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기다려 왔던 한국의 봄이고, 이른 봄에만 맛볼 수 있는 냉이를 기어코 바구니 가득 채우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동네 어르신들의 귀에게까지 전해졌다.
"저기 건너 쪽에 냉이가 많이 있어요. 빨리 가 봐요."
"어디요?"
"저기 교회 보이죠? 그 아래 밭이 있는데, 엄청 많아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
"호미 있어요? 호미 꼭 가져가요."
"네, 감사합니다."
동네 어르신이 일부러 날 찾아오셔서 냉이가 많이 있는 곳을 일러주셨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호미를 가져가라는 말씀은 귀담아듣지 않은 채, 잘 안 쓰는 칼을 들고 나섰다.
일러주신 곳에 갔더니 정말 말씀하신 대로 냉이 밭이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큰 냉이는 처음 봤다.
밭에서 일하시던 동네 어르신께서 호미를 안 가져온 날 보며 혀를 차셨다.
"호미가 있어야 해."
"아.. 그냥 캐려고 했는데..."
"이걸로 캐요. 이따가 여기다 그냥 놓고 가면 되니까."
"제가 호미로 잘 못해요."
"아니여, 그래도 호미로 캐야 해."
"감사합니다. "
"냉이 뿌리가 엄청 달아. 삶아서 냉이무침 해 먹어요."
"저는 냉잇국 끓이려고요."
"냉이무침 진짜 맛있어요. 오늘도 많이 캐고 내일도 또 캐요."
"네~~ 감사합니다. "
기어코 호미를 놓고 가시며 따듯한 인사를 건네셨다.
속으로 내일은 안 와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냉이를 캐다 보니 정말 너무너무 많았다.
바구니에 한 가득 냉이를 캐서 담아 오며, 내일 다시 꼭 오리라 다짐을 했다.
'아, 이렇게 행복할 수가...'
올봄에 정말 원 없이 냉이를 캐는 거 같다.
일과를 마치고 나서 불을 끄고 눈을 감으면, 눈 앞에 냉이가 아른거려서 눈이 피곤하다. 그야말로 눈을 감아도 냉이가 눈에 밟힌다. 온 힘을 다해 두 눈이 냉이를 찾는데 에너지를 쏟아내서 그런지, 아니면 냉이가 뇌에 고스란히 콱 박혀 버린 건지 정말 냉이가 내 눈앞에서 눈을 감아도 떠나지 않는다.
냉이를 씻는 것은 조금 손이 많이 간다. 흙이 묻어 있어서 마당에서 깨끗이 씻은 다음에 부엌에서 다시 다듬어 씻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사랑스러운 냉이를 보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