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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Jun 06. 2024

우리 언니 있어요?

내 동생 이야기

 우리는 정트리오라 불렸다. 한때 크게 유명한 세계적인 음악가인 세 남매 정명화, 정경화, 정명훈을 정트리오라 불렀는데, 감히 우리에게도 영광스러운 정트리오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이다. 이런 때는 정 씨 성을 주신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큰 딸인 내겐 바로 밑에 남동생과 막내 여동생이 있다. 우린 음악가 가족은 아니었지만, 뭐든 함께 하고 뭉쳐 다녔다. 내 친구가 막내의 친구이자 언니였고(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남동생의 친구들은 내 친구처럼 가까웠다.

내 친구가 네 친구가 네 친구가 내 친구였던 셈이다. 물론 아주 가까운 절친은 되지 못했을지언정.  

우리가 성장을 하고 나선 남동생은 막내 여동생 친구들의 마음속 연인이 되곤 했으니, 사실 살짝 사귀었던 적도 있었다.(비밀)


여동생은 나의 분신과도 같았다. 네 살 터울이지만 동생이 학교를 7살에 들어가는 바람에 세 살 터울이 되어버렸다. 남동생도 나와 두 살 터울이지만 역시 일찍 입학하여 나하고 연년생으로 학교 생활을 했다. 그러니 셋이서  고만고만하게 학교 생활과 모든 놀이를 같이 하다시피 하며 늘 함께 어울렸다. 교회와 학교 생활, 집에서의 모든 삶을 공유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셋 다 모태솔로로 어느 휴일에는 삼 남매가 에버랜드(당시는 자연농원)로 놀러 갔을 정도였으니 유난스레 가깝게 지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자.

막내는 친구하고만 놀고 싶어 하는 나를 늘 쫓아다녔다. 영진이와 소꿉놀이를 할 때도, 은숙이네 집에서 인형놀이를 하고 놀 때도, 회관 마당에서 숨바꼭질을 할 때도, 고무줄놀이를 하고, 구슬 놀이를 할 때도 언제나 함께 나를 따라붙었다.


안방에서 작은 방으로, 다시 할머니 방으로 넘어갔다가 마루에서 딴청을 피우다가 막내가 안 보는 틈을 타서 쏜살같이 밖으로 도망 나와 승희와의 약속 장소로 달리기를 했다. 뒷동산 소나무 그늘 아래 언덕 위는 소꿉놀이를 하기에 딱 좋았다. 풀을 뜯어 반찬을 만들고 부엌놀이를 막 시작하려 하면, 동생이 어느새 내 곁에 와 앉았다.


"언제 왔어?"

"언니 따라왔어."

"아. 진짜~ 집에 가."

"싫어~"


언제나 마음씨 착하고, 넓고, 조용한 승희는 나를 말렸다.


"그냥 놀게 해.'

"난 싫어."

"그러지 마. 이리 와. 놀자."

승희는 동생을 붙잡아 앉히고는 소꿉놀이의 손님이나 아기의 역할을 주었다. 나는 체념하기로 하고 모든 걸 받아들여만 했다.


내가 승희랑 자주 가던 아지트는 은숙이네 집 작은 방이었다. 안방 옆에 길쭉하게 이어진 작은 방은 나의 추억 보물 상자와 같은 곳이었다.

여전히 나는 아주 조심스레 몰래 살금살금 기어 나와 은숙이네 아지트로 성공적으로 입성하면, 잠시 후에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우리 언니 있어요?"


서둘러 나는 은숙이네 옷장에 숨었다가, 벽장으로 들어갔다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부탁했다.


"나 없다고 해."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친구들은 방문을 열고 막내에게 인사하며, 내 부탁과는 상관없이 이렇게 말했다.


"응, 들어와~"


얼른 토방에 신발을 벗어던지고 가뿐히 마루를 올라 방으로 직행한 여동생은 내 소중한 종이 인형을 들고 인형놀이에 빠져들었다.  


내 동생은 나를 좋아했을까?

내 친구들을 좋아했을까?


아무튼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여행을 같이 다니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여동생은 내가 영국에 살 동안에도 어린 조카를 데리고 한 달 동안 날 보러 찾아와 주었으며, 인도에 있을 때도 추석 연휴를 날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여행을 다니곤 했다. 나의 베스트 프렌드가 맞다. 영원한 베프.


흠, 세월이 지난 지금은 내가 더 동생을 보고 싶어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거꾸로 입장이 바뀌었을까?


"나중에 우리 옆집에 살자."

내가 동생에게 제안하면,


"글쎄, 생각 좀 해봐야지."

동생이 튕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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