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에이레네, 핑안(平安), 샨띠.... 각각 히브리어, 헬라어, 중국어, 힌디어의 '평화(Peace)'의 뜻을 가진 어휘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어려서부터 사람과의 관계나 세상에서 평화를 수호하고, 평화를 지켜야만 한다고 여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 누군가와 관계가 깨어지거나 부딪히거나,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될 때면 평화를 깨뜨리는 것과 같은 죄책감과 불안에 싸여 견디기 힘들어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마치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존재하는 이유가 평화를 유지하고, 평화를 선포하며, 평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사명감 때문인 것 마냥 그런 큰 부담감을 지니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인도에서 알게 된 단어, 샨띠(Shanti)는 힌디어 중에서 단연 가장 좋아하는 어휘가 되었다. 샨띠(Shanti)는 힌디어, 고대어인 산스크리트어로 '평화'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의 블로그 닉네임도 '샨띠 정'으로 정했다. 물론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할머니께서 불러주시던 나의 이름 '은갱아'였지만, 조금 더 진화된 이름으로 지금은 '샨띠 정'이 나의 부캐가 되었고, 나의 메타버스 여행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나의 아바타가 되어버렸다.
북카페를 준비하면서 이름을 무어라고 지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웃분들에게 북카페 이름 짓기를 위해 투표까지 했었고, 많은 분들이 나의 부캐인 '샨띠 정'의 영향으로 '북카페샨띠'를 응원해주셨다. 나도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니 만큼 '북카페 샨띠'가 너무 좋아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내렸던 터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샨띠'라는 어휘가 다소 어렵고 많은 이들에게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민하고 생각에 생각을 더한 후에, 북카페의 이름을 다시 '북카페 노을'로 정했다.
북카페가 지어지고 있는 곳은, 남서향으로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다. 석양이 아름다운 곳이라 더 마음이 가는 공간, 그래서 '노을'을 사용하기로 했다. '북카페 노을'.
어릴 적부터 해 질 녘이 좋았다.
하늘이 서서히 물들어지며, 땅거미가 내리고, 노을이 짙어지는 해 질 녘을 사랑했다.
그 시간에 잠시 동네 산책을 하면 가슴이 따스했고, 노을에 물들어가는 하늘과 온 세상을 덮는 주황빛 노을은 체온과 피부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듯했다.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놀다가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던 시간.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는 부엌.
햇살에 바짝 말린 빨래를 걷어서 향긋한 비누향을 맡으며 고이 개어 놓아야 하는 시간.
저녁 밥상이 차려지기 전에 얼른 동네 한 바퀴 돌며 노을 냄새를 맡고 휙 돌아오고 싶은 순간.
뜨거운 햇살도 지쳐 힘을 잃고 더위를 양보하는 시간.
어둠이 몰려오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고 싶었던 순간.
노을이 머물던 순간이다.
앞으로 우리가 거할 곳이 멀리 저 멀리 노을이 펼쳐지는 곳이라서 더 행복하다.
저녁을 맞이하기 전에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바로 그곳은 '북카페 노을'이다.
많은 이들의 지친 마음이 쉼을 얻고, 안식을 누리며, 새 힘을 얻는 공간.
'북카페 노을'이 그런 곳이 되길 소망한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던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4월에 문이 열릴 '북카페 노을'을 알리고 싶어서다.
블로그를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고, 브런치 작가로 글을 썼으며, 이제 인스타그램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나 자신을 응원한다.
늦지 않았다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나 자신을 응원한다.
많은 분들이 '북카페 샨띠'를 응원해주셨는데, 송구한 마음이 있다.
마음은 여전히 '북카페 샨띠'이지만, 그의 아바타 '북카페 노을'로 새로 태어난 것을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