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디어로는 '어제'와 '내일'이 같은 단어이다. 처음 힌디어를 배울 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어제'와 '내일'이라는 단어가 같은 단어가 될 수 있었을까? 신기하기만 했다.
힌디어 사전에서의 단어
힌디어로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인도 사람들은 문맥과 시제를 보고 '어제'와 '내일'의 의미를 구분할 수 있다. '껄'과 '깔' 사이의 발음을 해야 하는 이 단어는 어제도 되고 내일도 된다.
예를 들면, "껄 로띠를 먹었다."는 어제의 의미가 되며, "껄 로띠를 먹을 것이다."는 내일을 나타내는 의미로 바뀐다.
즉, 어제가 내일이고 내일이 어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은 힌두교 정신과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억 겹의 시간을 거쳐 윤회를 이어가는 힌두교에서는 어제와 내일의 의미가 그리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인도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한다. 거짓말이라고 표현해서 미안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거짓말이 분명하다.
왜 그들은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쉽게 하는 걸까?
물론 모든 인도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경험하고는 했다.
집 안의 전기 배선의 문제가 생겨서 우리 집의 단골 전기 기사 망갈을 불렀다.
"몇 시에 올 수 있어요? 내일 아침에 올 수 있어요?"
"내일 아침 9시에 갈게요."
당연히 9시에 망갈은 오지 않았다. 전화를 했더니 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고 있다고 한 망갈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10분 후에 도착한다고 했다. 나는 다시 10분을 더 기다렸다. 역시 아무도 오지 않았다. 1시간을 더 기다리고 난 후 전화를 하니 바로 우리 집 앞이라고 했다. 나는 희망을 갖고 곧 벨소리가 들릴 거라는 기대를 하며 현관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그날 우리 집에 오지 않았다.
'왜 거짓말을 할까?'
화도 나고 실망감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이해하고 싶었다.
'왜 그들은 이렇게 매번 나를 골탕을 먹일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도에 살면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유가 있겠지. 그들만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늘 자신에게 감정을 추스르며 자신을 이해시키려 했다.
나는 여러 정보를 공유하고, 공부하며, 남편이 힌두교와 문화에 대해 연구하며 내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그 이유를 나름대로 조금은 더 이해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내 수준에서 내가 이해하는 정도일 뿐이다.
힌두 사상에 억 겁의 시간과 윤회를 생각하면 인도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어제가 내일이고, 내일이 어제가 된다.' 현재도 없고 그저 순간의 아주 짧은 '찰나'와 '인연'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하루나 1시간, 5시간이라는 시간이 그리 큰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숫자 '0'을 발견하고, 수학에서 '무한대'라는 용어와 의미를 만들어 낸 인도에서의 시간 개념은 한순간에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이유로 보면, 힌두교의 3억 5천만의 힌두신들 중에 '거짓말을 죄'라고 칭하는 신은 없다는 것이다. 유익을 위하거나 배려를 하는 차원에서 자신을 위해서나 상대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거짓말을 했다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상대를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주는 것이다.
내가 망갈에게 전기 수리를 위해 내일 아침에 꼭 와달라고 부탁할 때, 망갈에게는 이미 다른 볼 일이 있어서 올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나를 위해 아침에 오겠다고 대답을 한다.
그는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준 것이다. 계속 기다리고 있는 날 위해 거짓말을 계속 이어간다. 망갈은 우리 집 근처에도 없었는데, 집 근처라고 또는 집 앞이라고 대답한다.
그 모든 대답은 내가 원하는 대답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 이런 인도 사람들의 사상과 세계관을 이해하기란 너무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다.
매번 속으면서도 매번 믿는다. 이번은 진짜로 대답했을 거라고 스스로 믿고 싶어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나를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들이 알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당신이 못 온다고 하는 그 순간에는 속상하고 곤란하기도 하지만, 계획을 세워 스케줄이 움직여주는 것을 원하니까 다음에는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여러 번 부탁을 해보았다.
그렇게 우리와 같은 외국인들과 일을 해본 경험이 쌓인 인도 사람들은 조금씩 우리의 사정도 이해를 하게 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몸에 익은 삶의 패턴을 바꾸기에는 부단한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필요조차도 느끼지 못한다면, 여전히 그들은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던져주며 '거짓말이 거짓말'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갈 것만 같다.
날 위한 인도 사람들의 거짓말로 인해 힘들고 답답했던 심정을 추억하며, 나의 작은 소견을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