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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Jan 23. 2024

인도의 골든 트라이앵글 여행-델리, 아그라, 자이뿌르

인도에서 가장 화려한 역사를 품고 있는 삼각형 도시

북인도는 굵직한 인도의 역사와 보물들을 품고 있는 곳이다. 짧은 시간 안에 인도를 경험하며, 여행하기에는 북인도만 한 곳이 없을 것이다. 세계사 속에서도, 인도 역사 안에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속속 들어있는 보물 상자와 같다.

 

알고 보면, 재미나고 흥미로운 역사 속 인물들과 장소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북인도의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인 '델리(Delhi)와 아그라(Agra), 라자스탄 자이뿌르(RajasthanJaipur)다.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손사래 치는 사람들조차도 귀를 쫑긋 세우고 흥미진진한 역사 현장 속을 걸어보는 아주 특별한 여행지가 바로 인도의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이다.

자이뿌르 하와마할 전망대

인도의 역사 속에서 꽃을 피우며 어쩌면 가장 큰 전성기를 이루었던 무굴제국( Mughal Empire)이 330년 동안 북인도에 남긴 문화와 건축 양식들이 모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라자스탄(Rajasthan)의 왕족들이 남긴 고대의 성들도 마찬가지다.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타지마할(Taj Mahal)을 비롯해 붉은 성(Red Fort), 아그라 성(Agra Fort)은 말할 것도 없다. 인도의 '분홍 도시'('Pink City')라 불리는 라자스탄의 자이뿌르(Jaipur)에 있는 아메르 성(Amer Fort), 하와 마할(Hawa Mahal), 천문대 잔타 만타르(Jantar Mantar)까지 최고의 문화유산을 볼 수 있기에 '황금 삼각지대'('Golden Triangle')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

 

대략적인 인도 골든트라이앵글의 역사를 짚어보면 이곳을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인도에서 무굴제국과 라자스탄의 유산을 돌아본다면 가장 굵직한 인도의 대략적인 역사를 봤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인도의 큰 줄기가 그곳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융합이라고 해야 할까? 그곳에는 두 종교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오랜 힌두교 국가에 이슬람 세력인 무굴제국이 전성기를 누렸다는 것은 좀 의아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거의 역사 때문에라도 지금도 인도에서는 국가의 이름을 힌두스탄(Hindustan, 힌두교의 땅)이라 불리길 원할지도 모른다. 힌두교 입장에서는 역사 속에서 잊고 싶은 굴욕이었을 테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왕국을 세웠던 바부르 왕이 북인도로 침략해 오면서 무굴제국은 시작되었다. 당시 델리의 술탄국인 로디 왕조를 몰락시키면서 델리와 아그라를 중심으로 시작된 무굴제국은 1526년부터 약 33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사실 무굴제국은 칭기즈칸의 후예라고도 한다. 힌두교 국가에서 왕조들을 몰락시키며 점차 세력을 키워갔던 무굴제국은 바부르 왕과 후마윤 황제, 악바르 대제, 자한기르 황제, 샤 자한 왕, 아우랑제브 왕까지 가장 거대한 영토를 이루며 인도를 장악했다. 이들을 통해 건축되었던 이슬람 건축물들이 아직도 인도에 그대로 남아 있어 관광객들을 해외에서 불러 모으고 있다. 힌두교 국가에서 이슬람 건축물을 관광자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후마윤 황제나, 악바르 대제, 자한기르 왕, 특히 샤 자한 왕은 예술과 문학, 건축에 관심이 컸으며 조예가 꽤 깊었다. 샤 자한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델리의 '붉은 성'(Red Fort)과 아그라의 '타지마할'(Taj Mahal)은 지금도 사람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델리에 그의 무덤(후마윤 툼)이 있는 후마윤 황제는 도서관의 계단을 오르다가 망토를 잘못 밟아 발을 헛디뎌서 굴러 넘어지는 바람에 황제의 생을 마감했다. 그가 도서에 얼마나 많은 애착을 품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예이다. 그의 아들 악바르 대제 또한 문학과 학문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 라틴어, 페르시아,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 우르두어 등 다양한 언어로 쓰인 도서 24,000권을 소장하는 대규모 도서관을 완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거대한 코끼리 부대를 동원하여 어마어마한 규모의 군사력을 갖추어 무굴제국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악바르 왕은 힌두교인 라지푸트 공주와 결혼할 정도로 종교에도 포용과 관용적인 정책을 펴며 인도 전체를 아우르는 대제가 되었다. 무굴제국의 황제들이 종교에 상대적으로 매우 관용적이어서 힌두교와 조화를 잘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지 않은 황제(아우랑제브)도 있어 결국 훗날에 무굴제국이 무너지게 되는 시초가 되기도 했다.

