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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Sep 11. 2023

기온 30도에 전기장판이라니

9월 초의 발열과 오한

9월이 시작되고, 가을을 맞이하려는데..

가을 문턱이 높다. 여전히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으니 가을은 언제 오려나.

턱을 괴고 선선한 가을을 기다리면서도, 마음이 더 쓸쓸해질까 봐 천천히 오기를 속으로는 빈다. 이런 속내를 아는지, 눈치챈 모양이다. 가을이 오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느림보 거북이가 되어버린 가을이다.


가을맞이를 준비하는 내 몸이 별로다.

입안이 헐고 부르튼 상태로 괴롭히기를 며칠, 좀 나아지는 가 싶더니 온몸의 기운이 빠지고, 발끝에서부터 팔다리, 몸통이 쑥쑥 아려왔다. 그러니더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손발이 시렸다. 바깥 기온은 30도다. 아직도 한여름날의 무더운 열기가 가시지 않고 있는데, 몸은 영하로 내려간 기온처럼 추워서 떨기 시작했다.


몸살약을 꺼내어 꿀꺽 삼키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런데 침대 위 이불속이 얼음장처럼 차가워 깜짝 놀라 얼른 이불밖으로 뛰쳐나와버렸다. 겨울에 애용하다가 장롱 속에 넣어둔 전기장판을 찾는 손이 떨렸다. 다리도 후들후들 거려 정신도 혼미해졌는지 문짝을 세 번이나 열고서 접어둔 전기장판을 찾아냈다. 패드 위에 펴고 전원을 켰더니 금세 뜨끈뜨끈해진 이불속으로 들어가서야 겨우 몸이 따뜻하게 데워졌다.


'기온 30도에 전기장판이 필요하다니.'


남편과 딸아이가 번갈아가면서 꿀물을 타줬다. 남편은 금세 지쳤지만, 딸아이는 내가 아픈 며칠 동안 틈만 나면 오늘 저녁까지도 엄마를 위해 물을 끓여서 뜨거운 꿀물을 준비했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면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그렇게 해야 된다고 하는 딸.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가 지금 하늘나라로 가는 게 아니라고 타일러도 꿋꿋하게 꿀물을 나르는 딸아이가 애잔해 보였다.


병원에 가는 걸 안 좋아하고, 병원 진료를 어지간하면 안 받는 내가 등 떠밀려서 신장내과에서 소변검사와 담당 의사 선생님을 뵈었다. 주사도 맞고, 일 주일치 처방전을 받고, 정밀검사를 위해 또 소변검사를 의뢰하고 왔다.


내 생애에 처음 있는 일이다. 나이가 먹은 건지.

담당 의사 선생님은 면역력도 떨어지고, 무리도 하고  등등 이지만 하루에 1리터씩 물을 많이 마시고, 1주일 동안 약 잘 먹고 다음 주에 만나서 다시 진료를 보자고 하신다.


즉, 기관지나 폐에 이상이 없는데 몸에 열이 나고, 오한이 오는 건 몸속에 염증이 생긴 거라고. 그래서 열이 나는 거란다. 기운이 빠지고, 오한이 오는 게 다 열이 오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신우신염일 거라고 하시더니, 결과는 일단 요로감염이라셨다. 일주일 동안 물 많이 마시고 나쁜 염증을 다 쏟아내야 한다고 하셨으니, 나는 그리 하기로 약속했다.

왼쪽 아랫배가 찌릿찌릿했던 게 원인이었나 보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진료와 검사를 통해 약처방도 받았으니 다행이고 감사하다. 하마터면 감기몸살약만 주야장천 복용하고 있을 뻔하지 않았는가?  미련하게.


때에 맞게 이끌어주시고,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시는 그분의 사랑스러운 손길과 인도하심에 감사한다.


'주님, 감사해요.'


이제 몸도 살피고, 건강을 챙겨야 할 때가 도래했다. 또 하나의 내 인생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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