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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Oct 24. 2024

북카페 꼬물이들을 입양 보내던 날

이별의 슬픔

'꺼이꺼이, 아이고, 꺽꺽' 소리를 내어 울었다. 눈물이 마르지 않아 가슴을 움켜잡고 목놓아 울었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소리를 죽여 눈물만 흘리려 해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감정이 가슴속에서 북받쳐 올라왔다.

부끄러워 머리를 두 팔에 파묻었다. 흐느끼는 소리와 들썩이는 어깨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속으로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그저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훔치곤 했다.


반려견 꽃순이의 임신과 출산을 지켜보았다.  뱃속에서 갓 태어난 일곱 마리 아기 강아지들을 돌보며 50일을 보냈다.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운 생명의 능력을 보며 삶의 교훈과 배움을 덤으로 얻었다.

그리고 이제 떠나보내야  할 때가 도달했다.


이별은 언제나 슬픔을 남긴다. 새끼 강아지들과의 이별이 이렇게까지 힘든 시간이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적어도 이 정도로 눈물을 뺄 거라고는 전혀 몰랐다.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으니, 더 사랑받으며 살 수 있는 새로운 가족을 찾아가는 게 당연하고, 그리 해야 하는 게 맞다. 고민 고민 끝에 새끼 강아지들을 하나 둘 보내기로 결심하고는 실행에 옮기려고 부단히 도 노력했다. 그런데 이러한 이별이 그토록 큰 아픔을 남길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떠나간 강아지들의 사진만 보아도, 아이들 이름만 들먹여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다시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싶어졌다.


'백설, 아나, 벨라, 에이리얼'과 이미 이별을 했고, 후에 '알라딘과 재스민'도 새로운 주인을 만나 보냈다. 가슴에 타박상을 입은 듯한 통증이 남았다. 딸아이도 나도 자꾸만 감정에 함몰되어 가고 있었다. 일상이 우울해지니 이거야 말로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에 나 자신이 감정에 쉽게 함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이 지금에보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갱년기 증상일 수도 있고, 오랜 해외생활을 해오면서 얻은 상흔 일 수도 있다. 어느샌가 살며시 내게 들어와 습관적으로 감정에 휩쓸리며 끌려다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본다.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그랬다. 남편과도 마찬가지로 감정에 함몰되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며 허우적거리는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새끼강아지들을 보내며, 깊은 슬픔의 감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조금은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이게 이렇게 통곡하며 울 일일까? 왜 감정이 정리가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남편의 말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떨어지고, 아이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금세 나락으로 감정이 끝없이 추락하곤 했다. 이건 비단 이번 강아지들을 입양 보내는 일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감정에 이끌려 오르락내리락 포물선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감정이 내 삶의 주인이었다. 나 자신과 감정이 아주 강력한 접착제로 단단히 붙어 있어 감정에서 헤어 나오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게 되었다. 나는 마음이 약하고, 정직하고, 순수해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나는 감정을 내 주인으로 섬기고 있었다. 감정이 나를 좌지우지하며 휘청거리게 했다.


이제 나는 눈물을 그치고, 이별의 슬픔을 잠시 놓으려 한다. 이별을 슬퍼하는 내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나 자신을 위로하련다. 단, 감정에 함몰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하리라. 감정은 나 자신의 일부분일 뿐이다. 감정이 나 자신의 전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경계를 정해야 한다. 선을 넘어오지 않도록.


'새끼 강아지들이 내 품을 떠나서 나는 슬프고 마음이 아파. 그 아이들은 더 많이 사랑받고 행복하게 잘 살게 될 거야.'


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이상의 연민의 감정 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지금도 슬픔의 감정 속에 함몰되지 않도록 분리하는 연습을 해본다. 그러다 보면 감정이 태도가 되거나,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될 테니까? 


감정이 상하는 순간에, 마치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된 것처럼 허우적거리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살고 싶다.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적어도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의 삶을 살기 원한다. 감정에 함몰되지 않는 연습을  꾸준히 해나가야겠다.


딸아이가 저녁에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 일곱 마리 새끼 강아지들을 천국에서 꼭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도가 위안이 된다.

이별을 너무 슬퍼하지 않을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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