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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언 Sep 09. 2016

<제갈량처럼 앞서 가라>;제갈공명에게 배우는 처세

저자 : 신동준

출판사 : 미다스북스


 서양에서 철학적 사유의 핵심은 개인이다. 그들이 말하는 이데아나 진리이성 등 철학 개념들은 누구에게도 침해 받지 않는 내가 존재함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선언이 있다데카르트의 는 자신만의 이성을 사용해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주체(개인)을 뜻한다오늘날의 서양식 개인주의는 이러한 철학적 전통을 토대로 탄생했다.


 반면 동양특히 고대 중국의 철학은 서양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동양 철학에서 집단과 동떨어져 있는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동양 철학에서 상정하는 개인은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을 뜻한다. 개인의 정체성은 국가가족스승과 제자 등 사회적 관계망 안에서 비로소 설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양의 집단주의가 잘 표현된 명제로 공자의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를 들 수 있다직역하자면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공자의 말은 사회 관계망 안에서사회적 위치에 걸맞게 행위해야 한다는 동양 철학적 사고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동양 철학이나 사상은 유독 자기계발서나 처세서로 읽히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양 철학과는 달리 부모는 ~~해야 한다.’, ‘신하는 ~~해야 한다는 식으로 사유가 전개되다보니 갓 사회에 진입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신동준의 <제갈량처럼 앞서가라> 역시 같은 맥락의 처세서다.


제갈량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배경을 따지고 올라가면 황씨 부인과 결혼해 방덕공을 만난 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제갈량은 황아추와의 결혼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강력하게 알리게 되었고결국 유비와 함께 세상을 평정하려는 목표지점에 순조롭게 다가갔다고 하겠다.’

                                                                                                                         - <제갈량처럼 앞서가라> ,36p


 개인적으로 동양 철학을 처세술로 읽는 조류에 동의하는 편은 아니다. 대중들이 인문학하면 떠올리는 학문에서 동양 철학이 제외되는데 이 처세술 조류가 한몫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학문은 어디까지나 학문이다학문이 대중을 외면한 채 자신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그렇다고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로 대중과 융화되려는 것도 과히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허나 그렇다고 동양 철학식 처세술의 효용성 자체를 부정하고 싶진 않다. <제갈량처럼 앞서가라>의 목차를 보면 ‘’롤모델로 좌표를 설정하라’, ‘’유사시의 계획도 마련해두라’ 다소 뻔한 자기 계발의 명제들이 빼곡이 나열되어 있다.  


 여기서 뻔하다라는 건 그만큼 사회에서 널리 통용중인 명제임을 반증한다기성세대가 신세대들에게 요구하는 인재상이 역사의 어느 맥락에서 기인했는지를 이해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허나 모든 책들이 그렇듯이 책에도 단점들이 여럿 존재한다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문 용어의 남발이다.


당시 한헌제는 한고조 유방의 사당에 나아가 제사를 올린 후 행어사대부 장음(張音)에게 부절을 든 채 새수와 조서를 기록한 책은 소책을 받들어 위왕 조비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선양의 취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다.’

                                                                                                                          - <제갈량처럼 앞서가라>, 87p


치국과 치가의 이치를 동일시한 제갈량의 주장에 따르면 가장은 곧 군주부인은 신하자식은 백성에 해당한다.‘

                                                                                                                       - <제갈량처럼 앞서가라>, 155p


 첫 번째 인용문에서 한헌제란 사람 이름이 아닌 한나라의 왕 헌제라는 뜻이고 조비는 조조에 이어 위왕이 된 조조의 둘째아들 위문제(魏文帝)를 뜻한다그리고 선양(禪讓)이란 왕위를 물려주다는 뜻의 한자어다조조 때부터 명목상 황제였던 한헌제가 실권자인 위왕 조비에게 황제의 직위를 물려줬다는 역사지식이 없는 독자에게 위의 인용문은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인용문의 치국(治國)’과 치가(治家)’는 각각 나라와 가정을 살펴 다스린다는 뜻의 한자어로 유교 기본 경전인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자기 몸을 먼저 수양한 후 가정과 나라를 돌보며 천하를 평안케 한다)’에서 유래한 말이다.


 역사철학 용어들을 보충설명 없이 서술하다보니 삼국지나 유교 철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전문 용어에 대한 충분한 보충설명을 덧붙이거나 아예 독자들이 읽기 편한 일상어로 글을 서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S :  본문 103p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후 마흔 일곱에 제독이 되었다.' 말이 이순신 장군의 명언으로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하다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했다'는 어법의 명언은 사실 버전이 꽤 여러가지이고, 가장 유명한 건 칭기즈칸(테무진)의 버전이다. 즉, 저 말은 실제 이순신 장군의 말이라고 보기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 저 말을 다른곳에 인용하려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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