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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Aug 10. 2023

물과 불의 결혼기념일과 영화'엘리맨탈'

행복을 꿈꾸며

우리는 뭐든 무더운 여름에 하는 열정파일까?

북카페 오픈도 뜨거운 7월에 했다. 좋은 날도 많은데 왜 우리는 그날을 선택했을까?

물과 불이 만나 결혼식을 올린 날도 오늘처럼 더운 여름날이었다. 우리는 또 왜 그날을 결혼식 날짜로 잡았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름을 좋아할까?


아무튼 오늘은 결혼기념일이다.

같이 있어서 의지가 되고 좋기만 하다가도, 온갖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헤어질 궁리를 하기도 했다. 물론 혈과 육으로 씩씩대면서.


저녁은 외식을 하기로 했다. 일단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지만 딸아이와 함께하기로 하고 온 가족이 축하하기로 했다. 영화를 보자고 했다.  나는 당연히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싶었지만, 딸아이가 '엘리멘탈'이 재미있다고 우겨서 따라갔다.  


결론은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물과 불의 사랑이야기와  꿈을 쫓아가는 주인공 원소들의 스토리가 꽤 흥미로웠다. 내 옆의 앉았던 아가씨는 훌쩍훌쩍 울며 보던 꽤 감동적인 영화다.


남편과 나를 보니 물과 불이었다는 교훈을 얻기까지 했으니 결혼기념일에 볼 만한 적합한 영화가 틀림없다. 물과 불이 만나면 서로가 재앙이 되어 서로를 죽게 할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서로에게 꿈이 되며 동지가 되어주는 아름다운 한 쌍으로 태어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완벽한가?


불과 물은 서로 다르기에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을.  그러나 서로가 극과 극이기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서로를 살피며 상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배웠다.


암튼 꽃다발 선물도 받고, 초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는 조금 늦은 밤에 집에 돌아온 7월의 여름밤이 나름 운치 있었다.


딸아이가 물었다. 그리고 혼자 대답한다.


"왜 나는 이렇게 늦게 태어난 거야?"

"맞다. 하나님이 엄마 아빠한테 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늦게 주신 거 같아."


나도 거들었다.


"글쎄, 하나님이 줄까 말까 그러시지는 않을 거 같은데? 각자 때가 있으니까 그러셨을 거야."

"엄마는 사춘기 청소년 딸이 있어서 너무 좋다. 행복해! 네가 일찍 태어났더라면 지금 어른이 되었을 텐데."


그렇게 말해놓고, 저녁에 지랄발광 사춘기 딸이랑 갱년기 엄마는 또 투닥투닥 싸우고 말았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긋 웃는 딸아이가 있어 더 행복한 나의 결혼기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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