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당당한 아이로 키우기
학교 수업을 마친 뒤 교문을 향해 걸어 나오는 아이의 발걸음과 가방을 멘 모양새만 보아도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는 소리를 듣고 아이의 학교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엄마 ‘셜록 홈스’가 되어 아이의 눈빛을 보며 의미를 떠올리고, 입에 뭍은 음식물을 보며 어떤 음식을 잘 먹었는지 생각해 보는 일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되는 본능적인 일들이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이는 학교 교문에서 무거운 가방에 눌린 듯 기운 없는 몸을 이끌고 문밖을 걸어 나오고 있었다. 축 처진 어깨만큼 무거운 생각을 안고 나오는 아이의 작은 몸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묻기는 어렵다. 작고 어리지만 아이의 사생활일 뿐이다. 모든 이야기를 엄마에게 다 털어놓을 의무감을 주어서는 안 되고 생각했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다독이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괜히 건드려서 아이의 속상함을 들출필요는 없었다. 울먹거리거나 엄마를 보며 억울한 마음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기에 아이의 문제를 보고도 못 본 척 아이가 내민 손에 언제든 잡아줄 마음을 가득 품은 채 아이를 지켜보았다.
점심을 잘 먹었냐는 이야기에 엄마가 사줄 간식을 기대하느라 밥을 많이 먹지 못했다고 했다. 밥을 제대로 넘기지 못할 만큼의 큰 문제 일까 싶었지만 우선은 아이의 태도를 지켜보기로 했다. 아이가 먹고 싶다던 빵과 우유를 사주고 오물거리는 입을 지켜보니 배가 많이 고팠던 것 같다. 평소와는 다르게 꼭 필요한 말만 하는 아이가 이상했지만 그럴수록 입을 꾹 다물었다. 속상한 마음을 지닌 아이와 답답하지만 물을 수 없는 엄마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엄마를 흘깃 쳐다보기를 반복하다 아이는 자신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구와 서로의 오해로 인해 다투었다는 이야기였다. 두 번의 다툼이 있었고, 첫 번째 다툼은 선생님께서 해결을 해주셨지만 두 번째 다툼은 자신이 해결을 하였다고 했다. 해결이 된 문제라는 아이의 눈에선 속상한 마음이 한가득 차 있었다.
자신이 해결을 하였다던 두 번째 다툼을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꽤나 불편해했다. 하지만 마음에 담아 두고 있기엔 답답한 모양이었다. 힘들게 입을 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수업시간에 자신의 뒷자리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수업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곤 직접 조용히 해줄 것을 이야기했더니 전학생이라 학교가 어색했던 아이를 향해 뒷자리의 친구는 이러한 말을 했다고 했다.
“너 다시는 학교에 나오지 마”
아이의 말을 듣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은 듯했다. 아이들의 순수함은 가끔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말로 거침없이 표현되기도 하지만, 이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생각으로 말을 건넨 듯했다. 상대의 거침없는 말에 상처를 받았을 아이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건네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다. 아이에게 너는 어떻게 대처했냐고 물었다.
“내가 왜 너 때문에 학교에 안 와야 해? 내가 너 때문에 학교에 오지 않으면, 네가 더 큰일 나.”
누군가의 강요나 협박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다면 협박을 한 친구가 처벌을 받을 수 있어 네가 더 큰일 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친구의 협박성 말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을 해준 아이가 너무 대견스러웠다. 잘했다고 이야기했더니 비로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서로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모양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어느 자리에서나 늘 준비되어 있는 말을 막힘 없이 술술 이야기한다. 버벅거림 없이 앞뒤가 잘 맞는 그 말을 나열할 때, 속이 시원할 때도 있었고, 내 주변에 그런 일이 있을 땐 마치 나도 그렇게 말을 할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억울한 상황에서의 나는 버퍼링이 걸리고, 정신을 조금 또렷이 차릴 때도 이 말을 상대에게 해도 괜찮을지 걱정하거나 재는 일들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이 아이가 커서 세상의 모든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올바름을 바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처럼 버퍼링이 걸릴지, 앞으로의 닥칠 일들에 조금 고민을 더 해볼지, ‘네가 더 큰일 나’라고 이야기해줄지. 아이가 생각한 것을 바르게 표현할 때 칭찬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선, 왜 숨지 않았냐고 다그치는 부모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해본다.