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도는 강진에서 들어가게 되면 고금대교를 건너야 하지만, 완도에서 들어갈 때는 장보고 대교를 건너 들어갈 수 있다.
다도해의 작은 섬, 고금도에 숨은 유적지인 문화재 이충무공 가묘가 있다.
이충무공과 참모들이 머물며 진두지휘했던 고금도 고택
요즘은 남도 여행을 할 때, 배를 타지 않고 다리를 건너 들어갈 수 있는 다도해의 섬들이 많이 있어서 방문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사실 고금도에 들어가기 전에 강진에는 정약전과 정약용의 유배지가 있어서 들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자산어보'와 '목민심서'를 다시 돌아보고픈 마음에 달려가 보려 했지만, 장거리 여행에 더 무리가 되지 않도록 그곳의 방문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만 했다.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엔 강진 산성 다산초당에 꼭 방문해보리라 다짐하며 마음을 달래 본다.
정약전과 정약종, 정약용 형제들에 대한 일화는 언제 보아도 흥미롭다.
다산 정약용이 18년의 귀양 생활을 강진에서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집은 폐허가 되고, 그의 아내는 낯선 노파가 되어 있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와 '목민심서'가 그 당시 양심 있는 관료들에게 필독 도서로 읽힐 정도였다니, 정약용의 유배지 다산 초당에 가보지 않고 온 게 가슴에 한이 되려 한다.
고금도에 있는 묘당도 이충무공 유적지 월송대 입구에는 '하마비'가 있다. '하마비'는 지위를 막론하고 누구든 말에서 내려 예를 차려 걸어서 들어가라는 뜻이다. 이충무공 그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었는지 보여주는 표시 중의 하나일 것이다.
고금도 묘당도 이충무공 가묘 유적지 입구
이충무공이 정유재란 때(1598년 11월 19일), 노량 해전에서 목숨을 잃은 뒤 그의 유해가 가묘에 83일간 안치되어 있었던 고금도의 '월송대'이다. 후에 지금의 아산 현충사로 인장 되었다.
초라하고 작은 섬 고금도에 작은 표지판 하나가 이 충무공의 가묘와 충무사 유적지를 알리고 있었다.
묘당도 이충무공 유적지, 문화유적 114호
고금도는 다른 여러 이충무공 유적지와 비슷하기도 하겠지만, 그가 전사하며 했던 "나의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마지막 유언을 생각하면 그 어느 곳보다 의미가 있는 곳일 것이다.
고금도는 이충무공이 전술을 짜며 군사들과 머물던 요새와 다름없다. 오랜 세월을 흘러 지금까지 남아 있는 오래된 우물은 이충무공과 군사들의 타는 목을 시원하게 적셔 주었을 것이다.
그때 내가 장군과 군사들을 만났다면 어찌하였을까?
이순신 장군과 군사들이 마셨던 식수의 오래된 우물
가묘가 있는 월송대로 올라가 보면 지금도 장군의 유해가 묻혀 있던 곳에 풀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충무공의 가묘
월송대 아래 바닷가에는 장군과 참모들이 머물던 고택이 그대로 남아있어 가슴이 두근거리게 했다.
마치 방문을 열고 이순신 장군이 우리를 맞으러 나오실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장군이 머물던 바닷가 고택
바닷가 고택에서 충무사로 연결되는 계단과 숲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곳이다.
나는 이 산책로가 가장 마음에 들어왔다.
고택과 충무사로 연결되는 고즈넉한 산책로
충무공의 영정 사진과 전략도를 볼 수 있는 충무사로 발길을 옮기면 화려한 단청과 한옥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고금도 충무사
고금도 충무사의 아름다운 단청
월송대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난생처음 보는 노란 꽃을 발견했다. 찾아보니 노란색 무궁화라고 한다.
흰색과 분홍, 보라색 무궁화 꽃을 많이 봐왔지만, 노란 무궁화 꽃은 처음이다.
이충무공을 기리는 노란 무궁화 꽃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충무공은 그 어떤 다른 색들 보다도 따스하면서도 정열적인 노란색이 잘 어울리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월송대 입구에 핀 노오란 무궁화 꽃
노란색 무궁화 곁에 동백꽃 열매가 붉게 열려있는 게 서로 외롭지 않을 거 같아 감사하다.
빨간 동백꽃 열매
"생즉필사(生卽必死) 사즉필생(死卽必生)", 즉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고,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 수 있다." 고 외친 이순신 장군의 명언 속에 성경에서 말씀하신 의미를 함께 발견한다.
어쩌면 이 시대에 다시 우리가 이충무궁의 외침이나 성경에서 말하는 '자기 부인'을 몸소 실천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고금도 묘당도 바닷가 이충무공 유적지의 고택 정경
이 외에도 완도에는 가볼 만한 숨겨진 보물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
물론 청산도도 빼놓을 수 없고,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였던 보길도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