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한가운데의 의미 없는 시선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창문을 열면 들어오는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그 기억들과 생각을 뒤섞어 놓는다.
언제부터인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을의 청량한 바람이 참 좋다.
가을이 왔다는 건 곧 추운 겨울이 온다는 것인데
추운 걸 싫어하는 내가 곧 추워질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을바람은 한없이 반갑고 좋기 그지없다.
얼마 전 아이가 물었다.
"엄마가 갑자기 죽으면 어떻게?"
"뭘 어떻게. 엄마는 다시 자연이 되는 거지."
"자연?"
"응, 엄마의 일부는 바람이 되고, 또 일부는 구름이 될 거야.
그러다 너희 이마에 맺힌 땀도 바람으로 날려주고
눈이 부실 땐 구름으로 가려주기도 해야지."
아직 어린아이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인다.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자리를 뜨고
나도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미묘한 기류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음에 감사하고
아이가 오늘까지도 이렇게 건강함에 감사한다.
아이들과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수많은 대화들 중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늘 아름답게 포장하던 세상에 대해선
아이가 조금씩 커질수록 현실감을 더해 어두운 면도 나누기도 했다.
늘 호기심이 많고, 흥미로운 것을 설명할 때는 마음이 앞서 말의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이가
이제 진짜 죽음을 이해하나 보다.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 아이를 보니,
우리가 뭔가 생각을 할 때
고개를 들어 높은 곳을 본다는 것은
희망과 더 가까운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구름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아이들에게 '필멸자'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가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시간 안에 존재한다고,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시간뿐이기 때문에
보람을 느끼는 일에 가치를 두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응원한다고 늘 이야기한다.
그러니
그 시간을 감사히 여기고 꼭 살아가라고...
그리고 그렇게 느끼게 된 각자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시간도 소중하게 느끼라고...
아이들을 비롯해 나 자신에게 가장 강하게 얘기하는 말이다.
오늘의 귀한 시간은 어떻게 소비되었을까.
오늘 멈춘 시선: 무의미하던 곳이 유의미하게 바뀌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