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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Dec 13. 2021

관계의 거리

흘러가도록 두기

몸이 안 좋던 날.

여러 일들이 있었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의 사람들과

반대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

실제 삶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의 거리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다.

나의 가까운 절친들은 영국이든 인도에서든,

수시로 연락하고,

삶과 고민을 나누었다.

그렇게 마음의 거리는 시공간을 넘었다..


물론 내가 영국에서,

인공수정과 시험관 수술(IVF)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여동생이 물리적 거리를 넘어

돌 지난 아기와 초등 2학년 조카를 데리고

영국까지 언니를 위로해주러 왔었다.

그땐 물리적 거리가 마음을 더 어렵게 했을 테니까...

하늘을 가로질러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을 날아온 것이다.

그 큰 위로와 사랑은 지금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살던 영국 집

약을 먹고 누워있는데,

메시지가 왔다.

소꿉친구,

어린 시절 이웃에 살며 추억을 만들었던 오랜 친구다.


물리적으로 멀리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자주 연락하지 못했고,

마음은 있지만 피상적인 관계로 지냈을지 모른다.


작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예전 어린 시절처럼 가까워지려고

나름 부단히 도 노력하며,

다가가려고 했지만...

세월의 간극을 좁히기가 힘들었던 거 같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왔지만,

교감이나 공감되는 부분의 부재,

또한, 아쉽게도

서로 마음을 따뜻하게 하지 못하고 말았다.


재작년에 잠시 3주간 한국에 다니러 와서

소꿉친구들과 얼굴도 보고,

그동안 못 먹었던 그리운 한국음식을 먹기로 했을 때,

순대와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하던 내게

핀잔을 주던 친구.

내가 왔다고 모였지만,

결국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삼계탕을 먹었던 날.

겨울 호수

어쩌면 나는 그날에

우리의 우정은 이미 색이 바랬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누워있는 내게 보내온 메시지는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그리고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관계의 거리와 관계의 생명력을 인정하기로 했다.


한때 마음으로 가까운 관계의 거리였지만

언젠가 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멀었던 관계의 거리가

다시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슬퍼할 일도

힘들어할 일도

괴로워할 일도 아니다.

흘러가도록 물처럼 흘러가도록 그냥 두기로 했다.

멀어진 관계를 억지로 일부러 가까이하려고

너무 애쓰지 않으련다.

영국 버밍엄

변함없이 내 곁에서

수많은 세월 동안

시공간을 초월하여 함께 해 준 좋은 친구들에게,

특히 현* , 성*, 윤*, 샤*.....(그 외에도 더 있다.)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을 공유하며,

생각과 마음을 나누며 기도하던

나의 귀한 영혼의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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