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기 싫은 마음

게으름 피우기

by 샨띠정

언제부턴가 바쁘면 숨이 차다.

해야 할 일이 쌓이면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곤란을 느낄 때도 있었다. 몇 개월 전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내가 해야 할 몇 가지 일을 내려놓고 포기했더니 겨우 한숨 돌리며 편안하게 숨을 내쉬었던 적이 있었다. 바쁘면 힘들다. 용량 초과 알람 소리가 울린다.


새소리와 강아지 꽃순이와 장군이는 나의 신경안정제다. 꽃들과 텃밭의 야채들도 마찬가지다. 가을꽃이 아직도 예쁘다. 서리가 일찍 내려 걱정을 태산같이 했는데도 아직 울긋불긋 가을꽃이 마당에 예쁘게 피어있다.

마당에 핀 가을꽃

가을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마당에 겨울옷을 꺼내서 두 차례나 빨아 널고는 햇볕 소독으로 추운 겨울을 예비하고, 텃밭에 가서 아직까지 남겨진 붉은 고추와 짙은 보라색 가지를 땄다. 여전히 주렁주렁 열린 토마토와 야리야리한 부추를 자르며, 애호박도 하나 땄더니 바구니가 넘친다.


"이대로 이렇게 텃밭에서 하루를 보내면 너무 좋을 텐데..."

따스한 가을 햇살을 맞으며 텃밭에 앉아 있는 그 시간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오래오래 자리에 앉아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내 주위를 맴도는 강아지 꽃순이까지 너무도 완벽한 순간이었다. 절대로 방해받고 싶지 않은 극도의 평강과 안식을 누리는 깊은 바닷속 같은 느낌을 가슴에 담았다.


인도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기도 많이 하시는 분이 날 위해 기도해주시며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탈진 상태이다. 지쳐있다. 주님이 외롭고 힘든 거 다 알고 계신다. 주님은 게으름까지도 사랑하신다. 기도하고 쉬면서 회복하기 원하신다."

가을 대추가 열렸다.

그렇게 쉬면서 글도 쓰고, 시골에서 조용히 보내왔다. 그런데 일을 만드는 성격이라 이것저것 온라인 줌(Zoom) 기도 모임과 수업, 북 토크와 독서클럽에다가 오프라인으로도 서서히 일정을 잡고, 건축까지 준비하게 되며 다시 내 삶은 분주하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자주 마당에 차가 없다. 밖으로 일 보러 나가느라 자동차가 바삐 움직인다.

"어디 또 가?"

옆집 어머니께서 보시고는 매일 볼 일도 많다며 물으신다.

"네, 빨리 다녀올게요."

얼른 대답을 하고는 또 나간다.


자동차로 서서히 달리는 시골길은 한가롭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숙제들과 아직 다하지 못한 여름옷 정리 생각을 떨쳐내기에 딱 좋다.

여전히 예쁘게 피어있는 코스모스

게으르게 살기로 작정했다. 요리도 많이 하지 않고, 청소도 열심히 안 하고, 텃밭도 너무 열심히 가꾸지 않고, 마당의 풀도 뽑아주지 않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일도 조금 쉬엄쉬엄 하련다.



가슴을 파랗게 물들이는 가을 하늘 물감으로 걱정과 염려를 덮어 씌우자.

아직 가을이 곁에 있어서 감사하고, 더 깊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