 

​특히 다이아몬드와 금과 은 등의 보석이 가득하던 자한기르 황제와 샤 자한 왕 시대에 이들이 가졌던 부의 상징들이 현재까지 건축물 유산으로 남은 것은 무굴제국이 후손들에게 남긴 하나의 선물이 된 게 분명하다.

델리 꾸툽 미나르

그토록 화려하고 천년을 이어질 것 같던 무굴제국은 1857년, 영국에 의해 멸망되었다. 무굴제국은 인도 제국이 되었고, 인도의 황제 자리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 내어주고 말았다. 그 이전까지 인도 전역에 걸쳐 500에서 600개 정도의 왕조가 존재했다가 마침내 영국에 의해 하나의 인도 제국으로 통일된 것이다. 영국도 이러한 과정 가운데서 인도의 왕국들과 우호적인 정책을 펴며 왕족들의 편의를 많이 봐주었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왕족들의 대부분은 파산하게 되고 만다. 결국 그 많던 왕궁들은 사유화되었고, 지금은 오랜 인도의 왕궁들이 호텔로 변신하여 세계 곳곳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어마어마하게 큰 인도 땅에서 델리와 아그라, 자이뿌르는 위치상으로 비교적 가까이(자동차로 이동 시 델리에서 아그라, 아그라에서 자이뿌르, 자이뿌르에서 델리는 각각 5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으며 지도상에서 삼각형을 그리고 있다.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 여행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세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기사가 동행하는 택시를 빌리는 것이 좋다. 인도 대부분의 호텔은 택시기사나 운전기사들을 위한 숙소를 구비하고 있어서 여러 날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택시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도 한국에서 손님들이 올 때마다 대부분 택시를 빌려서 1박 2일이나 2박 3일의 일정(델리 제외)으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을 한꺼번에 돌아보곤 했다.

 

인도에 살면서 가장 많이 가본 곳이 아그라의 '타지마할'이다. 일곱 번을 방문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딸아이도 어린 시절에 벌써 타지마할에 일곱 차례나 다녀왔다. 당일치기로 아그라에만 다녀온 적도 있지만, 보통 골든트라이앵글을 함께 돌아보았다. 남동생 내외가 인도에 다녀갔을 때는 무덤을 볼 필요가 없다고 해서 타지마할 구경을 건너뛴 적도 있다. 사실 무덤이 맞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를 본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지 않을까?

 

델리에 살면서 좋았던 점들은 유적지와 박물관을 비롯해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었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거대한 탑이 있는 꾸뜹 미나르(Qutub Minar)에는 3000년 된 철탑이 지금도 남아있다. 사실 나는 그곳에 갈 때마다 하나님께 도전하며 쌓아 올렸던 바벨탑이 떠오르곤 했다. 아무튼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유적지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높은 탑을 자랑하는 꾸뚭 미나르

​하우스 카스 빌리지(Hauz Khas), 뿌라나 킬라(Old Palace), 붉은 성(The Red Fort), 후마윤 툼(Humayun's Tomb), 로디 가든(Rodhi Garden), 자마 마시드(Jama Majid),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 간디가 살다가 총살당했던 간디 스미리띠(Gandhi Smriti), 간디 박물관, 코넛 플레이스(Connaught Place), 칸 마켓(Khan Market), 인도 전통 시장 딜리 하트(Dilli Haat), 델리 모던 아트 갤러리(Delhi Modern Art Gallery) 등 끝없는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 델리이다.


