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쉬워지는 예의-'배꼽보다 다리?'

인도의 예절

by 샨띠정

델리에서 한국어 수업 한 학기(4개월)가 끝나면 매번 축제와 같은 수료식을 했다. 그동안 한국어를 공부하느라 수고한 인도 학생들에게 수료증과 성적 장학금도 수여하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준비한 노래와 춤, 사물놀이와 K-pop 댄스 등 다양한 공연도 준비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처음 한국어를 배우고 수료식에 참석한 한 인도 학생이 수료증을 받기 위해 강단 위로 올라가 주인도 한국문화원 원장님과 마주한 순간, 한국 선생님들은 모두 얼어붙어 버렸다.


신발은 인도 슬리퍼 쪼리를 신고,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는 한 손으로 수료증을 받았다. 그리고 서둘러 손을 바꿔 문화원장님과 한 손으로 악수를 나누고는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문화와 예의까지 배워야 하는 거라는 걸 깊이 깨닫는 순간이었다. 언어만 배우 다가는 큰 낭패를 볼 것이 눈에 뻔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인도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의 예의를 가르치는 데에도 더 신경을 썼다.


고개를 숙이며 허리까지도 숙여 인사를 하는 법은 인도 사람들에게 꽤 힘든 부분이었다. 두 손을 합장하며 '나마스떼'와 함께 공손한 인사를 하는 게 몸에 밴 그들이 허리를 숙이고 머리까지 숙이며 양손을 아래로 내려야 하는 인사법을 배우는 데는 연습이 필요했다.


거기에다 한국식 악수를 배워야 했다. 결코 한 손으로만 악수를 하면 안 되는 한국식 악수법을 익히는 데도 수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그들은 열심히 잘 배워나갔다.


한국 사람들이 술을 좋아한다고 한국 드라마에서 많이 보아온 인도 학생들은 술 마시는 예의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다. 참고로 인도는 사실상 술과 담배가 금지되어 있는 나라이다. 드러내 놓고 술과 담배를 살 수 없는 나라라서 그런지 더 관심을 갖는 거 같아 보였다.


종종 인도 학생들과 한국의 예절과 예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연습한 덕분에 한국문화원에서 만나는 인도 학생들에게서 마치 한국 사람과 같은 느낌을 고스란히 그대로 받고는 했다.


같은 아시아권이라서 연장자를 존중하고 배려하거나 하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인도는 한국과 의외로 다른 면들이 많다.


나도 인도에서 지내는 동안 인도의 문화와 예의를 중시하며 따르려고 노력했다. 내가 배우고 만들어 놓은 나만의 틀을 깨뜨려야 할 때와 많이 맞닥뜨려야만 했다.


아직도 인도는 꽤 보수적인 나라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예의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지금도 여전히 다리 부위를 내보이면 안 된다. 예의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인도에서 지내는 동안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짧은 치마를 입거나 스타킹을 신는 일이 거의 없었다. 물론 반바지도 입지 않았다.

가끔 한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핫팬츠를 입고 다니는 걸 볼 때면 마음이 아슬아슬해서 걱정이 되곤 했다.


가끔 우리는 배꼽이 드러나는 그들의 전통의상인 사리를 보면서 불평을 하곤 했다.


"배꼽보다는 다리가 더 괜찮지 않아요?"

"배꼽은 보여줘도 괜찮은데, 왜 다리는 안 되는 거죠?"

인도의 전통의상 사리(Saree) 출처, 구글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문화 가운데 형성된 예의를 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도 뭐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예의란 것은 모르면 실수하게 되지만, 알면 쉽다. 혹여 상대의 문화와 예의를 존중하지 않는 마음에서 나오는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나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모습이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예의나 개인과 개인 사이의 예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배워서 알게 된다면 예의를 지키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딸아이와 인도 학교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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