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말하다

모든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by 샨띠정

아름다움,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주관적인 견해는 각각 달라도 너무 다르다.

특히, 인도에 있으면서 인간이 갖고 있는 미(美)의 기준은 어쩌면 상대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샤이니, 눈 떠야지. 눈 떠!"


인도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면 우스개 소리지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샤이니에게 눈을 크게 뜨라고 한다. 그럼 딸아이는 눈을 부라리며 눈을 크게 부릅뜨곤 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의 얼굴이 어두웠다.


"무슨 일 있어? 마음이 안 좋아?"

"응, 나 화났어."

"그래? 왜 화났을까?"

"친구들이 나보고 눈이 작다고 웃었어. 인도 사람들은 왜 눈이 커?"

"진짜 화났겠다. 그런데, 사실은 친구들이 네가 예쁘다고 생각할 걸?"

"아니야, 난 눈이 작잖아."

"눈은 작지만 얼굴이 하얗고 부드러워서 다 예쁘다고 하잖아. 그치?"

"응, 맞아."


눈이 작다고 인도 친구들이 놀린 모양이었다. 다행히 마음을 달래주긴 했지만, 눈이 작은 게 여간 마음이 걸리고 속상한 게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모든 인도 사람들은 딸아이를 인형 같다고 늘 부러워했었다.

하루는 아래층에 사는 집주인 굴지 엄마가 내게 물었다.


"샤이니는 어떤 샴푸를 쓰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머릿결이 너무 좋아요."


사실 우리는 인도에 가서 물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심해서 헤어 샴푸나 바디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나는 피부 트러블로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와 목걸이도 빼야만 했다. 지금도 습관이 되어 한국에 와서도 반지를 끼지 않는다. 샤이니는 머리를 감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인도에서 파는 바이오 틱 비누나 카디 비누만을 사용했다. 굴지 엄마는 나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다가 실망한 눈치였다. 그리고 어느 날, 굴지 엄마는 또 내게 물었다.


"샤이니는 어떤 로션을 사용하는지 말해 줄래요? 피부가 너무 부드러워요. 정말 소프트해요."


피부 트러블로 인해 오직 딱 한 가지, 우리가 사용했던 팝 인디아에서 팔던 유기농 바디 로션을 알려줬더니 이번에도 역시 실망한 눈치였다.

그렇게 인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의 머릿결과 피부를 너무너무 부러워했다.


한 번은 친한 학생이 내게 이야기를 전해줬다.


"선생님, 사실은 선생님이 수업하실 때, 우리는 선생님의 머릿결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선생님의 머릿결은 너무 아름다워요."


아뿔싸!!! 직모에 돼지털과 같이 두꺼운 내 머릿결을 좋다고 부러워하는 사람은 인도에서 처음 본 것이다. 나는 일부러 파마를 하지 않아도 곱슬곱슬하고 갈색인 그들의 헤어스타일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터였는데, 그들은 오히려 내 머릿결이 좋다고 부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까운 한국 사람들끼리 인도 여성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들어갈 데가 들어가고 나올 데가 나온 글래머러스한 그들은 너무 아름다웠고, 크고 동그란 눈에 오뚝한 코와 작은 얼굴은 우리의 동경을 사게 할 정도였다.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빈약하던지 괜히 움츠러들 때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인도 사람들의 눈에는 한국 여자들이 너무 예쁘고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우리의 피부와 머릿결과 외모를 부러워했다. 특히 인도 남학생들은 내게 진심 어린 말로 그들의 소망을 이야기하곤 했다.


"선생님, 저는 한국 여자랑 결혼하고 싶어요. 한국 여자는 너무 예뻐요."

"그래요? 난 인도 여자들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한국 여자들이 너무 예뻐요."


참, 이상하다. 내 눈에는 인도 여성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인도 여성들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는데,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샤이니가 한국에 오더니 내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엄마, 왜 얼굴이 빨개? 좀 시커매. 왜 그래?"

"엄마 얼굴이 그래?"

"응, 인도에서는 얼굴이 하얗고 예뻤는데, 지금은 얼굴이 시커매. 안 예뻐."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을 그렇게 이야기하는 딸아이의 말을 들으니, 앙~ 하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인도에서 고생을 하고 한국에 와서 그런지 폭삭 늙어버렸다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서글퍼지려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도에서는 피부색도 하얗고, 젊고 예뻤던 엄마가 한국에 오니 그리 예쁘지도, 젊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인도 사람들은 내 나이를 알려주면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을 정도로 인도에서는 동안이었으니 더욱 그러했다. 몇 번이고 옛날 엄마가 인도에서 예뻤다고 말하는 딸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문득,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집 아래층에 살던 미국인 로라는 정말 미인이었다. 로라와 한참 동안 대화를 하다가 샤이니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서 "아, 샤이니, 얼굴이 왜 그래?" 하며 마치 샤이니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 같은 착각을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샤이니의 납작해진 얼굴을 보며, 뭔가 어디 아픈 게 아닌지 걱정스레 물었던 것이다. 한참 후에야 내 눈이 샤이니의 얼굴을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보이는 것이 얼마나 다르게 나타나는지 알게 된 엄청난 경험이었다.

화장하지 않은 엄마의 얼굴이 한국의 예쁜 다른 사람들과 당연히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내 모습은 인도에서나 한국에서나 별 차이가 없었겠지만, 눈이 그렇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아름다움이란 상대적이다.'라고 생각한다. 즉, 모든 사람은 아름답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다. 사진 속의 내 모습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몇 해 전에 한국에 나와서 친구나 가족들과 찍었던 사진을 들춰보며 스스로 놀랐던 적이 있다. 그때 그 순간, 난 내가 나이가 들어서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해서 찍기 싫은 사진을 억지로 찍었었는데, 그때 담아 둔 사진 속의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고 예뻤다.

그때는 내가 젊고 아름다웠다는 것을 몰랐었다.


함께 외출 한 친정 엄마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다 늙어서 무슨 사진을 찍어. 뵈기 싫어서 안 찍어." 라며 극구 거절하셨다.

엄마, 지금이 엄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에요. 지금이 젤 예쁜 날이라니까요. 내 말을 믿어요!


"아이고, 이제 다 늙었는데 예쁘긴 뭐가 예뻐."

"아니야, 나중에 보세요. 아마 바로 오늘이 얼마나 젊고 예뻤는지 아시게 될 걸요?"


그래서 나도 가끔은 내 사진과 가족들의 사진, 샤이니의 성장 사진들, 심지어 꽃순이와 장군이의 사진을 찍어서 가장 아름다운 오늘을 담아 두려고 노력한다.

내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인도의 여성들이 오히려 나와 샤이니가 아름답다고 해주니, 사실을 사실로 받기로 했다.


사람의 외모가 아무리 아름다운들 들에 핀 꽃들만 할까? 누가 누구의 외모에 대해 등급을 매기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인다. 세상의 꽃들과 사람들, 그리고 모든 창조물은 다 아름다우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