여행을 위해 델리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면 점심때쯤 아그라에 도착한다. 아그라에서 하루 동안 타지마할(Taj Mhal)과 아그라 성(Agra Fort)을 다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당일치기라면 점심을 먹기 전에 타지마할을 돌아보고 나서, 간단하게 근처 KFC(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이곳을 선호)나 인도 식당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바로 아그라 성으로 이동해서 구경하고 나면 서둘러야 저녁에 델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당일치기 일정이 된다.

 

​1박 2일의 일정이거나, 골든트라이앵글 여행으로 다음 목적지가 자이뿌르일 경우는 점심을 여유 있게 먹고, 무굴제국의 샤 자한 왕이 죽은 그의 아내 뭄타즈 마할을 위해 22년 동안 무덤으로 건축한 타지마할을 다녀와야 한다. 타지마할과 아그라 성에 대해 잘 알려진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타지마할을 건축한 샤 자한 왕의 아들 아우랑제브가 본인이 왕이 되기 위해 아버지를 아그라 성에 가두었다. 결국 그는 8년 동안 멀리 아내가 묻힌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갇혀 지내다가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된다. 샤 자한 왕이 건축한 델리의 '붉은 성'과 '타지마할'은 현재까지도 칭송받는 놀라운 작품이지만 그의 마지막 생애는 불행했다. 건축에 재정을 너무 많이 쏟아부은 결과라 할지라도 여전히 안타까움이 남는 부분이다.

 

저녁에는 보통 호텔에서 준비한 전통 공연을 보거나 식사를 하며 1박을 한 후에 아침 일찍 아그라 성을 찬찬히 돌아보고, 무굴제국의 악바르 대제의 무덤이 있는 아그라 근교의 시칸드라(Sikandra)에 꼭 들러봐야 한다. 무굴제국의 가장 큰 전성기를 이루었던 꽃이며 대제였던 악바르의 무덤(Tomb of Akbar the Great)은 그의 아들 자한기르 왕(Jehangir)이 붉은 사암으로 만든 아름다운 건축물 중의 하나다.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라자스탄 자이뿌르(Rajasthan Jaipur)로 가는 길에 자이뿌르 근교에 있는 ‘짠드 바오리 계단식 우물’을 들러보면 좋다. 물이 부족한 인도 사람들이 어떻게 오래전부터 물을 모으고 아끼며 사용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신비로운 곳이다.

 

라자스탄(Rajastan)은 인도의 오래된 왕족이 있던 매혹적인 곳으로 현재까지 그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푸른 블루 시티(The Blue City) 조디뿌르, 흰색 화이트 시티(The White City) 우다이 뿌르, 사막과 별이 쏟아지는 황금 시티(The Golden City) 자이살메르, 그리고 분홍 핑크 도시(The Pink City) 자이뿌르 등 볼거리가 넘치는 곳이다. 가도 가도 끝없이 실타래처럼 볼거리가 보물처럼 이어져 넘쳐나는 라자스탄은 모두가 희망하는 아름다운 여행지다. 골든트라이앵글에서는 라자스탄의 다른 곳보다는 가장 가까운 위치의 핑크 도시 자이뿌르가 들어있다. 자이뿌르 외에 다른 도시는 여유 있을 때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상당히 먼 거리에 있다.

