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선 :바람에 흩날리던 도로옆의 전단지

누군가의 흔적

by 박희남

차를 타고 이동을 하다 보면

운전 중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빨간 신호에 멈춤을 강요받고 나서야 시야에 들어온다.


아이를 보내고 매일 지나치는 길목.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종이가 바람에 나부낀다.

벽에 단단히 붙어있는 전단종이가,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면 그 내용은 전혀 알 수 없는 그 전단지가,

바람에 흔들리니 이제야 보인다.

이미 색이 바랜 채로,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누가 붙였을까?'

'언제 붙였을까?'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재의 나와 관계없는 정보들을 마주하게 된다.

무심하게도 누군가의 노력이 나에겐 스쳐 지나쳐지는 한 순간으로 치부될 뿐이다.

그 정보라는 것이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들 일지라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그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의 노력이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별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누군가의 피땀 어린 정성이, 나에겐 그저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다.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합법적일 수도, 불법적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엔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반대로 이로움을 줄 수도 있다.

그저 일상 속에 흩어진 정보의 조각들 정도로 생각하며 보통은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관심을 가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에게 이로운 정보는 내가 필요한 내용일 것이다.

나에게 이로운 기억은 내게 필요한 내용이어야 할 것이다.

이 조율이 어려워 불필요한 정보로 괴로워하고

그 정보가 기억이 되어 각인이 될 때까지

내게 이로운 것이라 착각을 하게 될 때도 있었지 않았을까.


매 순간 지나치는 풍경들,

그 속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려 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주목하지 않은 그 작은 흔적들이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신호가 바뀌고 페달을 밟아 전단지를 지나친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전단지는 나와 점점 멀어지고,

전단지에 대한 나의 생각도 멀어진다.

KakaoTalk_20240927_101237038.jpg 오늘 멈춘 시선 : 바람에 흩날리던 누군가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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