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도착하는 여행지-인도 히말라야

싱그러운 새벽 느낌

by 샨띠정

가고 싶은 곳을 마음에 품고 있다가 훌쩍 여행을 떠날 때 느끼는 희열과 행복을 나는 즐기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여행 계획을 세우고, 마침내 짐을 싸서 발길을 옮기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영국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리 여행자들을 위한 트레블 로찌 인(Travelodge Inn)에서 저렴한 숙소를 예약하고 먹거리를 준비해서 그리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영국 곳곳을 찾아 여행을 다녔다. 마치 숨겨진 보물 찾기라도 하듯 하나하나 찾아 나섰던 그 시간을 지금도 사랑한다.


인도에서는 처음에 여행을 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모든 게 두렵고 불안해서 델리 밖으로 나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게 인도에서 생활하기 시작하고 점차 적응이 되면서 내 속에는 슬슬 인도를 여행하고픈 마음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자동차 여행은 휴게소가 잘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화장실 문제가 가장 큰 과제였고, 워낙 운전을 험하게 하는 인도 도로(심지어 고속도로에서도 역주행은 기본이고 교통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를 달리는 것은 큰 모험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차 여행은 연착이 기본으로 5시간을 넘게 하니 거의 마음을 비운 상태로 마치 수도자라도 된 듯이 숙연하면서도 가볍게 해야만 했다.(기차는 대부분 장거리 여행이라 침대칸을 타야 하지만, 기차에 도둑들이 많으니 잠도 제대로 이룰 수가 없다.)


그런데 어느덧 우리는 처음에는 두렵기도 하고 무서웠던 자동차 여행과 기차 여행에 점점 빠져들며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인도는 워낙 땅이 넓어서 델리에서 10시간 정도 걸리는 여행지는 가까운 곳이라 할 수 있다. 장거리 여행이 싫으면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우리는 딱 한 번 부모님과 막내 이모 이모부와 여행했던 남인도 트리반드룸(Trivandrum)과 코친(Cochin)을 여행했을 때 이외에는 자동차와 기차로 인도 여행을 했다.


델리의 낮 기온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고 무더워서 보통 한낮에는 자동차 에어컨을 틀어놓아도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여행은 시원한 밤에 출발해서 새벽이 되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런 이유로 인도의 호텔은 이른 아침 새벽에도 호텔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먼더 잠시 새벽에 호텔에서 몸을 풀고 나서 여행 일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나름대로 참 편리한 점들이 많이 있다.

인도 히말라야 마날리(Manali), 로땅 패스(Rohtang Pass) 해발 4000m

밤새 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하니 보통 운전기사가 두 명인 경우가 많지만, 택시를 타고 여행을 할 때는 혼자 밤새 운전하는 택시 기사와 함께 거의 뜬 눈으로 밤길을 달리기가 일쑤였다.(인도는 대중교통이 워낙 험해서 장거리 택시 여행이 보편화되어 있다.)

기차로 여행할 때도 보통 밤기차를 타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가 새벽에 도착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올 때까지 중간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를 감내해야만 했다. 그리고 밤길을 달리다가 멈추어 서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마시던 따끄한 짜이 맛도 감미로운 추억이 되었다.


그렇게 칠흑 같은 어두운 밤 길을 달리다 보면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미명으로부터 시작되는 새벽을 달리는 차 안에서 맞이하곤 했는데, 그때의 그 느낌은 잠자는 몸속의 세포를 하나하나 깨워주는 것만 같았다.


약간은 몽롱하면서도 흐릿한 정신을 번쩍 차리고, 싱그러운 새벽 공기를 마시기 위해 잠시 창문을 열며 흥얼흥얼 허밍으로 노래를 불러본다. 새벽에 도착한 여행지에서 잠을 곤히 자고 있는 딸아이를 깨우며 내가 딸아이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면 벌떡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도 딸아이는 여행하는 내내 멀미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차 안에서 잠도 새근새근 잘 자곤 했다.


특히 무덥고 후덥지근한 델리를 떠나 히말라야 산자락으로 여행할 때 새벽에 느끼는 그 상쾌함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델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산을 만나고, 새벽을 만나며, 싱그러움과 상쾌함을 마주했던 인도 여행지에서의 새벽은 지금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인도 머수리(Mussoorie) 해발 23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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