라자스탄의 자이살메르

자이뿌르에서는 왕궁을 호텔로 개조한 곳에 숙소를 정하면 왕족이 머물던 오래된 왕실에서 잠을 청해 보는 것도 좋다. 특히 자이뿌르에는 그러한 호텔이 많이 있다. 우리는 주로 아메르 포트(Amer Fort, 다른 이름으로 엠버 성(Amber Palace)라고도 함) 근처에서 1박을 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분홍 도시 자이뿌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꼭대기에 있는 요새 나하가르 포트(Nahargarh Fort)로 올라가서 시내 전체가 아름답게 빛나는 자이뿌르의 야경을 구경하는 것은 빠뜨릴 수 없는 코스다. 전망대에 자리 잡은 카페에서 차와 음료를 마시며, 라자스탄의 밤공기를 느껴 볼 수 있는 시기는 오직 겨울에만 가능하다. 여름에는 견디기 힘든 무더위와 싸움을 해야 하는 아쉬운 대목이 있다.

 

호텔에서 제공된 조식을 먹으면,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아메르 성에 일찌감치 올라가야 한다. 이 요새는 힌두교와 이슬람의 양식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아메르 포트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으로 등재되어 있다.

 

​아무래도 이 요새의 주인이었던 라자 만 싱은 무굴제국의 왕들이 방문할 때 그들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인지 무굴제국의 건축 양식을 많이 도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붉은 사암과 흰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어마어마한 규모의 아메르 포트에는 당시 왕이었던 라자 만 싱의 12 아내들을 위한 12개의 방이 지금도 남아있다. 왕이 어느 방으로 가는지 12 아내들이 전혀 알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 옛날에 왕의 여자들이 서로 질투하지 못하도록 설계해 놓은 그야말로 탁월한 기술력이 아닐 수 없다.

 

높은 산등성이에 자리 잡은 요새까지 걸어서 올라가려면 꽤 힘들다. 관광객들은 주로 코끼리를 타고 올라가곤 한다. 요즘은 동물 보호 차원에서 코끼리를 운반에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지프를 타고 올라가기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도 코끼리를 타고 올라간 적이 있는데,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는 코끼리 등에서 중심을 잡기가 여간 무섭고 힘든 게 아니었다. 중간중간에 엄청난 양의 코끼리 똥을 구경하며, 코끼리의 울음소리를 듣는 일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신체가 건강하다면 걸어서 천천히 구경하면서 운동 삼아 올라가는 것도 좋다. 산 위의 아름다운 성이자 요새인 아메르 포트는 여름 정원과 궁전, 유리 궁전까지 구석구석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해서 갈 때마다 마음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아메르 포트 입구의 코끼리들

요새 입구에서 가이드를 섭외해서 같이 돌아보면 구석구석 안내하는 곳을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힌디어나 인도식 영어를 잘 이해해야만 하는 불편함도 있다. 우리는 줄곧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설명을 듣곤 했다. 역사 속의 숨겨진 야사와 건축물들의 깨알 같은 이야깃거리들이 여행의 맛을 더하며 흥미로웠다.

 

자이뿌르로 가는 길의 호수 위에 떠있는 신비로운 잘 마할(Jal Mahal)을 지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돌 해시계가 있는 천문대 잔타 만타르(Janta Mantar)를 돌아보며 별을 관측해 볼 수 있다. 1,700년대에 이렇듯 큰 천문대를 만들어 별자리를 연구했던 인도 사람들이 똑똑해 보이는 곳이다. 잔타 만타르(Janta Mantar)는 그 의미가 계산기계(calculating instrument)라는 뜻으로 해와 별자리를 보며 우주를 관측하며 계산하던 기구들이 가득한 곳이다. 태양과 행성의 고도와 거리, 시간, 별자리 등을 측정하고 관찰하는 넓은 곳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다. 잔따 만타르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여행하는 도중에 목이 마르고 갈증이 날 때는 라자스탄 자이뿌르에서 유명한 라씨를 꼭 마셔봐야 한다. 달달한 인도 요거트 음료가 여행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할 것이다. 물론 라자스탄 식당에서 준비해 주는 인도 음식을 맛보는 것도 놓치면 안 될 것이다.

