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 육아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

부모의 날카로운 추리력이 필요하다.

by 임은


한 시간 정도 외출 후 돌아와 보니, 아이가 화들짝 놀란다. 동그란 안경 안의 동그란 눈동자가 초점을 잃은 채 흔들린다. ‘내가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어요’라고 얼굴에 쓰여있다. 아무 말도 건네지 않은 내게 ‘아무 일도 없었어요’라는 말로 더 큰 확신을 가져다준다.



1. 날카로운 추리력의 촉을 세우기

패드 기기의 화면이 다른 화면으로 갑작스럽게 바뀐 걸로 보아선 공부를 안 하고 ‘딴짓’을 한 것임이 분명하다. 기기가 아이와 바싹 붙은 걸로 봐선 ‘얼굴을 파묻은 채 봤다는 얘기’, 눈동자가 갈길을 잃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건 ‘나와의 약속을 어긴 것’ 세 가지 정도의 정확한 심증을 잡는다.


2. 너의 솔직함에 조금은 용서해 줄게

엄마가 없는 한 시간 동안 공부는 열심히 했냐고 묻는다. 열심히 하였다고 대답했다. 다시 한번 묻는다. 아이는 공부를 한 것으로 결론을 지어서 확신을 주려고 한다. 들키지 않았다면 거짓말을 계속할 셈이다.


3. 나의 심증을 제시하기

한 시간이 지났는데, 공부를 얼마큼 했냐고 물으니 절반도 채 못했다고 대답했다. 아이는 이 순간 ‘들킨 것’을 깨닫는다.


4. 더 이상의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

그럼 무엇을 했냐고 물었다. ‘게임’을 했다고 했다. 학습 기기라서 학습 외엔 다른 기능이 없지만, 본인의 포인트로 게임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5. 엄마의 입장 설명하기

나를 속이려 드는 거짓말을 하게 된 것에 대한 엄마의 속상함. 공부시간엔 딴짓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어긴 것에 대한 속상함을 이야기한다.


6. 참회의 시간

진심을 잔뜩 담아야 자신의 거짓말이 씻겨 나갈 거라는 것을 이해한 후 자신의 잘못을 나열하고 반성의 말을 엄마에게 전한다.



아이의 눈동자는 금세 세상에서 제일 맑은 호수가 된다. 넘쳐흐르는 호수 안에 잔뜩 인상을 쓴 내가 보인다. 흔들리는 호수 안에 비친 나는 세상에서 제일 여린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 괴물이 된다.






나도 공부할 때 딴짓을 참 많이 했다. 공부 보단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글만 가득한 삭막한 교과서에 나만의 예쁜 그림으로 가득 채워 넣기도 했었다. 잠깐의 딴짓과 때로는 ‘멍’ 한 상태가 정신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아이는 ‘잠깐’이 없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시간을 감지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주말에 게임을 30분씩 시켜 줄 때가 있었지만, 아이는 하루 종일 게임을 떠올리며 게임에서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하는 평일엔 게임을 금지했다. 얼마 전 아이는 내가 없는 틈에 2시간이나 게임에 몰두했고, 오늘은 1시간을 게임을 했다. 내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면 아이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 채 더 많은 시간을 게임만 했을 것이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직 자기 조절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모든 것을 스스로 하게 내버려 두기가 겁이 날 때가 있다. 다른 호기심에 온라인 학교 수업을 듣지 않은 적도 있었기에 ‘호기심’이 유독 남다르다고 하는 아이는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태도 일 것이다.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알기

아이의 눈이 이렇게 맑았나, 동화 속에 나오는 호수가 따로 없지만 정신을 차리고 눈물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조금 잔인하다. 아이의 참회의 눈물을 의미를 따지라니. 하지만 해야 한다. 나의 생각과 정 반대되는 생각을 나열한 적인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본인의 게임을 할 수 없는 처지를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되어선 안되고 반드시 잘못을 반성하는 하나라도 빠짐없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눈물을 흘리는 아이에게 눈물의 의미를 묻고 아이의 조금은 부족한 반성에 다른 반성도 추가한다. 그리고 토닥인다.


그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자존감 세워주기

축 늘어진 어깨가 아이의 앞길이 될까 무서운 마음이 문득 든다. 모든 일에 그렇게 축 늘어져 뭐든지 내 탓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될까 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매번 다른 이야기를 건네지만 기본은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마음’이다. 엄마도 어렸을 때 딴짓을 참 좋아했고, 누구나 다른 형태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듯 너는 유독 호기심이 많은 아이 일 뿐이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 호기심으로 이루었던 아이 삶의 대단한 일들 또한 나열하고, 너의 호기심이 나를 즐겁게 하고 다른 이를 즐겁게 하게 될 거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해주었다. 하지만, 엇나가면 호기심으로 인생의 나쁜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경우의 예도 함께 들어준다.


아이는 선하다

예전에 괌에 놀러 갔다가 현지인 동네 아이들과 축구를 한 적이 있다. 렌트한 집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아이들이 놀이를 끝내고 집에 들어온 후에 처음 본 괌 아이들은 착한 성품을 지녔냐는 이야기를 건네었더니, “엄마, 나쁘게 태어나는 아이는 없어요, 아이는 모두 착해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맞다, 아이들은 모두 선하고 착하다. 잠깐의 거짓말이 작은 눈동자에 드러나는 아이는 선하고 착해서 일 것이다. 아이를 훈육할 때 네가 나쁜 아이라는 생각을 주게 되면 안 된다. 작은 어깨가 더 작아지고 앞으로의 모든 일을 자신의 못된 생각 때문이라고 여길 것이다.


해결책 스스로 내세우기 하기

본인의 잘못이 아니고 성향이라고 이야기했더니 스스로의 어두운 마음은 좀 나아진 듯하다. 이제 좋은 성향으로 바꿔 줄 차례이다. 부모가 내세운 결정은 아이가 따라오지 못할 때도 많고, 본인이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많기에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했다. 아이는 공부 시간에 집중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거든 공부가 끝난 후 모두가 모인 거실 식탁에 나와서 시간을 정한 후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지켜질 수 있게 나도 돕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부모 몰래 하고 싶은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게임이 아이의 힘든 공부의 날개가 되어줄 수도 있다. 부모도 어느 선에선 모른 척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에게 모든 것을 숨어서 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속상할 땐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궁금한 연예인을 찾아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본적인 학생의 본분을 다한 후에, 부끄러움이 아닌 숨기고 싶은 나쁜 것을 하는 것은 아닌지 적절하게 잘 살피는 부모의 태도도 필요하다. 스스로의 좋은 생각을 지닐 수 있는 아이로 큰다는 것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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