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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언 Aug 09. 2016

<나쁜 녀석들2>;그래 정신줄 놓으려면 이정도는 되야지


 하루는 집에서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고 있었다하릴 없이 TV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헌데 이 모습이 어머니에겐 꽤나 희한한 광경이셨던 모양이다.


넌 책은 매번 심각한 것만 골라 보면서 영화는 또 그렇게 때려 부수는 걸 보고 있냐?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난 진지하다 못해 우울하기까지 한 작품들에 애착이 간다. 책이든 영화든 작품 평이든 진지하고 심각한 것만 골라 읽는 편이다반면 요새 서점가를 주름잡고 있는 이른바 감성 에세이류의 작품에는 도통 정을 못 붙이고 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식의 무한 긍정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헌데 이 엄격한 작품 선정 기준에는 한 가지 예외 조항이 있다바로 제대로 정신줄 놓은 작품이냐 아니냐이다삶에 대한 고뇌나 존재론적 방황 따위는 먼지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그저 보는 이를 웃게 하겠다는 집념으로 똘똘 뭉친 작품들을 나는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오늘의 영화 <나쁜 녀석들 2>는 이 예외조항에 가장 잘 부합하는 웰메이드 오락 영화다.


 

 

 이 영화는 시쳇말로 정신줄 놓은’ 영화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는 관객들의 폭소라는 목표를 향해 폭주 기관차처럼 내달린다감독은 영화 안에 각종 비속어와 흑인 특유의 슬랭(Slang, 특정 집단의 은어를 뜻함), 성적 농담 등 웃음을 위해 필요한 모든 도구들을 수집해 놨다이 도구들에 마틴 로렌스와 윌 스미스 두 배우의 익살이 더해져,  <나쁜 녀석들2>는 가장 유쾌한 버디 무비(Bubby movie, 두 콤비가 함께 고난을 헤쳐가는 내용의 영화)로 거듭났다.  


 마약 특별 단속반 형사인 마커스(마틴 로렌스 분)와 마이크(윌 스미스)는 나쁜 녀석들(Bad boys)’을 자처하는 트러블 메이커다그들만의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두 파트너는 마약 단속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정보의 대가를 내놓으라는 정보원의 집을 박살내고시가지 총격전도 불사하더니 결국에는 쿠바까지 날아가 쿠바 마약왕의 저택까지 폭파시킨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누가 마피아고 누가 형사인지 헷갈릴 정도다

 

 중요한 건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행동들을 하는 두 주인공의 익살이다. 마커스와 마이크는 현실이었다면 벌써 철창을 여러번 들락날락 했을 행동들을 저지르면서도 되려 뻔뻔하다. 그럼에도 이 두 주인공이 밉긴 커녕 정감이 가기까지 하니 사람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린 이미 현실에서 이런 이미지의 연예인을 한명 알고 있다. 바로 코미디언 박명수다.

                                                                                                      <사진출처=뉴스엔>                                     

  위의 사진은 박명수가 사인해달라는 팬의 요구를 뿌리치고 도망가는 모습이다. 팬들 사랑으로 먹고 사는 연예인이 팬을 뿌리치다니. 신문 연예면에서 읽었다면 대번에 눈살이 찌푸려 질만한 행동이다. 하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박명수를 붙잡는 팬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하다. 팬이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도망치는 연예인이 박명수이기 때문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박명수의 이 일화를 언급하며 "너무 부럽다"는 한탄을 여러번 한 바 있다. 바른 생활로 정평이 난 그로선 자신은 결코 할 수 없고, 또 해서도 안되는 행동을 태연히 저지르면서도 사랑받는 박명수가 부러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팬의 사인 요구를 뿌리치는 유재석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나쁜 녀석들2>가 '정신줄 놓은 듯'한 내용과는 달리, 많은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란 증거가 바로 여기 있다. 방송에서 비속어를 남발해도 사랑받는 캐릭터가 대한민국에 박명수 한명 뿐이듯, 밉게 행동하되 밉지 않은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란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과 두 주연 배우(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는 이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멋지게 해냈다.


 농담이 얼마나 웃긴 지 설명하는 일처럼 어려운 일도 흔치 않다. 농담은 설명하면 할 수록 파급력이 곤두박질 치게 마련이니까. 영화 리뷰에 맞게 주저리 주저리 말을 늘어놨지만, 사실 버디 무비니 슬랭이니 하나도 몰라도 정신없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나쁜 녀석들2>다.


 온갖 책과 영화에서 의미와 교훈을 찾는데 지친 여러분, 골치 아픈 고민들 잠시 내려두고 아랫배가 당기도록 웃고 싶은 여러분에게 <나쁜 녀석들2>를 추천한다.


P.S : 박명수 씨의 저 사진은 도망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일 뿐, 원 기사에는 곧장 멈춰 사인을 해주는 박명수 씨 사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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