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기도이다.

삶에서 얻는 메시지

by 샨띠정

태백에 있는 예수원을 참 좋아했었다. 운 좋게도 내가 처음 방문했을 때는 대천덕 신부님과 현재인 사모님이 인도하시는 저녁 기도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방문할 때는 택배행 밤기차를 타기 위해 청량리 역 계단을 오르다가 마침 태백에서 서울 나들이를 오시던 중이신 대천덕 신부님과 인사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안녕하세요? 신부님~ 저희는 지금 예수원에 가는 길이에요."
"아~ 그러세요? 난 서울에 일이 있어서 왔어요.
은혜로운 시간 보내세요."
"네, 잘 다녀오세요~!"
대천덕 신부님은 미국 분이시며 미국 이름은 아처 토레이, 그래서 토레이 신부님이라고도 불린다.
현재인 사모님은 제인....(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름이다.) 미국 이름은 제인이시다.

한국말을 참 잘하셨다. 한국 사람처럼...
대천덕 신부님은 성공회 신부님으로 미국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수학하신 수재셨고 현재인 사모님 또한 퀸즈 칼리지의 인재셨는데, 우리나라에 6.25 전쟁이 터진 후 1957년, 두 분은 강원도 태백에 자리를 잡으시고 그곳에서 대천덕 신부님은 2002년 84년의 생을 마감하셨다. 현재인 사모님은 2012년에 별세하셨으니 10년을 더 생존하셨다.

대학교 총장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뒤로하고 강원도 태백에서 삶으로 많은 이들에게 본이 되어 주셨던 대천덕 신부님을 처음 뵈었을 때 파란색 스웨터에 주황색 양말을 신고 계셨는데 그 당시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곁에 플레어스커트와 베이지색 스웨터와
카디건을 입고 계셨던 제인 사모님의 모습이 어찌 보면 나의 이상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여동생이랑 둘이서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예수원에 갔던 아주 특별한 여행은 내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남동생은 결혼 전에 올케와 함께 태백 예수원에 다녀왔었는데...
참 우리는 그곳을 많이도 좋아했던 거 같다.

노동은 기도입니다.

의무적으로 노동을 해야만 했던 그곳에서 돌멩이를 줍고 흙을 나르며 설거지를 했고...
노동이 바로 기도라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침묵 기도실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침묵 기도로 잠잠히 나아가던 시간들...
'땡 땡 땡~~~'
정오의 종소리가 들리면 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제 자리에 서서 침묵으로 기도하던 시간들...

말린 야생화와 말씀으로 만든 책갈피를 사서 책 속에 꽂아 두고... 예수원 십자가 목걸이를 사서 자동차에 걸고 다녔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도 그 순간들이 내 삶 속에
녹아있는 듯하다.

이른 새벽에 태백역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
예수원 가는 첫 버스를 기다릴 때 이름 모를 태백역 앞 마음씨 좋은 집에서 아침 먹고 가라며 아침 식사를 대접해 주셨던 그 집은 지금도 있으려나... 지금이라도 가서 꼭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자연 속에 들어와 시골 생활을 하며 노동이 주는 안식을 경험한다.

노동은 신성하다.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며 풀을 뽑고, 쨍쨍한 가을 햇살 아래 빨래를 널며... 텃밭에 물을 주고... 망치를 두드리며..
몸음 피곤하고 쑤시지만 머리는 맑아지고 생각이 밝아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하게 한다.

인도 델리에 있는 간디 박물관에는 간디가 했던 말,

My Life is my Message.
내 삶이 나의 설교다.

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귀를 보자마자 떠오르던 '노동이 기도입니다.'...
간디가 했던 말보다 이 짧은 문장이 내 마음에 더 와 닿는 건 왜일까?

노동이 기도이고,
기도가 노동입니다.

몸뚱이 온전할 때 수고하고 땀을 흘리며 신성한 노동에 동참하고 싶다. 비록 아직 어설프지만...
율곡마을에서...
수고한 노동의 열매가 주렁주렁 가득 맺히는 추수철이다.
들판의 곡식들은 보기만 하여도 빈곤한 마음을 풍요케 하니 더없이 고맙다.
다시 가보고 싶다.
그곳 예수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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