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전기 이야기

수시로 나가는 인도의 전기 사정

by 샨띠정

인도의 여름은 덥다 못해 뜨겁고, 뜨겁다 못해 탄다... 불이 활활 타는 것처럼, 한증막의 뜨거운 열기처럼 타오른다.

겨울은 춥다. 분명히 한국보다 기온이 높고 영하로 내려가지도 않는데, 엄청 춥다. 체감 온도는 얼음이 꽁꽁 어는 영하의 날씨 갔지만, 얼음이 어는 일은 거의 없다.


전기(Electricity) 이야기를 하려면 인도의 날씨를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곳의 전기에 얽힌 이야기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인도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모두 믿지 못한다. 아니 도저히 믿기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에는 하루 24시간 동안 전기가 들어와요. 그리고 24시간 내내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요."

"정말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신기해요."

가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고 아주 특별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비추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인도에는 24시간 동안 전기가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인도의 수도인 델리는 요즘 전기 사정이 많이 좋아져서 다행이다. 내가 처음 갔을 때만 해도 가정용 인버터, 그러니까 가정용 발전기를 사야만 했다.

수시로 전기가 들어왔다가 나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사실 도시는 그나마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이 나가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형편이지만, 시골은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보다 전기가 나가 있는 시간이 더 길다.

처음에는 왜 인도 사람들이 냉장고나 세탁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전기 사정을 알고 나서야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기온이 45도에서 내려오지 않는 여름에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이 지내는 것은 정말 뜨거운 지옥을 상기시킨다. 자동차의 에어컨도 뜨거운 고온을 이기지 못해서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것을 포기할 정도이니, 한여름에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상상이 될 것이다.


겨우 에어컨으로 공기를 조금 시원하게 해 놓으면 갑자기 전기가 나간다. 그리고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운 공기로 금세 바뀌게 되곤 한다. 가정용 인버터(발전기)가 있어도, 겨우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 한 두대 정도만을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전기만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것도 전기가 오랫동안 나가 있으면 가정용 발전기의 배터리도 수명을 다해 선풍기마저 돌릴 수 없게 된다. 숨을 쉴 힘조차 없어 그저 몸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가만히 있어야 그나마 견디어 낼 수 있을 정도이다.


한국에서는 전기의 고마움에 대해 잊은 지 이미 오래되었고, 고마워할 마음조차 없었던 터였다. 하지만, 인도에 가서는 저절로 한국의 전기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뼛속에서부터 차올라왔다.

낮에 전기가 나가면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밤에 전기가 나가게 되면, 가정용 발전기로 전등을 밝히다가 그것도 안되면 딸아이와 맥도널드로 피하곤 했다. 그나마 그곳에는 대용량 발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둠은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에 있으면서 노트북을 2개나 망가뜨렸다. 노트북을 사용하는 동안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다 보면 노트북의 수명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여만 했다.

한국에서 가져 간 지펠 양문형 냉장고는 인도에서 우리 집의 자랑거리였다. 인도 사람들에게 꽃무늬에 큐빅까지 박혀 있고, 양문까지 있으며, 물을 꺼내 마실 수 있는 선반까지 있는 세련되고 예쁜 냉장고는 난생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구경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집의 보물과 같았던 양문형 지펠 냉장고도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올 무렵부터 슬슬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시로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인도의 전기에 냉장고가 견디지 못하고 고장이 나고 만 것이다. 삼성 서비스 센터와 기술자들을 통해 여러 번 수리를 했지만, 원래의 성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쓸만한 정도는 되어서,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다행히 인도의 중고 상인이 나의 지펠 냉장고를 값을 쳐주고 가져갔다. 일단 인도에서 구하기 어려운 냉장고이기 때문에 가져가서 고쳐 비싼 값을 주고 다시 팔 심사였던 거 같다.

암튼 거기에다 인도의 전기세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우리는 여름에 에어컨 없이 지낼 수가 없었다. 하루 24시간 천장에 달린 선풍기를 트는 것은 기본이고,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에는 에어컨을 계속 틀어야 하니 한 달치 우리 집 전기세는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인도 사람 집들의 1년 치 전기세보다 더 많이 나오곤 했다. 우리가 인도의 전기회사 BSES를 먹여 살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많은 전기세 때문에 늘 조마조마했다.

그래도 전기가 들어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며 그렇게 인도의 뜨겁고 긴 여름을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도 사람들은 이런 더위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지 살면 살수록 내게 수수께끼 같았다.


인도를 여행하며 오래된 유적지를 방문할 때마다 인도 사람들의 지혜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특히 궁전은 그 어느 곳보다도 시원하게 과학적으로 건축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다음에 인도의 유적지들을 소개하겠다.)

물을 끌어다 만든 인공 호수, 아메르 포트

천 년 전에 지어진 라자스탄 자이푸르에 있는 아메르 포트(Amer Fort)에 갔을 때 성 바로 옆에 있는 인공 호수를 보았다. 그 옛날에 인공호수를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훌륭한 곳이었다. 알고 보니 인공호수를 만든 이유가 타는 듯한 인도의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한 한 방도로 물을 끌어와 호수를 만들고, 인공호수를 이용해 여름 궁전을 만들어 무더위를 식히고, 왕궁 사람들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옛 선조들의 지혜와 기술들은 신비스러울 정도로 놀랍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서도 갑자기 전기가 나가서 건물 전체가 깜깜하게 어두워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다행히 보유하고 있는 대형 발전기가 돌아가기까지의 몇 분만을 참으면 다시 전기가 들어오고 매장이 불빛으로 다시 환하게 된다.

인도의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전기담요가 필수품이다. 전기담요가 없이는 인도의 겨울밤에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옷을 껴입고, 어린 시절 우리가 덮고 자던 밍크 이불을 덮고는 전기요를 깔아야 따뜻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물론 전기가 나가면 그마저 소용이 없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겨울에도 전기요금이 꽤 나온다.


인도에 살면 물가가 싸서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비싼 전기세를 감당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도이다. 아니면, 무더위와 친해져서 전기 없이 사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 오니 전기가 있어서 감사하다. 이전에 전기를 사용할 때는 이처럼 마음이 기쁘고 평안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지금은 한국에서 전기를 맘껏 사용할 수 있는 게 너무 좋고 감사하다.


전기세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24시간 전기 나갈 걱정 안 해도 되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우리도 어느새, 마음이 풀렸는지 아무도 없는 방에 불을 켜 놓기도 하고, 방을 더 환하게 밝히며 전기를 팡팡 쓰고 있다. 그래도 비싼 전기요금으로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아 너무 좋다.


그래도 다시 방심하지 말고, 인도에서 처럼 전기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

이 겨울에도 전기 없이 추위에 떨고 고생하는 인도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그들은 오늘도 어서 봄이 오길 기다리며, 따스한 햇빛이 비치는 양지를 찾아 햇볕 사냥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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