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지인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인도 섭지 왈라(야채 파는 사람)와 펄 왈라(과일 파는 사람)가 그립다는 말을 꺼내다가 울컥해서 목이 메어오며 눈에 눈물까지 맺혔다.
인도에서의 매일 아침은 야채 장수들과 함께 시작했다. 날씨가 더운 델리의 이른 아침은 개인 리어카에 야채를 싣고 다니며 동네 곳곳을 누비며 집집마다 필요한 야채들을 제공해주는 과일과 야채를 파는 사람들과 함께 시작한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러 대문을 열고 나서면 어김없이 동네 골목에서 이웃들에게 먹거리를 팔고 있는 이들과 마주쳤다.
델리 우리 동네
"마담 ~~ 브로콜리 있어요. 버섯이 있어요!"
우리 집에서 좋아하는 품목을 알고 있어서 날 위해 준비해주는 것들이다.
가을이 되면 히말라야에서 오는 단감을 날 위해 특별히 챙겨다 주곤 했다. 나중엔 문화원에 있는 다른 선생님들 거 까지도 대신 사서 가져다주는 심부름까지 맡아서 할 정도였다. 인도 사람들은 단감이 뭔지도 모르는데, 내가 사진으로 보여주며 찾아줄 수 있냐고 했더니 도매 시장에서 날 위해 가져다주곤 했다.
급기야 히말라야 대봉까지 갖다 줘서 인도에서 달콤한 곶감까지 만들어 먹었으니 어찌 그들을 잊을 수 있을까?
파파야 과일 리어카
또한 우리는 인도 고구마가 우리 입에 잘 맞아서 좋아했다. 사실 인도 사람들은 잘 먹지 않는 거라 쉽게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걸 알고 고구마를 챙겨 와서 우리에게 팔아주곤 했으니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이겠는가?
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니 뜨거운 마음이 솟구쳐 올라온다. 그분들 때문에 나의 식탁은 인도였지만 풍성했다.
우리를 풍성케 했던 야채 리어카
야채와 과일을 파는 그들에게 나는 어쩌면 VIP 였을 것이다. 나도 소비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인도 사람들에 비하면 야채와 과일을 많이 사는 고객이었다.
냉장고가 없거나, 냉장고가 있어도 작은 용량을 사용하는 인도 사람들은 과일과 야채를 많이 살 수가 없다. 처음 인도에 갔을 때는 사람들이 토마토 3개, 감자 3개, 양파 2개, 당근 1개, 시금치 한 줌씩 사가는 걸 보며 인도 사람들은 참 검소한 민족이라 생각했었다. 나처럼 토마토 1kg, 감자 1kg, 양파 1kg, 버섯 1팩씩 사는 인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딱 그날 먹을 만큼만 사서 소비하고 다음 날, 다시 딱 먹을 만큼만 사는 반면에 나는 미리 사서 보관해야 마음이 안정이 되다 보니 늘 1킬로씩 사게 되었다.
이 소비 습관을 고쳐 인도 사람들처럼 그날 먹을 것만 사려고 결심을 해봤지만, 인도에서 8년을 넘게 살며 결코 고치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니 나는 동네 야채와 과일을 파는 이들에게 VIP 고객이었던 것이다.
한 번은 동네 가게에서 김장을 하기 위해 소금 10 kg를 주문 한 적이 있다. 인도에서 소금은 한 봉지에 1 kg 짜리니 10개를 주문한 것이다. 전화로 주문할 때도 내게 몇 번이고 소금 10 키로가 맞냐고 확인을 하고는, 우리 집으로 소금을 배달하러 와서도 정말 소금을 10 키로 주문한 게 맞냐며 미심쩍어 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얼마나 궁금했던지 내게 이렇게 많은 소금으로 뭘 하냐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왔다.
내가 한국음식 김치를 담근다고, 미리 겨울에 무덥고 긴 여름을 대비해서 많이 만드는 거라고 설명을 해줬지만, 인도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나와 소비 습관이 달랐지만, 서로를 위해 필요를 채워주던 나의 일상 속의 그들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다.
부디 코로나 상황에서도 그들이 무사하길 기도하고 있는 나를 보며, 내가 그들을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