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샨띠정 Dec 31. 2021

바리스타 공부를 다시 시작하다.

북카페를 준비하며 남편과 함께

북카페를 시작하면 필수적인 부분이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이리라.

다른 어느 곳보다도 커피 향과 맛이 좋은 그윽하고 고즈넉한 공간을 열어주고 싶기에 커피 공부를 더 해보기로 했다.


거의 6년 전에 인도에서 북카페를 열고 싶다는 열정을 품고 한국에 나와서 한 달 동안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결국 인도에서 북카페를 시작도 못해보고 작년에 한국으로 들어와야만 했지만 그때의 꿈이 지금 실현되는 걸 보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하며 오묘한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6년 전 교육 모습

그때는 혼자 공부했었다면 이번엔 짝꿍이 같이 배우고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일단 두 달 과정으로 일주일에 두 번 가서 실제적인 커피 공부와 바리스타 교육을 받기로 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내 덕분에 남편도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고, 이제는 함께 커피 공부까지 하게 되었으니 이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예전에는 같이 티타임을 가지며 같이 차를 마실 때마다 나는 커피를, 남편은 녹차를 마시곤 했는데 이제 남편도 함께 커피를 즐겨 마시게 되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부부가 커피를 같이 배우면 사이가 더 좋아진다고 하는데, 부디 우리 부부 사이가 좋아지기를...

커피 향을 맡으면 아무래도 이성과 감성이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며, 커피에 얽힌 우리 부부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선생님께 들려드렸다.

남편의 영국 유학 시절, 그때는 영국 파운드가 너무 비싸서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서 틈틈이 여행을 다니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사치라 여길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여행을 떠날 땐 무조건 보온 물통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고, 커피와 과일 등 먹거리를 가득 준비해서 들고 다니곤 했다. 밖에서 돈을 쓰는 것은 마치 범죄라도 저지르는 것과 같은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었던 시절이다.


한 번은 영국의 남쪽 배스(Bath)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제인 오스틴의 아름다운 소설인 '샌스 얀 센스빌리티'와 '오만과 편견', '엠마'를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며, 오래전 로마가 로마식 공중 온천탕을 만들어 놓은 곳으로 유명한 영국의 배스(Bath)는 낭만이 철철 흘러넘치는 곳이었다.

영국 배스(Bath), 출처, 구글

강변을 따라 걷고, 준비해 간 도시락을 잔디밭에서 펼쳐 먹고 나서는 낭만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어느 예쁜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다.  계획에 없던 돌발상황이었지만, 나름 배스(Bath)의 한 예쁜 카페에서 감성에 젖어들고픈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던 것이다.

우리는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메뉴판에 써 내려간 수많은 커피 중에서 가장 값이 저렴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작고 앙증맞은 에스프레소 잔에 담긴 진하고 쓴 커피를 마시며 둘이서 얼마나 한참을 웃었는지 모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에스프레소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 뒤로 다시는 카페에서 단 한 번도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적이 없다. 진실로...



매거진의 이전글 결말은 해피엔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