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1년 살기 도전 중
한국에서 직장생활과 육아 및 집안일 등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정신없이 살았다. 그리고 자주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경쟁과 타인의 시선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나의 삶에는 내 본연의 모습이 사라졌고,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한 채 주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휩쓸려 다니기 일쑤였다. 어느 날 가족의 행복과 진정한 내 모습을 알기 위해서 용기 내어 잠시 쉼을 선택했다. 그러자 조금씩 나의 내면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게 되었고, 내가 그토록 바랐던 걸 이루어 가고 있는 중이다.
눈에서 멀어지니, 괜찮아진다.
스페인 마드리드는 한국에서 직항으로 13시간이나 걸린다. 이곳은 사람들의 모습과 사용하는 언어, 기후, 문화, 환경 등 모든 것들이 내가 살았던 곳과는 완전히 다르다. 바쁘게 살았던 곳에서 공간적으로 멀어져 보니 한순간에 눈에 익숙했던 것들이 사라지면서 삶에 빠른 변화가 찾아왔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인가 나에게 반문해 본다.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던 현실의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잠시 쉼을 선택하고서 지금 있는 곳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동시에 효과도 빠르게 나타난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언제 어디서든 고개를 뒤로 젖히면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넋을 잃고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푸른 하늘이 내 마음속에 들어온 듯한 행복감이 찾아온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러 갈 때나, 어학원에 갈 때 집 밖으로 나오면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돈다. 그리고 가슴 가득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내 안에 쌓였던 먼지들이 날숨마다 빠져나가는 듯하다.
'왜 매일 아침 출근길에서는 이런 느낌을 갖지 못했을까?'
길을 걷다 눈에 들어온 꽃들, 나무들, 풀잎 등 자연의 생명들에게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그것들에게서 살아가는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나의 인생은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타인의 시선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
사람 손길에서 길러진 꽃은 화려하지만, 결국 사람 손길에 잘려 나간다. 그러나 자연 속에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피어난 꽃은 씨앗을 만들고 더욱 넓을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자라난 작은 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삶을 찾아야 할 이유를 알게 되었다.
생각을 바꿔보니 기다림이 여유로 다가온다.
스페인에서 산다는 건 기다림을 잘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공서를 갈 때도, 식당을 갈 때도, 병원을 갈 때에도 항상 기다려야 한다. 급하다고 해서 빠르게 처리해주지 않는다. 그저 나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스페인은 고객 중심이 아니다. 어딜 가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더불어 그들은 사람들이 기다려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일한다. 처음엔 이런 문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같은 경험을 여러 번 하다 보니 점차 그런가 보다 생각하면서 마음을 비우게 된다.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비워보니 비로소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일하는 사람도 자신의 속도에 맞춰 일할 수 자격이 있다.'
기다림의 시간을 나에게 주어진 쉬는 시간으로 생각하고서 즐겨보기로 했다. 생각을 바꿔 보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득 그동안 내가 왜 그렇게 바쁘고 힘들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맡은 일에 집중한 채 불필요한 눈치를 보지 않고서 조용히 나만의 속도로 즐기며 일했으면 어땠을까, 아마 윗사람이나 주변 동료들로부터 눈총을 받긴 하겠지만 그 또한 큰 문제가 될까.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나의 꿈에 집중해 본다.
그동안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함께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러나 스페인에 도착한 이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같은 것을 보고, 웃고, 놀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보내고 있는 중이다. 때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나 자신을 낮춰 가족의 입장을 이해해 보니 어느덧 서로에게 받았던 상처는 치유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 간의 애정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고, 항상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보살펴 준다. 그리고 모두 함께 서로의 꿈을 바라보며 지지해 준다.
스페인에 있으면서 하나둘씩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 났다. 그리고 할 수 없을 거라는 부정적 생각은 잊어버린 채 원하는 것을 위해 행동해 보니 일상이 재밌다. 또 하고 싶은 여러 가지 것들을 도전하고 실행에 옮겨 보니 그중에서 내가 꼭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나만의 글쓰기'
여태껏 글 쓰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글을 적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어떤 때에는 즐기면서 했지만, 하기 싫을 때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난 스스로 내 꿈을 가졌다는 게 행복하다. 그래서 꿈을 향해 열정을 쏟으려고 노력 중이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되지 않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면서도 기쁘다. 그리고 내 꿈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남의 눈치를 보거나 비교 따위를 할 겨를이 없어졌다.