 

핑크 분홍 시티(The Pink City)라는 별명을 갖게 된 자이뿌르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졌다. 자이뿌르 시내를 내려다보면 건축물들이 온통 분홍색이다. 현재 자이뿌르는 핑크 시티(The Pink City of India)라는 이름으로 시내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야말로 자이뿌르는 도시가 통째로 보물이다.

 

도시 안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눈에 띄는 건축물은 온통 핑크색 사암으로 만들어진 왕궁 여성들만을 위한 하와 마할(Hawa Mahal), '여성 궁전'이다. 5층으로 지어진 오직 여자들만 거주할 수 있었던 하와 마할 내부에는 계단이 없다. 물론 하인들이 다니던 좁은 계단이 있긴 하지만, 주 이동 경로는 계단이 아니다. 왕비나 공주들이 몸에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었는데, 그 무게가 자그마치 15킬로였다고 한다. 온몸에 두르고 있는 장식과 액세서리가 너무 무거워서 혼자서 걸어 다니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들은 주로 하인들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다.

자이뿌르의 하와 마할

또한 하와 마할은 성 밖에서는 사람들이 내부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지만, 하와 마할 내부에서 왕궁의 여성들이 바깥세상의 삶을 구경할 수 있도록 953개의 작은 창문을 만들어 놓았다. 그 시대 여성들의 삶이 어떠했을지 눈에 선하다. 안타까운 대목이다. 일반 서민들이 길거리에서 보는 하와 마할은 궁전의 앞모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궁전의 뒷모습이며, 정문은 뒤쪽에 숨겨져 있다. 하나에서 열까지 치밀한 계획을 갖고 왕족 여자들을 위한 궁전을 특별히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왕족 여성들의 거주 공간이었던 그곳 또한 여름의 무더위를 피할 수 없었기에 과학적 기술을 기반으로 시원한 바람이 궁전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리가 겨울에 사용하는 온돌을 만들어냈다면, 인도는 시원한 공기 바람을 그 옛날 전기도 없던 시절에 발명해 낸 것이다. 놀라운 기술력이 아닐 수 없다.

 

자이뿌르에서 델리로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오래 걸린다. 도로 사정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자동차로 5시간은 잡아야 한다. 늘 델리 집에 도착하면 자정이 다가오곤 했다.

 

여행길에는 항상 먹거리가 기쁨이 되기도 하고,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때론 맛있는 인도 요리에 마음이 더없이 즐겁다가도 한국 음식이 생각날 땐, 준비해 간 컵라면을 뜯어서 뜨거운 물을 부어 시원한 국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일 때 느낄 수 있는 그 상쾌한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막내 이모네와 부모님, 그리고 시부모님과 시동생이 함께 했던 여행에서는 거의 한국 음식을 준비해서 다녔다. 때로는 차 안에서 준비해 간 흰쌀밥에 구운 김을 싸서 주먹밥으로 먹기도 하고, 김밥을 싸기도 했다. 돌아보면 그 시절 그때 먹었던 아주 소박한 그 먹거리들보다 더 달고 기름진 음식이 없었던 거 같다. 울퉁불퉁 여행길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며, 새 힘을 불끈불끈 실어주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커피믹스와 뜨거운 물, 거리에서 팔던 바나나와 땅콩, 인도의 귤 싼뜨라와 키누까지 모든 것이 달고 맛있었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먹는 맛있는 여행이었다.

 

창조주의 놀라운 능력과 인간이 가진 지식과 지혜가 어우러진 문화유산과 자연을 여행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모든 소중한 유산들이 오래도록 길이 남아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모든 창조 질서를 주관하시는 전능자의 손길을 경외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라자스탄의 자이살메르 사막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없이 여러 교훈을 던지고 있어서 더 좋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우리 앞에서 미리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유익하고, 자연과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것은 지금 우리의 삶에 주어지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기도 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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