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있는 북카페의 일과는 끝없는 손길을 필요로 한다. 실타래를 풀면서 달음박질하는 강아지를 쫓아가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미처 강아지를 잡기 전에 실타래를 멈추게 하기는 불가능한 것처럼 숨이 차게 달음박질해야만 한다. 북카페 안과 밖으로 들락거리며 빗자루를 들고, 먼지떨이를 흔들며, 마대자루를 어깨에 메기 전에 청소기를 시원하게 밀어줘야 한다. 모든 게 북카페의 하루를 여는 필수 코스다. 정기적으로 유리창을 닦아줘야 하며, 화장실은 늘 상쾌한 공간으로 유지해야만 했다.
청소를 싫어하는 사람은 북카페를 시작하기 어려울 것만 같다. 북카페는 다른 대형카페와 다르게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거나 다른 직원을 고용해서 함께 해나가기에는 운영비를 줄여야 하기에 조금은 쉽지 않은 여건이다. 물론 도시의 대형 북카페의 이야기와는 다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북카페는 자립적으로 운영자가 모든 것을 감당해야만 하는 구조다. 어쩔 수 없이 구석구석에 직접 손길이 닿아야만 한다.
북카페 정원
처음 북카페 꿈꾸는 정원으로 시작할 때는 예쁜 꽃들과 나무들로 가득하며, 나비와 새들이 춤추며 노래하고, 초록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데크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텃밭에서 풍성하게 자라는 싱그런 야채들과 열매들을 보는 꿈으로 황홀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신발 발바닥이 다 닳도록 분주하게 움직였다. 철마다 바뀌는 꽃들에 반해서 감탄을 하며 노래를 흥얼거릴 때만 해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여름이 되어 장마가 지나며 무자비하게 자라나는 풀을 바라보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잠깐이 30분이 되는 것은 일상이며, 장갑을 끼지 않고 풀을 뽑기 시작했다가 손에 상처가 나고, 손끝이 거칠어지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눈으로 들어가 쓰라린 눈을 깜박일 수도 없고, 뜰 수도 없었다. 그렇게 노동을 일상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초보 농부, 초보 정원사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정원과 텃밭을 가꾸지만 늘 손길이 부족했다. 미처 닿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애를 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에서는 수많은 꽃들을 피워내고, 정원 지기의 입꼬리가 올라가 함박 미소 짓게 했다. 덕분에 아침마다 정원에서 꺾어온 생화로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유리 꽃병에 보라색, 흰색, 노랑, 분홍, 빨강, 주황, 남색까지 색색의 꽃들을 꽂아 북카페를 향기롭게 했다.
텃밭에서는 상추와 피망, 샐러리와 루꼴라, 바질을 따고, 토마토와 오이를 가져다가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고, 방울토마토를 따서 먹고, 딸기를 따서 달콤한 딸기라떼와 딸기요거트스무디를 만들어 손님들께 대접했다. 땀과 수고로운 노동의 열매였다.
장미의 계절엔 울타리에 가득 핀 장미꽃들을 바라보며, 더 오래오래 피고 지도록 시든 장미를 가위로 매일 잘라주어 가을까지 장미꽃을 볼 수 있었다. 내년에는 또 얼마나 더 많은 장미꽃들이 합창을 해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콕콕 찌르는 가시만 없다면 장미를 관리하기는 훨씬 쉬울 텐데, 늘 가시와 무섭도록 쑥쑥 뻗어나가는 장미 줄기는 여전히 수고로운 노력을 필요로 한다.
북카페 장미꽃
또한 화분들은 어떠한가? 화분이 바깥 데크에서 생활하는 기간은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이다. 그 외 11월부터 3월까지는 실내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그대로 바깥에서 11월을 넘기면 영하로 내려감과 동시에 모든 화분 속 식물은 얼어 죽고 말기 때문이다.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화분 대이동이 진행된다. 다시 실내에서 자리를 잡고 무사히 겨울을 지내며, 운이 좋으면 겨울 동안에도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열심히 물을 줘서 초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분에 물 주는 것도 큰 노동 중에 하나이다. 아니 아이들에게 물을 먹이는 하나의 의식이기도 하다.
실내로 들어오면 책을 관리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책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또한 손님들의 눈에 띄게 해서 좋은 책들을 많이 읽고 보도록 해드리는 안목이 필요하다. 공간 활용을 위한 고민은 늘 이어진다. 테이블을 앞으로 뒤로, 옆으로, 가로로 세로로, 이리저리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테이블 배치에 변화를 준다. 판매하는 책들은 무엇보다 신경을 쓴다. 추천하는 도서를 선정하고, 새로운 신간을 주문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디스플레이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북카페는 많은 알록달록한 책이 인테리어가 되기도 하니 난잡해지지 않도록 더 신경을 써야만 하기에 그렇다.
가장 많은 노동이 필요로 하는 곳은 바로 주방이지 않을까? 어느 곳보다도 깨끗하게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곳이며, 동선과 주방의 전체적인 일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컵과 소스와 접시, 심지어 포크와 티스푼, 오븐과 모든 재료들의 위치가 항상 제자리에 있어야만 한다. 각각의 자리를 정해서 범위를 벗어나면 절대로 안 된다. 반복되는 주문과 메뉴를 준비하는 과정에 바로바로 손이 닿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
설거지는 어떠한가? 때론 설거지가 싱크볼에 쌓여있을 때가 있는데, 메뉴를 준비할 때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지 모른다. 그때그때 바로바로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주문과 동시에 설거지할 컵들이 쏟아져 나올 때는 그야말로 손이 모자란다. 손님이 없을 때의 한가했던 손을 데리고 오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이다. 설거지가 쌓일 때는 한숨이 나오지만, 말끔하게 다 씻어서 말려 정리를 하고 나면 그 개운함에 피로를 잊기도 하니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설거지와의 생활을 하면서도 고무장갑과 친하지 않은 게 문제다. 유리컵을 많이 다루다 보니 미끄러질 것만 같아 그냥 맨손으로 설거지하는 게 더 안전하고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손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이건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문제인지 사실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정원에서 꺾어온 꽃들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얼음을 잔뜩 넣어 가장 시원한 음료를 만들고, 오븐에서 구워 맛있는 디저트를 꺼내고, 따뜻한 차를 마시도록 준비하면서 손님들의 입맛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해 입이 근질근질할 때가 있다. 조금이라도 남기면 살짝 걱정이 되다가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말끔히 다 드시는 모습을 보면 분명 맛있었을 거라고 스스로 자부하곤 한다. 신선한 야채를 준비하고, 최고의 맛을 내려고 노력하며, 메뉴를 연습하고, 고민하는 그 모든 수고와 노동은 일상이 되어야 한다.
북카페를 하는 게 이렇게 많은 노동이 필요한 일이란 걸 알았더라면. 난 시작할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일단 몸이 상하지 않도록,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지혜로워야 한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땀 흘려 노동을 할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쾌적하고 따뜻한 공간, 예쁘고 사랑스러운 북카페를 만들어가는 데 게으르지 말아야 할 텐데. 날마다 새 힘을 주시도록 기도한다.
뜨거운 햇살을 너무 받아서 얼굴빛은 그을리고, 살갗은 구릿빛이 되어 정원 지기의 모습이 예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북카페에서 버티어 낼 수 있기를 다짐하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