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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혼의 또 다른 시작
경주 여행을 하며
by
샨띠정
Feb 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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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아주 오래전,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보통 허니문의 단골 여행지가 아닌 둘만의 특별한 신혼여행을 준비했었다.
서울 뚝섬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교육문화회관 1009호에서 두 사람의 첫출발을 시작으로 동해안 해안을 따라 신혼여행을 떠났다.
서울에서 속초로, 속초에서 경주로, 경주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용인으로 떠난 동해안 일주 여행코스였다.
둘 다 해외생활과 경험이 있었던 터라 굳이
해외여행이나 제주도 여행을 고집하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국내 여행을 계획했었다.
나는 그때도 여행 계획 세우는 걸 좋아했다. 아마도 나의 특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호텔도 직접 예약하고, 루트도 같이 의논하며 일정을 잡았다.
이정표, 경주 여행
그렇게 떠났던 신혼여행은 달콤했으며, 희망으로 가득한 행복의 시작을 보장하는 것만 같았다.
늘 시작은 떨리는 두려움으로 의기소침이라는
짝꿍을 달고 오지만, 기대와 희망으로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나의 결혼이라는 시작도 그러했다.
사랑하다 미워하고, 웃다가 울다가, 싸우다가 화해하고, 화내다가 사과하고, 존중하다가 무시하고, 이타적이다가 이기적으로, 이기적이다가 배려하고...
그렇게 긴 세월을 둘이서 살다가, 딸아이까지 셋으로 지금까지 결혼으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위기도 있었다. 벗어나고 싶을 때도, 울부짖는 밤도, 외로운 날들도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경주를 찾았다.
경주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
아이가 방학이라 예전부터 다시 와보고 싶었던 경주 여행 계획을 세웠다.
일부러 우리가
신혼여행 때 머물렀던 불국사 입구 쪽의 코오롱 호텔을 다시 예약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경험하는, 같은 장소에서 둘이 아닌 셋이 머무는 여행이다.
우리 결혼의 1부를 끝내고, 새로운 2부의 시작을 이곳에서 다시
시작해 보면 어떨까?
뜨거운 열정도, 순수한 사랑도, 따뜻한 다정함도 어쩌면 1부에서 끝나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쩌겠는가? 몸도 마음도 세월과 함께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을.
둘이서 호텔에서 준비해 둔 모닥불 앞에 앉았다. 붉은 불빛을 쬐며 지나온 우리의 결혼을 이야기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둘이라서 참 따뜻했어요."
"나도 좋은 추억들이 많아서 좋아요."
"둘이 아닌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만약이라는 건 생각하지 않아."
그러고 보
니 지금 와서 돌아보니, 둘이 함께 하며 보내온 시간은 따뜻하고 서로에게 힘이 된 거 같아 감사하다.
경주 코오롱 호텔 야경
같은 곳에서 내 결혼의 또 다른 시작을 좀 더 희망적으로 마주하고 싶다.
우리 결혼 생활의 2부에서는 조금은 더 성숙해지고, 배려하는 부부로
성장해 가면 좋겠다.
철없는
아이 같은 부부에서 성숙한 어른 부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되기를 꿈꾸며, 우리 결혼의
또 다른 시작을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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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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