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기간이 아니다. 담임 선생님의 번호가 내 핸드폰에 뜨게 되면 아이가 오늘 학교를 다녀와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놨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이의 표정이 어땠는지. 별다른 이야기를 한건 없는지 다시금 떠올린다. 별다른 일이 없었다면 아이는 가해자다. 억울한 일을 꺼내 논적이 없는 피해자가 아니라면 가해자 밖에 없다.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아이의 얼굴을 번갈아 본다. 아이는 자신은 별일이 없다는 얼굴이다. 그럼, 아이는 스스로 알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무슨 일 일까. 궁금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기가 겁이 난다. 울리는 전화벨이 나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선생님의 열 체온계가 올라가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웬만하면 전화하시지 않는 선생님의 경우는 무척이나 화가.... 전화가 끊길 것 같다. 우선 통화 버튼을 누른다. ”네, 선생님”
아이들의 문제가 되는 행동을 예시로 들기 위해 아이를 가명으로 내세운 경우의 글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아이는 그 가명으로 내세워 이런 아이의 경우는.. 하고 이야기를 할만한 문제 행동을 하였다. 바르지 못한 언행이었고. 수업을 방해한 죄였다. 담임 선생님의 수업시간이었다면 크게 혼을 내시면 되실 텐데, 다른 외부 강사의 시간이었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셨다. 부모가 바르게 가르칠 의향이 있는지, 아이의 행동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지 파악하는 질문이다. 바르지 못한 언행을 할 때, 장난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집에서도 바로 잡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때론 우리 아이를 때린 가해자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상황에 따라 부모가 받을 충격이 클 경우, 가능하면 선생님 스스로 해결을 하신다고 들었었다.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고칠 의향이 없거나 혹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경우, 문제의 크기 여부를 떠나 따로 상담 전화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의 경우는 매번 ‘문제를 지적해주셔서 감사하다’ 거나 ‘알려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드리므로 편하게 생각하신 것도 같다. 하지만 많은 고민 끝에 아이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전화를 하실 땐, 선생님의 입장도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는 못 된 아이일까. 몸안의 변화로 몸이 아프게 된다면 몸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낸다. 작은 신호라도 몸이 아픈 것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주기 바쁘다. 얼른 알아차려 더 큰 병이 걸리지 않길 바라는 몸이 주는 배려인 것이다. 내면의 복잡한 심경을 말로 차근차근할 수 없는 아이들의 경우는 문제 행동으로 이어진다. 어느 육아 책에선 내면의 문제를 밖으로 드러낸 아이는 고칠 수 있는 문제를 가졌기에 좋은 경우라는 이야기를 한다. 내면의 문제를 꾹 참고 전혀 내색하지 않아 다른 사람이 눈치챌 수 없는 아이는 고칠 수 없기에 나쁜 경우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바르게만 자라는 경우는 드물다. 문제가 없다고 여겨진 아이도 안에 가진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내재하고 있다.
문제가 보이는 경우를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 문제는 바르게 잡을 수 있는 열쇠이다.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땐 문제를 풀 수 없기에. 문제가 보이는 경우를 더욱 감사히 여겨야 한다. 세상에 못된 아이는 없다. 스스로 못되게 태어난 아이도 없다. 부모라는 이름도 아이 때문에 거저 얻은 이름이지, 어디서 자격증을 받은 전문가는 아니지 않나. 그렇기에 문제가 보이는 경우 아이의 드러낸 문제에 대해 해결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사실 좀 어렵지만 아이의 문제를 차근하게 생각하고 누구와 연결된 문제인지 하나하나 잘 풀어 나가 답을 맞힐 수 있길 바란다. 다음 문제가 또 기다리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