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된 송병준 별장

이 또한 역사가 되리

by 샨띠정

해외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한국에 와서 꼭 하고 싶은 희망 리스트가 있다. 내게도 있는 희망 리스트 중에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기'는 나의 간절한 희망사항 었지만, '교회에서 예배드리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제 어느 정도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

2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창밖 풍경

처음 예배당에 앉아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눈만 감으면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가슴까지 뜨거워서 기쁨이 솟구쳐 오르는 것 같았다.

예배를 마칠 때 부르는 찬양 '살아계신 주~~~'와 함께 올라가는 강대상의 스크린 뒤로 펼쳐지는 푸르른 초록 나무 숲을 보는 순간 감동의 물결이 차올랐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핑 돌며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양지 온누리교회는 참 특별하다.

양지 온누리교회와 비전 빌리지가 지어진 이곳은 역사적인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용인에 살면서도 일제강점기 때의 의병활동이 용인 양지에서 활발했던 것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을사오적과 정미칠적이 누구인지 한 번쯤 들어보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 이완용이 있지만 송병준 또한 정미칠적 중의 한 사람으로 이완용에 버금가는 매국노로 알려져 있다. 바로 친일파 송병준의 별저가 이곳 양지에 있었고 99칸 집으로 알고 있던 바로 그 집이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등장하는 송병준을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이곳은 의병활동이 아주 강했던 곳이었다.
친일 행적을 지금까지 표시해 두는 건 역사를 다시 돌아보기 위함일 것이다.
송병준이 일진회를 결성하여 이곳에 수백 명의 일진회원들이 상주하게 하고, 헤이그 밀사 사건 후 고종 폐위에 앞장서며 한일병합을 주도했던 곳이었으니, 의병들에겐 급습해서 초토화해야 할 적의 소굴이었을 것이다.


송병준이 뇌출혈로 숨을 거두고 추계리 뒷산에 묻히고는 또 다른 역사가 이어졌다. 매국노의 말로를 본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야인시대'에 등장하는 김두한과 하야시를 기억할 것이다. 사실 일본 사람으로 알려진 하야시는 한국사람이었다. 본명은 선우 영빈이다. 송병준이 한때 일본 사람 행세를 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청계천 이북으로 북촌 종로 패 김두한과 청계천 이남인 남촌 명동 충무로의 혼마찌 패 깡패 하야시. 그들의 이야기가 드라마 '야인시대'에 나온다.
후에 하야시 그러니까 깡패였던 선우 영빈은 갑부가 되고 송병준의 99칸 집 별저를 매입한다.


그와 부인은 하나님을 믿게 되고 99칸 집 별저 옆의 벧엘교회를 섬기다가 하야시 사후에 그의 부인이 한우리 재단에 땅을 기부하고, 한국기독교 순교자기념관을 건립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던 곳이다.


한국기독교 순교자기념관.
하얀 독특한 건축물이 아름답고 경치가 좋아서 가끔 들렀던 최애 장소 중에 하나였다. 남편과 결혼 전에 종종 들르며 데이트를 하던 곳이다. 그 입구에 99칸짜리 아주 오래된 거대한 고택이 있었는데, 이제 사라졌다.


하야시 그러니까 선우 영빈의 부인인 할머니 정이숙 권사님께서 99칸 집을 선교재단에 헌납하셨다. 권사님께서는 지금도 생존해 계시며 예배에 참석하고 계신다.

지금은 사라진 벧엘교회 자리에 종탑만이 남아 있다.
교회 입구에 역사를 가록해 두었다.

지난주 예배 후 권사님을 뵈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서 가서 인사를 드렸는데 아직 정정하신 모습이 참 다행이다 싶어서 한 번쯤 따로 찾아뵙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젠 그곳에 양지 온누리교회와 비전선교센터가 세워졌다. Atcs 29 비전 빌리지다.
사실 99칸 큰 고택이 사라진 것을 보며 가슴이 퀭하니 안타까운 마음도 컸지만 그나마 그곳에 교회가 세워져서 다행이다.
사도행전 28장 다음에 이어질 29장을 쓰는 사람들의 비전 빌리지다. 나도 그 한 사람이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생긴다.

한 때, 친일파가 지은 99칸의 거대한 집이 일진회의 매국 행적과 의병활동의 치열한 곳이었던 이곳이 지금은 거룩한 사도행전 29장을 다시 쓰는 교회와 비전 빌리지가 되었다.


정미칠적이며 대표적 매국노의 신분으로 추계리 뒷산에 묻혀있는 송병준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역사는 참 재미나다. 흥미롭기까지 하다.
중학교 때 국사 선생님이 조금만 더 역사 수업을 재미나게 해 주셨다면 난 아마 지금쯤 역사 전문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라도 역사에 대해 바로 알고 배워가게 되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우리는 안다.
오늘 이 순간의 영화와 부귀,
가난과 빼앗긴 아픔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이 역사가 된다.

의병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하던 그곳에서 예배를 드린다.
뭉클하게 벅차오르는 감격을 감출 수가 없다.
다시 교회에 가서 드리는 예배가 너무 좋은 이 시간들도 훗날 역사가 될 것이다.

훗날 역사를 돌아보며
누군가 오늘을 이야기할 때,
그들은 지금을 뭐라 말할까?


이 숲은 알고 있겠지.
사람들이 이곳에서 걸어온 모든 흔적과 역사를..
코로나 이후,
또 한 번 다르게 변할 역사를 숲은 알고 있을까?

단풍이 물든 비전 빌리지 뒷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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