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나가는 여정은 늘 커다란 가방과 함께 동행하게 된다. 해외생활을 하다 보니 이민 가방과 특대형 슈트케이스는 기본으로 챙기며 보관하곤 했다. 떠남과 이동에 있어 가방은 필수품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인도로 들어가는 준비를 막 시작하면서도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큼직한 가방들이었다. 나는 당시 만 두 돌이 막 된 아이를 위해서 특별한 선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에게도 앞으로 얼마나 많이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날아다닐지 알 수 없는 긴 여정을 시작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분홍색의 헬로 키티가 그려진 여아용 슈트케이스를 준비했다. 가방과 함께 할 핑크빛 여정을 축하하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분홍 헬로 키티 가방은 지금도 우리 집 다락방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이는 이미 중학생, 그것도 중 2가 되니 그런 분홍 헬로 키티 가방을 더 이상 들고 다니지 않으려 할뿐더러 이제 찬밥 신세가 되어 뒷방 차지를 하게 된 것이다.
이 분홍 가방은 우리 인도의 역사이고, 아이의 성장 이야기와도 같다. 도저히 버릴 수 없어 아직도 가방을 곁에 두고 있다. 가방을 버리면 우리 삶의 인도 역사를 지워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소중하게 움켜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