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놀이터

미안함에게 받는 위로

by 임은





땅에서 5센티쯤 홀로 떠있다.


발을 내딛는 자리로 옮겨지긴 하지만, 여전히 내려오지 않는다.

가볍다. 그렇다고 훨훨 나는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다.

중력에게 나만 무시받는다.

나도 좀 끌어당겨줘.




나는 해야 할 소리를 했을 뿐이다.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아이에게 일어날 것을 이야기했을 뿐이고

밥을 빨리 먹거나 양치를 빨리하여 학교에 서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아이에게

학교에서 기다릴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며

늦어서 뛰어볼 생각이 전혀 없는 아이에게

뛸 것을 강조한 것 밖에 없다.


그러고 나서 허전함이 찾아왔다.

입술을 꾹 다문채 자연스럽게 걸어와 내 마음으로 걸어 들어갔다.


모든 신경이 눈썹과 눈썹 사이인 미간에 모여든다.

내 몸을 잘 돌고 있던 피들이 머리에서 멈춘다.

그리곤 있는 힘을 다해 ‘’라는 아이가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빨갛고 오돌토돌 못생긴 ‘’는 아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었다.

아이 마음에 미안함이라는 최대한 선하고 착하게 생긴 아이가 나오길 바랬지만,

아이의 입꼬리를 잡아당기는 건 짜증.

아이의 미간을 잡아당기는 건 짜증이라는 끈적끈적한 아이였다.

무기력함을 어깨에 매달고 신발을 신고 학교로 향하는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에게 찾아오길 바랬던 미안함이 나에게 찾아온다.

미안함은 입술을 굳게 다문다.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갔던 허전함과 달리

키보드를 두드리는 화면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본다.

신경 쓰인다.

너무 빤히 바라본다.

어쩜 그럴 수 있냐고 쏟아 내줬으면 좋겠다.

굳게 다문 그 입술이 나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빤히 바라보는 눈이 너무 맑다.

그래서 더 더 미안해진다.


아이가 오면 우리 집 가득한 사과를 건넬까.

아이는 그러한 유머를 좋아하는 나이 이긴 한데.

‘피식’ 웃고 말겠지

마음을 몰라 줄 수도 있다.


미안함이 씩 웃는다.

너도 이런 식의 유머를 좋아하는구나.

그래 웃으면 예쁘잖아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내 마음만 나아졌다.


나의 중력의 힘이 아이에게 더해졌나 보다.

아이의 어깨는 한없이 무거워 보인다.

내게 없던 중력이 여기 있었구나.

반나절을 나의 중력의 힘까지 이겨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씩 웃었던 미안함이 이젠 내 어깨를 토닥인다.

이젠 내가 아이의 어깨를 토닥여줄 차례다.



아이의 마음속 사랑고마움을 만나보려

내 안의 진심을 나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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