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 육아

당연히, 나와는 다른 아이

내 뱃속에서 태어났다고 나와 같을 이유는 없어

by 임은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생각과 다른 꿈을 꾸던 두 남녀가 만나. 어느 날 갑자기 한 공간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잠깐의 2박 3일 여행도 아니고. 한 평생을. 서로 다른 음식을 먹으며 서로 다른 생활 패턴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같은 것을 취해야 한다니.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퍼즐의 한 조각이 맞지 않아 억지로 조각을 끼워 넣은 것은 다른 이는 절대 자신의 조각을 비틀어 줄 생각은 안 한다. 네가 나에게 맞춰. 그럼 우린 편안해질 테니.


많은 사람들 중에 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난 그럼 이 사람’ 이라며 한 사람을 선택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던 건 아마도 거기까지 였나 보다. 나와 그를 닮은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10개월의 아이를 품고 있는 잉태의 고통과 출산 고통은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남들이 어쩜 그렇게 힘든 것을 견뎌 냈냐고 대견해하던 그 고통들은 사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은 아니 었다. 임산부 요가 교실에서 만난 출산의 고통에 동참할 산모들은 점점 더 부풀어지는 출산의 때가 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한 명씩 요가 교실에서 빠질 때마다 알 수 없던 출산의 고통이 나를 더 두려움에 떨게 했다. 예쁜 아가의 탄생보다 내 배가 어떻게 터지게 될까의 두려움이 더 컸으리라 생각해본다.


다르게 태어나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건 힘든 일이지만 내 뱃속에서 태어나서, 이제 처음부터 같은 곳을 보는 건 쉬운 일이 될 것이라 여겼다. 이어져 있던 탯줄처럼 나와 아이의 생각도 이어져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커갈수록 soul mate라 여겼던 아이의 속을 더 이상은 알 수가 없다. 그냥 다른 한 명의 사람이 함께 하게 된 거라 여겼다면 때론 격식도 차려가며 다른 이를 위한 배려와 존중도 차려 갈 수 있지만, 같을 거라 여겼던 아이가 다른 생각을 지니는 건 배신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아이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될 때 더 큰 배신감에 마음이 괴롭고 힘들었나 보다.


어느 부모의 입에서 ‘나와는 맞지 않는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내 뱃속에서 모든 것이 만들어진 아이가 나와 찰떡궁합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인 것인가. 아마도 나의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에게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나 보다. 자연스레 같은 거라 믿었던 믿음이 ‘다름’의 크기를 더 크게 느끼게 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한 아이가 우리의 도움으로 삶을 살게 되고 나와는 다른 생각다른 성향을 가질 수 있음을 이해하니, 나와 같아야 한다던 억지스러운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내성적인 나보다 외향적인 아이의 행동에 때론 버겁고 힘들었지만 이 아이는 나와 주파수를 맞추어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의 인격체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기본적인 사람으로서의 본분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타고난 것들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나와는 맞지 않는 아이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받아야 하는 인격체로 인정해야 앞으로 더 다양해질 행동과 생각에 배신이라는 말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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