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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Nov 27. 2022

여동생 내외가 다녀가다

위로를 건넨 방문

지난 수요일 엄마의 실버합창단 정기연주회에서 동생 내외를 만났다. 저녁도 못 먹고 부랴부랴 꽃다발만 겨우 사들고 가서 지정석에 앉아 연주회를 관람했다.

늦은 시간에 끝나다 보니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날, 나는 동생에게 조만간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자는 애타는 말만 건네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용인 시립 실버합창단 정기연주회

오늘 유난히도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드디어 가을이 떠나고 겨울이 올 차례가 되었나 보다 하면서도 차가운 바람이 반갑지가 않았다.

북카페 단골 이웃과 군 고구마를 먹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동생과 제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아닌가? 눈을 의심했다. 요즘 얼마나 바쁜지 잘 알고 있는데, 토요일 오후에 날 찾아왔다.


주문한 메뉴를 맛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만들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시간이다. 더 나은 서비스와 맛을 만들어내야 하기에 여동생과 제부 같은 존재가 내겐 너무 필요하다.


늘 정직하고 예리한 감각으로 조언과 도움을 주는 그런 사람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조언을 주는 동생이 고맙다. (흠, 사진을 못 찍었다.)


크로플 세트가 어떻게 하면 더 부드럽고 맛있게 준비될 수 있는지, 정성껏 만들어 낸 아인슈페너가 어떻게 하면 더 근사하게 돋보일 수 있는지 함께 의견을 나눴다.

여백의 미를 사랑하는 동생은 이번에도 북카페의 여백의 미를 강조한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겨울이 되어 따듯한 실내로 자리를 옮겨온 화분들 때문에 북카페 내부가 더 복잡해졌다.


화분이 많으면 겨울에도 정원을 실내에서 볼 수 있으니 좋은 장점도 있지만, 뭔가 꽉 찬 느낌이 여유가 없어 보여서 고민이다.


 의자가 너무 많은 감이 있다고, 의자 수를 좀 줄여보라고 조언을 해주니 그렇게 하려고 한다. 차가운 의자에는 작은 방석도 준비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깨알 같은 조언도 남겼다.

북카페 꿈꾸는 정원의 내부 모습

책들도 분류를 해야 하는데, 아직 완전하게 분류를 못해 두었다. 답답해 보이는지 동생이 다그친다.

"한꺼번에 다 하지 말고, 매일매일 시간 있을 때, 분량을 정해 놓고 해."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런데 여유가 없다. 난 네가 필요해!"

"요즘 너무 바빠.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미안해"


미안하긴, 내가 해야 할 일인데 말이다.


북카페 오픈을 준비할 때도 동생이 와서 여러 차례 도와줘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손이 빠르고, 일 처리하는 능력이 나보다 훨씬 좋다. 동생이 볼 땐 내가 얼마나 답답해 보일까?


판매 중인 도서 코너에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책을 골라 사고, 원두커피도 500g을 사서 손에 들었다. 나는 말린 표고버섯을 담아 쥐여주고, 임은자 작가의 에세이 '인생을 쓰는 시간'을 선물로 줬다.

판매중인 도서들

더 줄 수 있는 걸 찾으러 두리번거렸지만, 딱히 더 줄 수 있는 게 없어 아쉬운 순간이었다.

제부는 언제나 북카페에 오면 주방으로 들어간다. 오늘도 싱크대에 남겨진 컵들과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 정리해 주었다. 세상에 저런 자상한 사람이 있을까?


지난 얼마 동안,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많이 어려웠는데 내게 위로가 되는 날이었다.

두 천사가 나를 방문하여 위로하고 떠난 자리가 감사하다.

주님이 보내신 선물 같은 날이고, 선물 같은 존재들이다.


어느새 해가 지고 여동생 내외가 돌아간 후,

꽃순이 퍼지와 다섯이서 밤 산책길에 나섰다. 딸아이와 산책을 하기로 약속을 했었다. 틈을 내서 낮 시간에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밤이 되어서야 겨우 산책길에 나섰다.


차가운 밤공기가 싫기도 했지만, 밤하늘에 총총 떠있는 별들이 쏟아질 것만 같은 풍경이 너무 좋았다. 플래시를 켜고 밤길을 밝히면서도 계속 하늘을 쳐다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별이 맑고 밝았다.

별을 헤는 밤을 보내다니, 이 정도면 성공한 하루였다.


감사합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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