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학원은 외부와 통제된 생활로 평상시 밖에 나갈 수 없지만, 한 달에 한 번에 3박 4일의 정기외출 기간에 집에 가거나 부모님과 상의해서 기숙학원에 잔류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잔류를 선택하면 기숙학원에서 지낼 수 있지만, 정해진 시간표대로 자습을 해야 했다.
사전에 부모님과 통화 시간에 정기외출 때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당연히 집에 가는 것으로 정했다.
여기에 남는 건 미친 짓이다!!
밖에 나가면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먹고 싶은 것도 많다.
일단 잠을 푹 자는 것부터 시작해서 굉장히 매운 떡볶이와 바삭한 치킨, 족발 등 학원은 대량조리를 하기 때문에 맛이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단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담임 선생님의 말도 한 몫했다.
"나는 정기외출 기간엔 무조건 집에 가는 걸 권유한다. 재수한다고 계속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 공부할 때 공부하고, 남들 쉴 때 쉬는 것도 중요하니까.
한번 생각해 봐라. 휴가 기간 동안 잔류 선택하고 공부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정작 집에 가는 친구들 보면 미칠 거다.
잔류해도 여전히 핸드폰은 사용 금지에 잠도 마음대로 못 자고 계속 공부해야 하니 잔류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정해라. 다음 한 달도 기숙학원에서 잘 생활하려면 정신적으로 집에 가서 부모님과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잠도 푹 자고 오는 게 좋다!"
이 말에 절실히 공감했다.
어차피 쉴 거라면 제대로 나가서 쉬는 것이 맞다. 물론, 집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그 시간을 견디면 자유가 펼쳐질 것이었다!
학원에선 자차와 학원 버스로 정기외출을 실시한다.
집이 가까운 애들은 부모님이 와서 자차로 가고, 학원 버스는 서울, 대전, 부산, 광주 등 배정되어 사전에 공지한 장소에 데려다준다. 그리고 그곳에 부모님이 오거나 학생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집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학원 버스를 신청했다.
출발일이 주말이긴 하지만 집이 대전이라 학원 버스로 운행을 하고, 부모님이 일을 하시기에 데리러 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정기 외출 출발일로부터 2주 전에 학원 태블릿으로 교통편을 조사하고, 나중에 담임 선생님이 신청 결과를 강의실 보드판에 붙여 놓아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는 건지 확인이 가능했다.
"이번에 축구 경기나 보러 갈까?"
"무조건 침대 밖으로 안 나온다!!"
"나는 짧게 제주도로 여행 갔다 올 거야!"
"배달 음식 시켜 먹으면서 밀린 드라마 보고 게임 할 거다!"
"여자친구와 데이트해야지."
게다가 학원 모의고사도 끝나고 첫 정기 외출을 앞두고 있으니 학원 분위기도 굉장히 들뜬다.
솔직히 나도 그중의 한 명으로, 공부를 하려고 해도 공부가 손이 잡히지 않는다.
곧 바깥으로 나가 맘껏 자유를 즐길 생각에 그냥 빨리 나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리고 몇몇 애들은 학원에서 정한 날짜보다 빨리 가려고 부모님과 연락해 데리러 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 반 애들이 이 이야기를 담임 선생님에게 하자 이건 선을 긋는다.
"점점 외출 날짜가 다가올수록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해. 그런데 갑자기 집에 일찍 가려면 부모님이 오셔야 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회사에 연차를 쓰거나 시간을 내서 가는 거기 때문에 부모님 고생시키는 거다.
그리고 만약 외출 날이 모의고사 날이라고 하자. 모의고사 보기 싫다고 도망칠 거냐? 이 것도 못 이겨내고 뛰쳐나가기보단, 정해진 날짜까지 공부하는 훈련을 해라."
기숙학원은 조기 출발을 금지하고 있고, 담임 선생님도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조기 출발을 금지하고 있다.
학원에 들어올 때 정기외출에 대한 내용을 공지했고, 날짜가 정해져 있다.
이걸 어기고 맘대로 왔다 갔다 했다간 반 분위기가 개판이 될 수 있다고 담임 선생님이 덧붙였다.
