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생활의 장단점
첫 독립의 시작은 제주도 월세 였다.
물론 이전에도 대학교 기숙사 생활이나 노량진 고시원 등 혼자 살 때가 있었으나 조금이라도 금전적으로 부모님 도움이 있었기에 사회 생활을 하며 독립은 이게 처음이다.
근데 나는 제주도 사람이 아닌데 제주도에서 월세살이를 하는 걸까?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직장을 알아보다가 제주도의 애니메이션 회사에 시나리오 작가로 합격했기 때문이다.
보통 시나리오 작가는 외주로 많이 뽑으나, 감독 및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소통이 원활하 지 않아 불편한 팀이 있기도 해서, 이 회사는 내부에 작가를 뽑아 일을 하려는 것이었다.
더불어 이 회사는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시작 단계에 있었고, 많은 디벨롭 작업들이 필요하여 작가들의 손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회사의 장점은 메리트가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 한다는것인데, 당시 기숙사에 남는 방이 없어 약 6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했기에, 불가피하게 6개월 정도 지낼 방을 알아봐야 했다.
일단 차가 없었기에 도보 혹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해야 했다.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보니 회사에서 도보로 다닐 수 있고,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 짜리 원룸을 찾을 수 있었다. 인터넷은 셋팅되어 있고, 수도세와 전기세는 방에 계량기가 달려있어 매달 추가로 내야 했다.
네이버 지도상으로는 도보로 23분이 찍히지만, 제주도 산 중턱 쯤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월세방에서 회사까지 완전 오르막길이었다. 그래서 약 30여분의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주변에 아파트들을 비롯하여 카페, 편의점, 동네 마트 등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만, 처음엔 그 땐 아무것도 없었다.
덕분에 그 때 장을 보러 가려면 월세방에서 제주대학교 입구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하나로마트로 가서 물품을 구입한 뒤, 다시 버스 타고 온 후 걸어서 월세방까지 가야했다. 이동 시간만 거의 왕복 3시간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극한으로 월세 살이를 했냐면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월세 방에는 정수기가 없다. 하물며 물을 사 먹는 것도 주변에 마트에 없기에 사 먹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 때 내가 선택한 건 퇴근할 때 회사 정수기에서 물을 떠서 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백팩에는 물병 2개가 담겨져 있었다.
더불어 여름에는 물을 냉동실에 얼려서 차갑게 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채워 껴 안고 잤던 기억이 있다.
월세방에 에어컨이 없었고, 전기 난방이라 전기세가 어마무시하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 생활은 12월 중순쯤에 끝이 났는데, 위에서 언급한 대로 회사 기숙사에 빈 방이 나왔다!
월세방에는 정말 짐이 없었다.
회사 명의가 승용차가 있었는데, 이 차를 이용해 한 번에 모든 짐을 옮길 수 있는 정도였다.
정말 6개월만 버틴다는 생각으로 있었기에 이불과 냉장고에 넣어놓는 먹을 거리, 가벼운 조리도구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사 기숙사에서도 월세를 냈었는데 공과금 없이 15만원이었다!
월세 대비 가격이 쌌고, 에어컨과 난방을 빵빵하게 마음껏 쓸 수 있고, 출퇴근 시간이 확 줄어드니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회사 기숙사는 3층이었고, 사무실이 2층이었으니 기숙사를 나오자마자 1분만에 출근 체크가 가능했다.
회사 기숙사로 들어와서 좋았던 것은 편하게 점심 식사 시간을 즐기는 것이었다.
점심 식사는 회사 식당에서 사람들끼리 배달을 시켜 먹거나 밖으로 나가서 먹어야 했는데, 내 방이 바로 위층에 생기니 편하게 점심을 먹고 방에서 쉬다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단점으로는 회사와 기숙사가 붙어있다보니 무슨 일이면 튀어나오는 것이 불편하긴 하나, 출퇴근 거리 시간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장점이 더욱 컸던 것 같다.
덕분에 이 회사 기숙사에서 집 걱정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더불어 제주도 생활은 꽃은 자동차였다.
약 2년 동안 차 없이 뚜벅이 생활을 하다보니 한계에 도달했고, 제주도 생활을 하며 번 돈과 부모님에게 약간의 돈을 빌려 바로 자동차 한 대를 구입했다.
그리고 제주의 구도심(제주시청 및 동문시장)과 신도심(연동)은 버스가 자주 다녀 이 쪽은 자동차가 없어도 되나, 이 외의 지역에는 대중교통이 없어 자동차가 필수였다.
이렇게 차가 생긴 이후 쉽게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거나 용담, 하귀, 표선 등 장거리도 다닐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보면 내 차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제주도 살이를 할 계획이라면 무조건 차를 살 것을 추천한다!!
덕분에 제주도에서 지내는 동안 차 덕분에 산과 바다를 자유롭게 다니며 여가 생활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