해보니 저축 하나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럼 굳이 제주도에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제주도를 떠나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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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떠나기로 결정한 뒤 이직을 알아보았고, 3개월만에 경기도로 재취업이 확정되었다.

이직을 하기 전까지는 2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어서 다니던 회사에 퇴직을 이야기함과 제주도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피가 큰 물건들은 가지고 갈 수 없어서 다 중고거래로 판매하고, 꼭 필요한 물품만 챙기다보니 차에 딱 들어갈 정도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차도 가지고 가야 하니 비행기가 아닌 완도행 배표를 결제하고 주변 사람들과도 인사하며 좋게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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