우리 가족은 스페인에서 지내는 동안 일상의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과 동시에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나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이곳에 정착하기 위한 조급해하며 나를 재촉하다 보니 그동안 가졌던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채 조바심이 생겨나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그리고 친구들보다 더 빨리 스페인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과 시기심이 생겼고, 스트레스도 쌓였다. 그러다 보니 스페인어를 배우는 즐거움은 조금씩 사라져 흥미를 잃어 갔다. 더불어 이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홀로 서두른다고 해서 내 뜻대로 되는 것이 많지 않다 보니 이곳에서의 생활이 점차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남과 비교를 하게 되면 시기심이 생기고, 불행만이 찾아옵니다. - 법정스님'
나는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비교와 시기심을 내려놓으려고 여전히 노력하는 중이다. 처음에 난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그 덕분에 주변에 있는 작은 행복들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일상생활이 바빠지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또다시 고치려던 옛 버릇에 사로잡히는 후유증에 빠졌다.
스페인어 배우는데 욕심이 생겼다.
나의 세 번째 언어, 스페인어를 이곳에서 처음 배우고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잘 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언어를 자꾸 문법적으로 분석하려는 과거 공부습관 때문인지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말 한마디를 하려면 머릿속으로 언어를 공식에 맞춰 계산을 하고 있으니, 항상 말할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어학원 친구들의 스페인어 실력이 향상되어 가는 것이 내 눈에 보였다. 그러나 난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생각 때문에 내 마음은 주눅 들어가면서 우울해졌고, 혼자 뒤처지는 것 같아 조바심이 차오르며 점차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스페인어를 빨리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를 자꾸 괴롭힌다.
'잠시 스페인어 어학원을 쉬어본다.'
쉬는 동안 지난날을 돌아보았다. 나는 어학원 친구들처럼 대학에 입학하거나,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 게 아니다. 다만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현지 문화를 느끼면서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배우면 그만이다. 언젠가부터 난 친구들과 비교를 하다 보니 그들의 목표를 내 것으로 착각했다. 그것으로 인해 내 마음속에는 근심으로 가득 찼고, 여유를 즐기지 못한 채 나의 하루를 재촉하고만 있었다. 이건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이 아니다. 다시 나의 원래 목표로 돌아가야 한다. 친구들과의 비교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한다.
더 많은 조회수를 바라보다.
'스페인 1년 살기' 꿈을 준비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변화되는 나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글을 적다 보니 어느덧 구독자와 조회수가 늘어갔다. 조회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매일 방문 통계 숫치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글을 올렸을 때 조회수가 늘어나는지, 댓글은 어떤 것들이 달리는지 궁금해져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관심과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조회수에 집착하게 되었고, 수치가 올라가거나 떨어지면 나의 기분도 함께 오르락내리락거렸다. 집착을 하게 되니 원하는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에는 글을 쓰고 업로드하는 게 싫어졌다.
'잠시 블로그 활동을 멈춰본다.'
블로그를 잠시 쉰다고 해서 나에게 큰일이 생길 게 있는지 생각해 본다. 원래 블로그에 글을 적는 이유는 나의 변화되는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다. 잠시 쉬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처음에는 쉬고 있을 때에도 자동반사적으로 조회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회수가 떨어지니 더 이상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쉬는 동안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여행 다니다 보니 글을 적을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쌓여갔고, 다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쉼'은 결코 사치가 아니다.
매일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보면 '쉼'은 사치인 것처럼 느껴졌다. 한창 열심히 일해야 할 때인데 잠시 멈춰 서서 휴식을 취하면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찾아왔다. 그러나 막상 쉬어보니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고 더 많은 꿈들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스페인에 있을 때 많이 여행 많이 다녀야 한다.
스페인에 있으면서 근처 유럽에 있는 인기 많은 관광지 모든 곳을 빨리 여행 다녀보고 싶었다. 그래서 주말 또는 휴일마다 여행을 떠났다. 연속되는 여행 때문에 피로는 쌓여갔고, 모아둔 경비도 급속한 속도로 줄었다. 하지만 다녀온 곳보다 안 가본 곳이 한참 많이 남았다는 생각을 하니 감질만 생겨 난다. 그리고 SNS에 올라오는 멋진 장소, 맛있는 음식 등의 사진을 볼 때면 나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 중 딸아이의 불의의 사고로 인해 두 달가량 집에서 쉬어야 했다.
남들은 휴가 떠나는데, 우리는 집에서 쉰다. 집에 머물면서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 어느 날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가까운 곳으로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나갔다. 비록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 멀리는 못 갔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 마드리드 근처에 위치한 스페인의 작은 마을들을 구경 다녔다.
'진정한 스페인은 시골 작은 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스페인 옛 성에서 잠을 자거나, 밤하늘의 별을 보고, 옛길을 따라 걸어보았다. 그리고 각 지역의 전통 음식을 맛보고, 친절하게 우리 가족을 반겨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 모든 경험들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선물해 주었다.
여행의 즐거움은 남에게 내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보여주며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나에게 진정한 의미를 주는 여행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