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푸른 바다, 고요한 여행 스케치

부모님과 함께 조용히 떠난 제주 여행

by 샨띠정
제주 국제공항

지난 2월, 5월이 되면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리라 예상을 했다. 코로나도 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겠거니 낙관을 했고, 5월에 떠나는 제주도행 항공 티켓과 숙소를 예약했다.

내가 좋아하는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가 쌓여 있어서 제주도는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충분히 살 수 있었고, 몇 해 전에도 마일리지로 제주도를 다녀온 적이 있지만, 다시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풍경을 보고 싶었다.


나도 3남매의 장녀이고, 남편도 4남매 중 장남이라 당초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시아버님이 여전히 암 투병 중이셔서 여행하시기 어렵다고 하시는 바람에 친정 부모님만 모시고 다녀오게 되었다.

다행히 부모님도 마일리지가 남아 있어서 편안한 비행기를 부담 없이 잘 타고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부디 잘 되면 좋겠다.


3박 4일의 제주 여행은 신서귀포에 여정을 풀고 아침 식사만 직접 해결하고, 점심 저녁은 제주도에서 먹을 수 있는 최대한의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여전히 5인 이상 집합 금지인 터라 친정아버지께 미리 가족관계 증명서를 준비해오시라고 요청을 해서 가는 곳마다 필요에 따라 가족관계 증명서를 보여줘야만 했다.

우리가 언제 이런 여행을 상상이나 했던가?

같이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가도 가족관계 증명서를 보여줘야 했고, 3박 4일 렌터카를 빌리는 데도 필수로 제출해야만 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제주 돌하르방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고, 평범하고 자유스러웠던 우리 삶의 양식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달라져 우리의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었다.


첫날은 제주 공항에서 렌터카 셔틀버스를 타고 미리 예약해 둔 렌터가를 받아 5명이 함께 서귀포로 이동했다. 우리의 처음 제주에서의 저녁 식사는 흑돼지 국밥이었는데 딸아이는 입에 안 맞는 모양이었다. 여하튼 우리는 제주식으로 나름대로 맛있게 첫날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둘째 날 아침, 부엌에서 들리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숙소는 호텔이 아닌 2층 집 독채) 친정 엄마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얼른 일어나 샤이니와 식탁을 준비하고 엄마가 준비해오신 밑반찬과 우리 텃밭에서 뜯어간 야채쌈으로 아침을 맛나게 먹었는데, 함께 온 두 남자는 식탁에 앉아 엉덩이를 떼지 않았다. 워낙 두 분의 엉덩이가 무거우셔서 설거지 기대는 포기하고, 여자들이 부엌일은 맡아야만 했다. 밖에 나가면 남자들이 부엌에 들어가야 여행 맛이 나는 건데, 나나 엄마나 이번엔 호사로운 여행은 포기하기로 했다. 이럴 땐 남동생이나 제부가 그립다.


암튼 점심은 고등어회를 먹어보기로 했다.

서귀포 모슬포항 근처 하모 항의 유명한 고등어회 맛집 미영이네로 갔다.

이번 제주 여행은 벌써 4번째라 사람들 없고 조용한 곳을 찾아 쉼을 누리는 게 취지였다. 그런데, 미영이네는 맛집으로 이미 소문이 나 줄을 서서 예약과 주문을 마치고는 번호를 받고 기다려야만 했다. 그나마 식당이 바로 바닷가 항구에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 바닷바람을 쐬며 항구에 예쁘게 정박된 어선들을 구경했다.

서귀포 하모항

처음 고등어회를 드셔 보는 엄마는 본인 입에 그리 잘 안 맞는다고 많이 못 드셨다. 이번에 우리 삼 남매의 짧은 입맛이 엄마를 닮았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일단 냄새나는 걸 못 먹는다. 미나리, 순댓국, 선짓국, 곱창, 족발 등등....

남동생도 인도에 여행 왔을 때, 인도 음식 중에 특히 향이 나는 음식은 끝까지 입에 대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엄마를 닮은 모양이다.

송악산 둘레길 해안의 진지 동굴

알뜨르 비행장을 지나 서귀포에서 경치가 가장 좋은 송악산을 향했다. 바다와 송악산이 만나는 절벽에 있는 진지동굴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지만, 송악산 둘레길과 인덕 계곡을 지나 사계 해변을 거쳐 해안도로를 타고 중문까지, 제주도 푸른 바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송악산

중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의 목적지는 중문 색달해수욕장이었는데, 얼떨결에 벼랑 끝에 있는 'Cliff'로 들어선 것이다. 사람들도 많고, 이국적인 풍경이 우리나라 같지가 않았다. 사람들이 동남아 어느 곳보다 제주도가 최고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중문 클리프(Cliff) 레스토랑

색달 해수욕장에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과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을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저녁은 그리 배가 고프지도 않았지만, 제주 흑돼지 두루치기로 마무리를 했다.

셋째 날도 우리보다 부모님이 일찍 서두르셨다.