생각해 보니 그게 맞다.
지금 정해진 날짜가 있음에도 애들이 자습 시간에 돌아다니고,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데 학원에서 조기 출발을 허용하면 진짜 개판이 된다고 보인다.
'핸드폰... 게임... 웹툰 보고 싶다.'
나는 억지로 자습실에 앉아있지만, 머릿속은 딴생각으로 가득하다.
내일이면 집에 가는데, 여기 앉아있는 게 너무 짜증 난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싶지만 담임 선생님이 보관하고 있고, 태블릿에 딴짓을 할 수 있는 어플들은 모두 삭제했다.
몇몇 애들이 태블릿으로 동영상이나 웹툰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앉아있기 힘들다.
"얘들아. 나 간다!"
"안녕!"
그리고 쉬는 시간이 되자 다른 반 학생들이 조기 출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이유로 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반 선생님은 조기 출발을 허락했고 부모님이 왔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본 우리 반 애들이 담임 선생님에게 가서 자신도 부모님이 올 수 있다고 가겠다고 말하나 소용없다.
'그냥 인강이나 보자.'
나도 집에 일찍 가는 걸 포기하고 공부를 하려고 하나 인강 동영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부모님은 가게 운영으로 나를 데리러 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늦게라도 좋으니 나를 데리러 오라고 전화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내가 미쳤지. 왜 뚫을 수 있는 어플들을 지웠을까? 어휴!!'
분명 30여분 동안 인강 본 것 같은데, 정작 시간을 보니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이 순간 기숙학원에서 와서 굉장히 후회되는 것이 태블릿의 어플을 자진 삭제한 것이었다.
아직도 태블릿을 뚫는 방법이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들어갈 수 있는 어플이 없다.
그렇다고 담임 선생님에게 가서 오늘 가서 깔아달라고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결국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며 퇴실 시간이 되기를 기다린다.
- 띠리리링! 띠리리리링!!!
평소와 달리 정기외출 전날에는 30분 일찍 퇴실하기 때문에 21시에 모든 일과가 끝나며, 기상 시간은 6시 30분이 아닌 6시로 바뀐다.
평상시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면 학원 버스가 출퇴근 시간과 겹쳐 길이 매우 막힌다. 게다가 부산과 광주로 가는 버스는 장시간으로 최대한 일찍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기숙사도 강의동 분위기를 따라 들뜬 분위기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집에 가기 전날이라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놀고 잠은 버스에서 청하고 싶지만, 기숙사 관리 선생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점검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눈을 뜨니 기상 종소리가 치기 5분 전이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개운하냐?"
"그치? 얼른 짐 정리하자."
룸메이트인 진성이도 일찍 일어나서 양치질을 하고 있다.
얼른 침대에서 벗어나 샤워실에서 깔끔하게 씻자 기상 종소리가 친다.
핸드폰 배부는 6시 40분에 강의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 맞춰 강의실로 가면 간다.
그리고 아침밥은 먹고 싶지 않지만, 집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조금만 먹기 위해 식당을 들린다.
"우와와와!!!"
"이게 뭐냐?!"
"신세계이올시다!!"
핸드폰 배부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핸드폰 전원을 켜고 밀린 메신저 알람과 연락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7시에 버스 인원 체크를 실시하니 학생들은 서둘러 학원 버스에 탑승합니다.
그 사이 학원 전체에 방송이 나왔다.
부모님 차량이 학원으로 들어오려면 버스 탑승 인원이 버스에 모두 타고 출발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 학원에서는 분주하게 학생들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학원 버스 위치는 각 강의실의 보드판에 게시되어 있어 나는 대전 가는 버스 위치를 확인하고, 케리어를 끌고 이동했다.
'드디어 학원 탈출이다!!'
버스에 타자마자 바로 인원 체크를 했는데, 탑승 인원에 누락이 없어 선생님들이 빨리 확인한 뒤 버스가 출발했다.
그리고 등 뒤로 점점 멀어지는 학원을 보며 진정으로 나는 자유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