우리랑 다니면 속이 좀 터지신단다.

(우리는 살살 다니고 싶다고요.)

벼르던 섭지코지에 가기로 했다. 제주도 방언으로 섭지코지는 '작은 섬'이라고 한다. 제주도에 간다면 꼭 한 번쯤 가봐야 하는 곳이니 서귀포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섭지코지를 향해 출발했다. 한라산 천지에서 흘러 내려온 검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곳으로, 오래전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로 알려져 유명해진 곳이다.

섭지코지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한치빵, 치즈가 속에 듬뿍 들어있는 한치빵을 먼저 먹고는 둘레길에 오를 준비를 했다.

섭지코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치빵

등대가 높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남자들만 둘이서 다녀왔다. 여자들은 패스하는 걸로 하고, 푸른 바다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마시며, 뷰 포인트 그네가 있는 목적지를 향했다.

엄마도 처음에는 못 걸어 오르겠다고 하시더니, 편안하게 함께 완주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섭지코지

장군이와 꽃순이 걱정에 마음이 편하지 않던 터인데 길 강아지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걸 보고 한치빵 하나를 사서 줬더니, 맛있게 잘 받아먹는 게 마음을 싸하게 했다.


멀리 한라산과 뒤로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섭지코지를 나와 점심은 전복죽과 전복돌솥밥으로 시장을 달랬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수국 축제가 열리는 제주 남원의 헤이리로 향했다. 아직 좀 이른 감도 있지만, 벌써 색색의 많은 수국이 활짝 피어 우리를 맞이했다.

소담스런 수국

꽃구경을 하다가 '흑돼지야, 거위야 놀자' 공연을 한다기에 한달음에 달려가며 부모님께 잘난 척하며 말했다.

"원래 돼지가 개보다 머리가 좋아요."​

제주 흑돼지가 뭔가 멋진 쇼를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안고 기다리다가, 우리의 예상을 확 벗어난 흑돼지와 거위의 공연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흑돼지와 꽃들이 뭔가 언발라스인 거 같으면서도 낄낄대고 웃으며 곳곳에 마련된 웃음 코드에 맞춰 사진을 찍었다.


셋째 날 저녁은 샤이니의 소원대로 이탈리아 식당에서 스파게티를 먹기로 했다. 해물을 싫어하는 딸은 투덜거리며 식사 때마다 불평을 해대서 스파게티 공약을 해두었던 터였다. 덕분에 부모님도 럭셔리하게 맛나게 드셨다니 다행이다 싶다.


마지막 날은 제주도의 성지 방주교회를 들렀다.

물 위에 떠있는 노아의 방주가 그대로 재현된 교회가 마음을 울렸다.


지금 노아의 방주가 있다면, 그곳에 들어가고 싶다.

우리가 피할 수 있는 노아의 방주가 지금 여기에 있다면...

제주 방주교회

서귀포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노아의 방주, 그리고 예쁜 카페에서 쫄깃쫄깃한 아이스크림과 커피 한잔은 꼭 마셔야 한다. 커피 향의 여운이 지금도 남아있는 듯하다.


짐을 싸서 제주시로 향했다.

제주 갈치와 고등어도 사고, 제주 갈치조림을 먹기 위해 제주 동문시장으로 갔다.


육지로 가져올 제주 은갈치와 고등어를 사니, 아이스박스에 튼튼하게 잘 담아 주었다.

싱싱한 옥돔 회와 모둠회를 한 접시씩 사서 맛있게 먹고, 은갈치 큰 놈 하나를 사서 갈치조림을 해주고 상을 차려주는 식당에 맡겨서 바로 먹으니 큼직한 갈치가 입에서 살살 녹아내렸다.

"세상에서 제일 크고 맛있는 갈치를 먹는 거 같아."​

모두가 한 목소리로 행복한 소음을 만들어 내며 한 냄비를 뚝딱 해치웠다. 조림에 들어간 제주 무까지 맛에 한몫한 것 같다.

"아~~ 진짜 맛있다!"


제주 공항에는 날씨가 화창하게 맑았는데, 김포 공항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제 꿈에서 깨어야 할 시간이다.'

푸른 제주 하늘

혼자 주문이라도 외우듯 장기 주차장에서 꽤 비싼 주차요금을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밤 11시 30분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어디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3박 4일을 버티며, 집을 지키고 있었던 장군이와 꽃순이, 기절이라도 할 것처럼 좋아서 뒤로 자빠지고 뛰고 난리가 났다.

한밤중에 한바탕 강아지들과 소동이 일어난 후,

여행은 피곤한 거라고 중얼거리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우리 강아지들 돌봐주신 이웃 어른들께 작은 은갈치를 나누고, 시부모님께 제주 갈치와 고등어를 선물로 드렸다.

나도 제주 갈치조림을 흉내 내어 시도해봤는데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렇게 우리의 3박 4일의 제주도 푸른 바다 여행은 막을 내렸다.

내가 만든 제주 갈치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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